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과 다진 마늘, 기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들깨가루 풀어 놓은 물에 다시마 한 조각 넣어 볶듯 조렸다.



쪄낸 근대 잎, 상추, 쑥갓, 풋고추, 양념장으로 차린 밥상
상추에 근대 잎 한 장 얹고 쑥갓도 올리고 밥 한술 그리고 시래기 한 젓가락 올려
미어지는 입으로 오물오물 씹어 먹는 쌈밥에 이어 풋고추 한 입 베어 물면 알싸하게 퍼지는 매운 맛.
딱 그만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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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오늘부터 기말고사구나.
시험에 대해선 묻지 않을 게. 그냥 수고한다는 말 밖에 응원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구나.
시험기간 네게 뭔가 힘이 되거나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재기 넘치는 편지를 써야지 하고
내용을 고민해보고 이것저것 찾아도 보고 했는데 마땅한 게 없어 ㅠ.ㅠ
그래서 포기하고 대신 고백하기로 했어. 내가 너에게 편지 쓰는 이유 말이야.
열아홉 살 너에게 어쩌면 뜬금없을 수도 있고 괜한 잔소리 같기도 한 편지를, 넌 어떻게 받아들일까?
살짝 걱정되기도 해.
만약 내가 하는 말이 잔소리처럼 들린다면 그건 네가 아닌 내게 하는 잔소리라 생각하렴.
뜬금없는 소리라면 그건 내가 지금 뜬금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거야.
무슨 말이냐고?
네게 쓰는 편지지만 사실 내게 하는 말이라는 거야.
십년 전 이십년 삼십년 전에는 나 살기 바빠 또는 아직 세상 물정 몰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어려서 몰랐던 것 알아도 실천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고 반성이야.
비록 부모 자식으로 만났지만
곧 성인이 되는 너와 함께하는 앞으로 시간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질의 시간일 거야.
너는 네가 누리는 자유만큼 책임도 져야 할 테고 그 속에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도 변하겠지.
한마디로 우린 동시대인이 되는 거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너에게 ‘나 요즘 이런 생각들을 하고 산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어. 이해하니?
나는 비록 먼저 출발했지만 내 출발선이 너의 출발선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네가 오롯이 너의 책임 아래 두게 되는 네 삶의 출발선은 바로 지금이야
그리고 그 출발선을 아빠인 나는 지금 통과하고 있는 거고.
이제 너와 나는 함께 길을 가는 길동무가 되는 거야.
나는 나의 삶을 너는 너의 삶을 그러면서 ‘우리시대의 삶’이라는 길을 함께 가는 길동무.
편지는 새로 만난 길동무에게 주는 선물이지만 내게 하는 잔소리기도 하고 지난 온 얘기기도 해.
그래서 설익은 생각, 다소 비약과 생략이 있는 얘기가 담겨 있을 거야.
하지만 설익은 생각과 비약과 생략은 함께 가는 길 위에서 우리가 채우고 마저 알아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K, 이 보게 친구!!!
우리 함께 가는 동안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세.
자 떠나보세…….
비록 출발선이 달라도 지금은 함께이지 않은가.
친구, 오늘도 행복하게.
자네 행복이 내 행복이야.
물론 내 행복이 자네 행복이겠지.
그래서 나도 오늘 행복하려네.
부디 행복하게나 시험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
*고백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재미없는 편지가 되었다.
뭔가 비밀스럽고 흥미거리를 기대했다면 미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