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부관훼리 님의 고기요리 이야기를 읽자니, 저도 어릴 적 고기에 얽힌 이야기가 찌찌뽕~ 하고 떠올라서 예정에 없던 글 하나 갑자기 쎄워보렵니다 ㅎㅎㅎ
저는 일천구백칠십이년에 출생했더랬습니다.
잘나가던 서울 어린이들은 안그랬는지 모르지만, 부산에서 새마을운동 시절을 살아가던 저와 제 가족은 일년에 괴기요리를 먹는 횟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것도 한 손으로... ㅎㅎㅎ
그나마 제사를 지내는 집안의 친구들은 명절이나 제삿날이면 괴기맛을 좀 볼 수 있었지만, 저희집은 주님의 은총으로 엄마가 명절증후군에서 해방되는 은혜를 받았으나, 동시에 제사음식과도 이별하는 고난이 있었지요 ㅠ.ㅠ
(역시나 주님을 따라 가는 길은 고난의 십자가 길이라는...)
어릴 때 저희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러나 부자마을에 고모님 한 분이 살고 계셨는데, 그 댁은 그 시절에도 무척 부유하셨던지라, 가끔 놀러가면 큰 다라이에 (어린 제 눈에 그리 커보였나봅니다) 갈비를 재워서 구워주시곤 하셨어요.
고기 고픈 어린 영혼에게 한줄기 고깃살이 비치는 영광이... ㅋㅋㅋ
그 당시 땡땡 유치원 별별반 어린이 소년공원의 장래희망은...
돼지고기가 아닌 쇠고기를, 국물요리가 아닌 다라이에 양념재워서, 오로지 고기로만 배를 채우는 것이었답니다.
참 소박하고도 거창한 꿈이었죠?
그랬던 제가 이렇게 베개뭉치 만한 괴기요리를 한 끼 식사로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훌륭한 인생승리란 말입니까?
여러분은 지금 성공한 인생의 증표를 보고 계십니다.
그 이름은 미트로프!
미트로프 재료와 분량은 이러합니다.
쇠고기 간 것 1과 1/2파운드 (대략 600 구라무 한 근), 계란 한 개, 양파 한 개 잘게 다진 것, 우유 한 컵, 빵가루 한 컵 (저는 빵가루가 없어서 식빵 네 장을 잘게 부숴서 넣었어요), 소금과 후추 조금, 그리고 고기 위에 바르는 소스로는 케첩과 마스타드 한 숟갈씩 하고 설탕 한 숟갈.
큰 보울에 (아마도 어릴 적 우리 고모가 갈비 양념하시던 그 다라이?) 재료를 다 넣고
어린이와 함께 조물조물 잘 섞어줍니다.
지금 얘 눈에는 아마도 이 그릇이 다라이만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제가 만 사십세에 얘를 낳았더니 이 녀석은 이천십이년 생이랍니다.
내가 사십년 전에 이랬겠구나 하면서 나이 계산하기 편리해서 좋아요 :-)
원래는 식빵틀에 넣고 구워야 하지만, 저희집엔 식빵틀이 없어요.
제빵기로만 빵을 굽다보니...
하여, 오븐에 넣어도 괜찮은 우묵한 거 하나 꺼내가지고 기름칠을 합니다.
화씨 (이게 욕처럼 들린다면... 아마도 기분탓이겠죠? ㅎㅎㅎ) 350도로 예열한 오븐에 괴기반죽을 넣고 한 시간 동안 구워요.
섭씨로는 몇도인지 관심없었으나 친절한 소년공원씨는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려드립니다.
176.7도라는군요 우흣~
괴기 반죽에 계란과 빵가루 (저는 식빵)가 들어가서 다 익은 후에도 괴기가 부스러지지 않고 베개마냥 덩어리를 잘 이루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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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푼이엄마의 작은 자랑하나... ^^
(이거 부관훼리님 글에서 직접 복사붙이기 해서 수정한거임 :-)
저희 아들 새끼발가락이 절단날 뻔 했시유...
캠핑가서 맨발로 뛰어놀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코난군...
오빠, 나 타? 야, 타!
난생 처음 타보는 휠체어 놀이에 신이 난 남매의 모습입니다 ㅎㅎㅎ
이제야 뭇으며 말할 수 있지만, 사실은 봉합수술한 상처에 감염이 생기고, 그 독소가 온몸에 퍼져 피부발진이 생기고, 그래서 모두 합해서 응급실 행차 두 번에, 소아과 의사와 족부 수술 전문의를 번갈아 만나는 소동이 있었어요.
다음 주에 뉴욕 여행 호텔이며 관광버스며 다 예약해두었는데 (해약해도 환불안되는...) 이러다 돈날리고 여행못가는거 아니냐며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이젠 상처가 많이 아물었어요.
진짜 자랑은 여기!
원래는 휑하니 빈 하얀 벽에 아이들 그림을 덕지덕지 붙여두었던 공간인데...
쇳가루가 듬뿍 들어간 페인트를 바르고 (그런 페인트가 다 있더라구요) 그 위에 우툴두툴한 질감이 나는 흑판 페인트를 덧발라서 (참 벼라별 페인트가 다 있죠?) 아이들 그림은 자석으로 붙이고 분필로 낙서와 메모를 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너저분하고 복잡다단하던 벽이 조금은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
이 드는 건 저만의 생각일 뿐일거예요... ㅠ.ㅠ
(객관적으로 보니 여전히 복잡해 죽겠구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