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올만에 들렀사와요.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던 혼자만의 긴 여행 스케줄이 생겨서 고민을 거짓말 보태서
백만번 쯤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싶어서 통장 잔고를 보며
한숨 약 이백만번 쉬다가 눈 질끈 감고 다녀왔습니다.
다녀와서 카드값 메꾸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지만 긴 여행의 보람은... 없으면 섭섭하죠.
네가 나의 노후연금이야.... 하면서 보내준 남편햏 덕분에 어깨가 무겁습....ㅎㅎ
사진이나 함 보실까요?
여행기간이 엄청 긴 건 아니고 대충 4주 정도 되다보니 사진을 별로 안찍은 것 같았는데도
모아놓으니 꽤 많더라구요.
그 중 엑기스만 골라서 올려보렵니다.
다녀온 곳은 미국에서 동부쪽에 다녀왔습니다.
이 동네 갔다왔다고 하니 애 유학 사전답사 다녀왔냐고 하시던데 저희 애는 이제 겨우 우리나이로 7세이고
애 때문에 간 게 아니고 100% 저 때문에 갔다왔어요 ^^;
주로 왔다갔다 했던 동네는 워싱턴 DC, 버지니아주, 그리고 메릴랜드, 마지막으로 마일리지
덕분에 평생 갈 일이 있을꺼라고는 상상도 못해 본 뉴욕까지 들렀다 왔습니다.
써놓고 보니 굉장히 폼이 나지만, 미국 여행 기간은 폼은 커녕 그지가 따로 없었어요 -_-;
암튼, 각종 박물관이 가득한 DC에 갔으니 박물관엔 큰 관심 없는 1人 이지만 어쩐지
가야할 것 같아 그 중 고르고 골라 딱 두 군데를 다녀왔어요.
한군데는 우주박물관인데 그건 저희집 빵학년 아동을 위해서 다녀온 거고, 나머지 한 군데는
제가 궁금한 곳이 있어서 갔었죠.
그곳은 바로 미국역사박물관.
우리나라보다 역사도 엄청 짧은 곳인데 특별히 볼 건 제 기준으로는 딱 한 가지.

1층 서관에 제 관심이 쏟아집니다.

오호!

줄리&줄리아 보고 나서.. 영화 내용은 좋아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 험담은 삼가하구요
전 줄리는 별로였는데 줄리아가 너무 좋았거든요.
그래서 줄리아 차일드 관에는 꼭 가보고 싶었죠.
거기다 아줌마의 로망, 잘 만들어진 부엌을 구경한다는 설렘에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쟈철에서 내려 한 2-30분은 달리듯 걸었던 것 같아요.

주방용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동냄비가 참 예쁜데 가격은 못됐죠.
근데 그 이쁜 동냄비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네요. 하아........
주방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냄비 사진과 냄비 이름이 뭔지 써놨어요.


그래서 걸려있는 실물들은 아래 사진과 같아요.

아... 정말.... 너무 이쁘더라구요.
그리고 주방을 통째로 기증했다는 줄리아의 부엌

저 한 톤이 죽은듯한 하늘색은 잘못 칠하면 완전 벽색이 -_- 암울한데 너무 예뻤어요.

하긴 뭐 말도 안되는 이상한 색으로 발라놨어도 멋있어 보였을 꺼였겠지만 ㅎㅎ
주방 수건까지 걸어놓은 센스

무스틀,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소품, 삼발이, 안경 등

미국 할머니&아줌마들도 이 앞에서 유리창에 바짝 달라붙어 코가 돼지코가 되더라도
얼마나 좋아하면서 카메라 들이밀고 사진 찍으면서 좋아하시던지..
물론 저 역시 똑같은 모양새였지만 말이죠 ^^;

바로 앞에서는 줄리아 차일드 생전의 강의하던 모습을 계속 틀어주던데 듣다보니
메릴스트립은 정말 빙의라고 해야 할 정도로 연기를 정말 정말 잘했더라구요.
목소리만 들으면 저 사람이 줄리아 차일드인지, 메릴 스트립인지 잘 구분이 안 갈 정도였어요.
신기해!
연기자는 성대모사도 필수인가봅니다.
암튼 그래서 박물관 구경은 잘 마치고 왔어요.
여행가서 기억나는 건 동네 인근 마트는 다 훑고 돌아다닌 것?
더불어 참 많이도 먹었다는 것.... ㅎㅎ
사실 놀러 갔다기 보다는 뭘 좀 배우러 간 거라서요
새벽 3시 반에 운전하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더라구요.
일터에서 거들었던 많은 결과물들 사진이나 함 올려볼께요.

빵, 그 위에는 호두가, 그리고 그 위에는 캬라멜이 가득..
이야 설명만 들어도 그냥 배둘레햄이 두꺼워지는 기분이... -..-

제가 주로 다 만들었던 사과파이. 쇼숑오뽐므, 미국말론 애플턴오버
저 빗살무늬토기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꺼 같은 곱디 고운 빗살무늬
예예 제 작품입니다 ^^;;;

제가 워낙 빵 종류는 좋아하다보니 이거저거 많이 먹어봤지만
이거슨 정말 너무 맛있었던 시금치 크루아상.

