휴가를 맞아 간만에 캠핑카로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해봅니다 . 우선 차고를 통해서 캠핑카의 전기코드를 꼽아서 냉장고가 돌아갈수 있게 해줍니다 .
남편은 여행장비 ( 카약 , 구명조끼 카누 , 휴대용 그릴 , 캠핑용 의자 , 자전거 , 생수통 , 텐트등 ) 와 차 점검 담당 전 냉장고 채우기를 비롯한 캠핑카 실내용품 ( 화장지 , 페이퍼타월 , 그릇 , 커틀러리 , 프라이펜 , 냄비 , 스낵 , 각종 스파이스 , 드라이 푸드 , 치약 , 칫솔 , 수건 , 이불 , 베게등 ) 담당으로 암묵적인 정해진 역할이 있습니다 . 여행중에 충당해도 되는 물품들도 많지만 덩치큰 캠핑카끌고 여기저기 마트에 들리는게 귀찮아서 되도록이면 다 준비해서 떠날려고 합니다 . 여행중에는 유난히 한국음식이 땡기는지라 잘익은 배추김치도 한통챙기고 된장찌게도 즉석해서 끓여낼수있게 준비하고 수제비도 미리 반죽해서 비질봉지에 넣어서 가지고 갑니다 .
저의 수제비 반죽은 약간 특이 합니다 . 밀가루와 카사바가루를 반반섞고 약간의 감자가루와 소금을 섞어 반죽을 합니다 . 카사바는 타피오카전분을 만드는 원료로 쓰는 뿌리인데 카사바가루는 그 뿌리를 그대로 말려서 가루로 낸것입니다 . 이걸 수제비 반죽에 넣으면 수제비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됩니다 .
한국 식품점에서 냉동순대도 구입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옥수수 스콘도 한국 베이커리에서 사서 냉동고에 넣어 둡니다 . 서양음식은 타코 , 스파게티 , 샐러드 , 소시지 , 치즈 , 메인디쉬가 될만한 각종 냉동식품등을 챙겨갑니다 .
전 준비 완료 …
남편은 온갖 엉뚱한일 ( 갑자기 뒤마당 나무 가지치기를 시작 한다던가하는 ) 에 에너지를 쓰더니 준비가 늦어집니다 .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지 못하는것 같아 매우 답답하지만 한마디하면 잠자는 사추기남편의 코털을 건들이게 될까 모르는척하는데 속은 부글부글 끓습니다
오후가 되서야 준비가 끝났습니다 .
지붕에는 카누를 싣고 , 차뒤에는 자전거 3 개하고 카약하나 , 트렁크에 자전거 또 1 개 이렇게 실었습니다 . 얼핏보기에 과한것 같지만 여기 캐나다 캠핑장 가보면 캐나다인들은 이보다 더많은 장비들을 가지고 오기때문에 민망할일은 없습니다 . 캐네디언들은 캠핑장에 아주 살림을 차리더군요 . 캠핑카 앞에 거대한 매트를 깔아 현관처럼 만들고 꽃화분까지 같다놓기도 하고 명패까지 달아놓기도 하고 단 며칠을 있어도 제대로 즐기는듯합니다 .
404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뉴마켓에서 서쪽으로 달려 400 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
온타리오주 북쪽의 Rene Brunelle 이라는 주립공원에서 4 일정도 캠핑을 하려고 하는데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열시간정도 올라가야 합니다 . 사진속의 저 초록색 끈 , 앞으로 자주 등장할겁니다 . 지붕에 있는 카누를 고정시키는 끈인데 사진을 망치게 되서 아쉽기는 한데 어쩔수가 없네요 . 오늘은 금요일 … 이동시간을 생각해서 캠핑장은 일요일로 예약해 두었습니다 . 처음 가보는곳인데 바로 호숫가 앞자리인데다 요즘 주립공원에 캠핑장들이 다 예약이 꽉 차있어 찬밥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 보자마자 바로 예약버튼 눌렀습니다 . 오늘은 Parry Sound 의 호숫가에서 분독킹을 하려고 합니다 .
토론토를 벗어나니 이렇게 시골스런 분위기가 보입니다.
좀 달리다보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
차안에 화장실도 있고 냉장고에 음식도 가득하니 비맞고 화장실에 가거나 식당에 갈일이 없으니 비가와도 걱정은 안됩니다 .
조금 지나나 비가 그치고 해가 또 반짝 떴네요 .
