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을 찾아보니 일년 전이더라구요.;;;
흔적은 뜸하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라는...
블로그 관리 같은 건 전~혀 안 하는지라 (블로그는 순전히 82쿡 사진 지원용)
엠파스에 올렸던 사진들은 다 날아가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그나저나, ‘D-10’이 뭐냐구요?
네네, 제가 사고를 좀 쳤습니다.
이전에 실미도 생존기를 올리면서 육아를 ‘징역살이 2년에, 집행유예 3년’이라고 말씀드렸죠.
제가 집행유예 기간에 사고를 쳐서 다시 실미도에 입소하게 생겼습니다.
아이 얼추 크고, 직장 다니면서 열정적으로 살고 있었는데
너~무 열정적이라 그랬는지...
쩝...!
네네, 그리 되었습니다.
웃을 일이 아니라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이 녀석 태명이 한동안 엑시던트였는데 -.-;;;
아무래도 좀 너무한 것 같아서 ‘서프라이즈’로 변경...
(엎어치나 메치나 그게 그거?)
고로 예정일까지 이제 딱 열흘 남았습니다.
유난했던 첫째와 비교하면
둘째의 임신 기간은 무난하고 무던하고 그랬습니다.
첫 아이는 한달 반이나 일찍 나와서 인큐베이터 입원하고 난리였는데,
둘째는 예정일까지 무탈하게 갈 것 같아요.
입맛도 입덧도 수더분했지요.
‘김치’면 족했던 녀석...
문제라면 배추와 채소 값이 미친 듯이 폭등했던 시기라는 거...;;;
배추 한 통에 만원이 넘어도 어째요.
쌀뜨물에 멸치 넉넉히 넣어서 국을 끓입니다.
손이 발발 떨리는 이유는 왤까요?
전에도 김치만 넣고 퓨어하게 만듭니다.
오징어도 돼지고기도 싫답니다.
오로지 김치만 넣습니다.
조명도 DSLR도 없으니 이렇게 극사실주의 사진이 나옵니다.
비빔국수에도 신김치 팍팍 넣고 무쳐줍니다.
사실은 양푼에 머리 박고 기냥 먹으면서
이번에는 키톡에 디밀어보겠다고 김가루도 뿌리고 그릇 주변도 한번 쓱 닦아줍니다.
양푼 사진은 너무 혐오컷 같아서요.
학교 다닐 때는 뒤숭숭할 때마다 시험 보는 꿈을 꿨어요.
답안지를 밀려 쓰거나 백지로 내는 악몽을 꾸곤 했는데
이제는 마음이 불안할 때 아이 낳는 꿈을 꿉니다.
사실 좀 겁이 나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주변 반응이 그래요.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남편도, 친정엄마도... 심지어는 담당의도 그래요.
둘째니까 다들 쉬울꺼라고 생각하나봐요.
그런데 둘째라서 더 무서워요.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제 할 일은 또 해야죠.
첫 아이 때는 산후준비하고 나 하나만 신경 쓰면 됐는데,
이제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에게도 소홀할 수 없으니까 함박스테이크도 만들고, 보라돌이맘님의 돼지고기 납작구이도 넉넉히 만들어 두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굴비와 가자미도 쟁여두었어요.
아이 낳고 조리하는 동안 이걸로 버텨야 하는데 괜찮을지 걱정이네요.
지난 겨울은 참으로 추웠지요.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가 얼어서 열흘 가까이 빨래를 못 돌리기도 했어요.
급한 빨래만 손빨래...
는 못하고 발빨래를 하기로 결정했지요.
그러다가... 집에 있는 잉여인력이 눈에 띄어서 그만~
이런 것도 놀이지요 뭐...
발에 인체의 모든 조직이 집약되어 있다는데,
오감발달에 쵝오 아닙니까?
신나게 놀라고 옆에서 추임새도 넣어주었습니다.
“꽉꽉 밟아, 꽉꽉!!!”
그래도 좋다네요.
혹시 노동부에 신고할까봐 일 끝나고 아들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꿈틀이 한 웅큼 쥐어주었습지요.
(평소에는 많이 줘도 세 마리...)
그랬더니 이불빨래라도 할 기세!!!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동생을 보고 나면 녀석도 적응하느라 한동안 애를 먹겠지요.
사랑이란 게 둘로 나뉜다고 작아지는 건 아니지만,
물리적인 한계가 있으니 녀석 나름대로 서운한 마음을 가지기도 할테죠.
그래도 그 안에서 배려와 양보와 우애를 배우기를 기도해봅니다.
종교를 가지진 않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위에 계신 누군가에게 자꾸 빌어봅니다.
성별이 같아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옥당지님이 너도 둘째면서 어쩜 그렇게 무심하냐고
배냇저고리를 비롯한 내복, 가재수건 같은 신생아 3종 세트를 선물로 주네요.
어쩜, 이렇게 작았었나요?
종종 자게를 뜨겁게 달구는 둘째 논쟁...
그래요,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극단적으로는 아이가 늘어날수록 부부의 노후와 맞바꾸게 된다고 말들 하지요.
바깥 세상은 광우병과 구제역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살생, 전무후무한 방사능 원전 사태로 가늠할 수 없는 암흑의 상황...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라고 믿어봅니다.
‘희망’을 어찌 +,-의 경제논리로 재단할 수 있겠어요.
그저 하루 하루 더 힘을 내야지요.
열심히 사과나무를 심고, 그 나무에서 모두 기적의 사과가 열리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