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버전의 태풍이라 할 수 있는 허리케인이 이번에는 플로렌스 라는 이름을 달고 명왕성을 향해 직진해서 오고 있었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비구름이라, 바람의 세기는 줄어들어도 비로 인한 홍수 피해가 클 것이라며 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어요.
하지만 플로렌스는 다른 방향으로 각도를 틀어서 지나가서 산악지대인 명왕성은 다행히 큰 피해가 없었어요.
비가 내리고 날씨는 어두우나, 명왕성 부엌에서는 음료 준비로 바빴습니다.
당구장 아줌마 놀이를 하기로 했거든요 :-)
(주의: 코난아범 옆의 소년은 코난군 아님. 공 치는 아저씨의 아들임 :-)
(이 댁 부모들은 튼실한 코난군을 부러워하고, 코난어멈은 이 소년의 날렵한 몸매를 부러워하오 :-)
제가 휴교 덕분에 본의 아니게 (사실은 본의게 ㅎㅎㅎ) 장안의 화제라는 미스터 션샤인을 왕창 다 보았는데요...
당구를 치는 도련님들과 나으리들에게 음료 대접을 하다가 문득 이전에 여행갔던 곳이 떠올랐어요.
이런 건물이 있는 길을 따라 언덕배기를 걸어 올라가면...
이런 일본풍 정원도 있고...
거기서 길모퉁이를 돌면...
글로리 빈관 만은 못해도 파나마 빈관이라는 곳이 있오.
빈관에서 다려내는 가배차가 아주 일품이라오.
서양 뮤--직을 들으며 가배차 한 잔 하시겠소?
그대, 기대, 침대...
울기보다는 물으렴...
하고 속삭이는 빈관 여주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오.
내 아무리 드마라에 심취했다고는 하나, 이 곳이 음식물 사진을 게시하는 곳임을 잊지는 않았소.
빈관에서 직접 구워낸 서양떡이오.
진고개 불란셔 제빵소 맛과 많이 다르지 아니하오만, 이것은 완전히 박래품이오.
니혼까라 좃도 가까운데 이마스, 배타고 쭈욱 가면이노 시애트루가 나온다데스.
도심이노 한가운데 후지야마 비스무리노 하게 생긴 레이니아 야마도 있다데스.
소노타카라...
1900년대 초반에 고노 도시에는 니혼마치가 있었다데스.
츠키지 시장을 닮은 파이크 플레이스 시장에는 중국인 할머니가 팔찌에 즉석으로 이름을 조각해주는 가게도 있고...
거기에서 한국인 가족이 기념품을 구입하고...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미국인, 그 외의 많은 이방인들이 친구가 되어 살고 있는 곳이 명왕성입니다.
(네, 아래는 제게 굴욕감도 주지만 그보다 백 배 더 많은 인정을 나눠주는 주주네 엄마의 딸과 - 그냥 주주라고 하면 될 걸, 왜 이리 어렵게? ㅋㅋㅋ - 소년공원의 딸입니다. 주주네는 중국에서 명왕성으로 이사왔습니다.)
유진 쵸이 처럼 부모 잃고 양놈들에게 수모를 겪지 않고, 그냥 쉽게 행복하게 양놈들과 친구 먹은 코난 킴...
우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동지의 목숨을 희생하고 피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살게 된 것은, 우리 조상들의 힘겨운 노력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후손들을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 한 번 더 돌아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왜인, 중인, 양인, 다 좋은 친구이지만, 뭐니뭐니해도 같은 한국인 친구가 제일 좋아요.
한국 음식의 맛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에 담긴 추억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으니까요.
워싱턴 디씨 근교에 사는 코난 아범의 오랜 친구네 집을 방문했다가 한국 분식집에 가서 사먹은 음식입니다.
제가 돈 주고 분식을 사먹은 것은 20년도 더 전의 일인 것 같아요.
집에서 만든 어묵 국물은 너무 정답인데 반해, 적당히 밍밍하고 적당히 미원 맛이 나서,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서서 먹던 바로 그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불란셔 제빵소에서 팔던 그 빙수도 사먹었어요 :-)
그리고 이거슨...
주주네 말고, 이번에는 케빈네 엄마가 정성껏 만들어서 꼼꼼하게 포장해준 탕수 치킨입니다.
케빈네 엄마도 중국인인데, 한국 드라마를 저보다 더 많이 알아요 :-)
미스터 션샤인을 보느냐고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어요.
아흑, 허리케인 휴교로 며칠 놀고나니 내일 월요일에 다시 출근하는 것이 두려워요...
알았냐?
ㅋㅋㅋ
이 말이 어디서 누가 말한 대사인지 아신다면 당신은 이미 미스터 션샤인 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