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은 날이다.
햇살이 좋은 만큼 피곤하기도 누군가에겐 잔인하기도 했던 5월도,
이번 주말이면 절반을 넘긴다.
팥을 좋아해
왕창 삶아 놓고 팥죽도 끓이고 팥칼국수도 한다.
때론 팥수제비도 해먹는다.
비록 통팥이 둥둥 떠다니는
풍신 나는 팥죽일망정
혼자 먹는 식사로
그만이다.



팥죽
팥칼국수
팥수제비


혼자 먹기에 빠져서는 안될 라면과 짜장라면

이건 꼭 따라오는 게 있다.
000이라고.
법적으론 미성년에겐 팔지도 않는 성인 전용이다.

역시 한번 끓이면 일주일 너끈히 먹게 되는 미역국과 밥, 마른 김
#2. 가족과




겨우내 얼다 녹다 반복하며 자란 시금치 캐다가
나물도 하고 잡채도 하고 잡채밥도 먹고....

손가락 한마디 두께로 자른 가지
그릴에 구워 올리브와 발사믹에 소금과 설탕, 후추로 버무렸다.




진달래 꽃잎 띄워 후식인지 간식인지... ㅋㅋ
#3.
부치거나 혹은 부치지 못한 편지 - 오늘도 행복하렴.
K에게
어버이날 편지 잘 받았다.
편지를 읽으며 ‘아빠가 무슨 생각, 고민을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는 네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우리 딸에게 아빠가 내 얘긴 빼고 소통하려고 했구나!’ 하고 반성도 했어.
작년엔 ‘건강 챙겨서 함께 세상을 바꾸고 바뀌는 것도 보자’던 말로 너와 내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더니, 이번엔 소통을 위해선 먼저 자기 마음을 열고 자기 얘길 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구나. 고마워!
요즘 나는 ‘행복’이란 걸 자주 생각한다.
지난 설 때였나? “살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냐, 행복했냐?”는 엄마 질문에 “별로 좋았던 적이 없어. 그냥 지금이 가장 좋은데, 항상 현재가 젤 좋았다고 생각하는 데.”라고 나는 대답했고 너는 “훌륭한 자센데” 했었지. 아마 그 즈음부터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 행복이 뭘까 하고.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데 행복은 뭘까 하고 말이야.
좋다와 싫다, 기쁘다와 슬프다, 쾌락과 고통, 환희와 괴로움 감정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이런 단어들은 상대 개념의 단어가 있는데 왜 행복의 상대어는 불행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행복이란 개념어가 있는데 그 상대 개념어는 왜 ‘행복하지 않다’는 부정어만 있을까 하고 말이야. 행복이란 뭘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별 생각을 다했지?
가만 생각해보니 행복의 상대 개념어가 별도로 없는 건 사람은 본래 행복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해. 본래 행복한 존재인 사람에게 행복하지 않은 상태인 괴로움, 슬픔, 고통 따위는 예외적인 상황인 거지. 그래서 ‘나 지금은 행복하지 않네, 지나가면 괜찮아 질 거야.’ 하는 의미로 불행이란 부정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어. 마찬가지로 쾌락과 환희, 넘치는 기쁨 같은 것도 행복과 거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 행복하다는 건 괴로움과 슬픔, 고통받지 않은 상태이지만 환희와 쾌락이 넘치는 상태도 아닐 것 같아. 행복은 그저 평온하고 담담한 그래서 가볍고 자유로운 감정이나 상태가 아닐까? 어떻게 생각하니.
“오늘도 행복하렴” 이렇게 네게 인사하는 건 네가 환희와 쾌락이 넘쳐나길 바라는 말이 아니야. 평온한 마음과 고통 없는 몸으로 담담하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오늘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K야
오늘도 행복하렴.
행복은 환희와 쾌락이 아니라 나와 남들이 고통 받지 않기 바라는 마음, 연민과 친절로 더 풍성해진단다. 잊지 마렴.
이번 주엔 뭐 해줄까? 먹고 싶은 거 없어?


이런 음식을 해주면 좋아할텐데...
내가 준비하면 왜 비주얼이 안 나오나 모르겠다.
천상 이런 음식은 사먹어야 하는 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