이제 호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 온타리오는 크고 작은 호수가 워낙많은곳이라 토론토에서 한두시간 북상해서 운전하다보면 수시로 호수가 보입니다 .
고속도로 운전이 지겨운지 남편이 샛길로 빠집니다 . 초록의 숲이 울창한것이 청량하네요 .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합니다 .
아이들이 대륙횡단을 했던 지난 2 년전보다 키가 많이 자랐습니다 . 딸아이는 제키를 훌쩍 넘어섰고 아들아이는 아빠보다는 작지만 제가 한참 올려다봐야 할정도로 컷습니다 .
물위에 유람선이 떠있네요 .
다시 길을 떠납니다 .
또다시 호수 등장
계속 달립니다 .
드뎌 첫번째 분톡킹할 장소인 Parry Sound 에 도착합니다 .
이곳을 지날때면 자주 머무르는 호숫가 파킹장으로 갑니다 .
물색깔이 아주 새파란것이 마치 지중해에 온듯합니다 .
이곳은 보트를 띄울수있는 시설이 잇는곳인데 파킹장이 널찍하고 한쪽에는 소금이 조그만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 겨울에 제설 작업에 쓰는 소금을 이곳에 보관하나 봅니다 .
밤이 되니 동네의 십대들이 이곳에 모여 파티를 하는지 음악도 틀고 수영도하고 뭐가 그리 재미난지 깔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네요 . 밤 11 시쯤되니 조용해집니다 .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시원한 호수바람을 맞으며 아주 잘 잤습니다 .
다음날은 근처의 가든인지 박물관인지 모를곳을 둘러봅니다 .
이렇게 오래된 기계도 전시되어 있고 곳곳에는 아름다운 꽃들과 돌들로 조경이 멋지게 되어있네요 .
좋아하는 꽃들을 실컷들여다보며 천천히 한바퀴 둘러봅니다 . 이런곳에 집이 있어 제가 사랑하는 믹스커피 한잔들고 이런 멋진 뒷마당을 날마다 거니는 상상을 해봅니다 .
뒤쪽에는 숲이 있고 산책할수 있는 길도 있네요 . 조금 걸으니 철길이 보입니다 .
다시 차에 타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
또다시 호수 등장 .
게속 달리니 소나무 숲이 보입니다 .
여기 북쪽은 알곤퀸 파크하고 다르게 소나무가 아주 가느다랗고 빽빽하네요 .
딸아이는 차안에서 누워서 책을 읽으면서 갑니다 .
계속 달려줍니다 .
어느덧 서드버리 도착 .
20 년전에 처음 서드버리를 방문했을때 무슨 달나라에 온줄 알았더랬습니다 . 나무하나 없이 바위산만 있더군요 . 이곳에 니클 광산이 있는데 니클을 프로세싱하는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으로 나무들이 다 죽어 그리됐다고 얼핏 들었는데 이제 다시 나무가 자라서 달나라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
계속달리니 또 이런 아기자기 하게 아름다운곳이 나옵니다 . 한국의 계곡을 연상 시킵니다 .
여기서 발도 담그고 물장구도 쳐봅니다 .
계곡을 떠나 또다시 달립니다 .
무슨 늪지대인가 봅니다 .
또다시 아름다운 호수가 보이네요 .
계속 달리다 Duke Lake 라는곳에서 분독킹을 하기로 합니다 .
모기가 아주 많습니다 . 밖으로 나가서 호숫가 사진만 후다닥찍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 방충망에 모기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캠프파이어는 엄두도 안납니다 .
된장찌게를 끓여 저녁을 먹고 조금 놀다가 잠자리에 듭니다 .
이곳은 도시의 불빛들이 없으니 칠흑같이 깜깜하네요 . 남편과 아이들이 다 잠든 시간 … 잠이 안와서 두시간여를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고 하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에 별이 빼곡히 떠있습니다 .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듯 반갑습니다 .
베게를 치우고 머리를 낮춰서 창밖으로 별이 더욱 잘보이게 누워서 창밖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 어릴적 배웠던 시 윤동주 시인의 ‘ 별헤는 밤 ’ 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추억과 그 다음이 뭐였더라 …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 어째튼 별들을 바라보며 한국에서의 학창시절들과 캐나다에서의 숨가빴던 지난 20 여년의 시간들을 되돌아봅니다 . 아쉬움과 후회가 한가득이지만 지나간 시간들은 다시 되돌릴수 없으니 앞으로의 시간들을 후회없이 보내보리라 뭐 그리 생각하다 잠이든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