들어가는 재료도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맛있는지..
집에 와서 만들어본다고 해놓고 벌써 한국 들어온지 한달이 넘었네요 -_-+
가정용 가스오븐 팬 두 배 만하게 만든 밀푀유

제가 밀푀유라고 읽으면 저의 슨상님은 제발 글케 읽지 말라고 불어를 갈챠주시는데
아무리 열심히 따라해도 제가 읽으면 배꼽이 빠져라 웃고 -_-
아 놔 진짜 누군 뭐 고등학교때 독어 하고 싶어서 했냐고요
제 귀로는 밀풰이야라고 들려서 글케 읽어도 전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한국에선 다들 알아듣습니다. 흠흠
냉동 과일이었지만 가득 올린 과일과 슈크림의 과일 타르틀렛뜨

대충 넣은 칼집이 참 맛있어 보이던 사워도우브레드

일하다 배고프면 먹었던 단촐한 점심.
전날 팔다 남은 바게트에 크림치즈랑 버터 바르고 블랙커피 한 잔 같이 먹었어요.
팔다 남은 바게트라고 쓰니 되게 불쌍해보이네요 -_- ㅋㅋ
하지만 전날 팔던 거라도 오븐에 데워서 먹으면 방금 만든 것 보단 못하지만
맛있었어요.

이건 또 다른 점심.
에브리띵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그냥 사정없이 ^^;

이건 아래 콜린님이 올리셨던 키쉬롤랑쯤 되겠네요.
저희 쉐프훃은 파이쉘로 안만들고 패스튜리로 쉘을 만들어서 반죽 부어 굽거든요.
따끈할 때 먹으면 맛이 그냥...

하루의 8할을 보내던 곳
인생에서 한 달은 티도 나지 않을 시간인데 막상 보낼 땐 시간 참 무지하게 안가더라구요.
서울보다 박자가 한 1/10씩 지나가는 기분이...

작업대에선 주로 각종 파이와 패스츄리, 크루아상 등을 쉼없이 만들어내죠.
정말 손이 얼마나 빠른지..... 쉐프의 손을 보고 있자면 세월이 느껴져서
좀 안쓰런 마음도 들고 그랬어요.

알차게 배우다가 도시를 휘릭 옮겨서 이번엔 버지니아입니다.
여기서는 머물다 마트를 몇 군데 휘리릭 다 돌고 왔는데 롯데마트까지 가서 얼마나 놀랐는지.
다른 도시는 모르겠지만 버지니아에선 한국 분들은 드실 꺼 다 해드시고 사실 수 있겠어요.
정말 없는 게 없더라구요.
아무튼 거기서 사오신 재료들 가지고 어묵국을 끓이려니 무도 없고 멸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인스턴트 스프 넣고 끓였어요.
이야.... 이게 바로 MSG의 힘이로구나.

근처 사는 새댁의 친정 어머니가 서울서 먼 걸음을 하셨어요.
딸 사는 거 보고 싶으시다고 오셨는데, 제가 묵고 있던 저희 이모님댁에 놀러오시는 길에
음식을 참 정성껏 만들어서 가지고 오셨더라구요.
동그랑땡하고 부추홍합전.
참 정갈하고 맛있었어요..
저희 모친께서 해주시는 맛하고는 또 다른.

냉장고에 시어꼬부라져가는 김치 좀 구제해주느라 전날 먹던 고기랑 햄에
양파 김치 마늘 왕창 넣고 볶아서 먹었어요.
아.... 사진 보니 침넘어가네...

근데 간을 보니 영... 빵집에서 수시로 단 걸 많이 먹어서 그런가
어째 부은 장금이의 혀가 제 기능을 못하는 듯. 이모님댁에 같이 머물던 후배한테
간 좀 보라고 했더니 소금 좀 더 넣으라고 해서 다시 먹었더니.
오호라! 용의 눈에 점을 콕!

하지만 과식한 용은 결국 승천 못하고 돼지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ㅋㅋㅋ
이모가 독일살 때 자주 해드셨다던 감자료리
감자에 버섯 넣고 만든 그레이비 듬뿍 올리고

그리고 그레이비가 보이면 큰일나는 것 처럼 꽉꽉 모짜렐라 치즈로 채워주는 센스
그 뒤로 오븐 사우나.

꺼내면 대강 이런 모양. 음식의 이름은 예이거 프릿츠라고.
순덕어머님 이거 이름 맞죠?
근데 이거 캐나다에선 푸틴이라고 한다고 제 블로그 이웃 아가씨가 갈쳐줬어요.
하긴 뭐 우리나라 밀전병이 멕시코 가면 또띠아고 네팔가면 난이고 뭐 그릉거 아니겠싸와요?
너무 무리한 전개인가?! -0-

뒷마당에 있던 바질 뜯어다가 풀이 모자른 저녁에 카프레제 샐러드도 해먹었어요.

햄버거와 카프레제 샐러드, 그리고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 건 예이거 프릿츠.

이제 또 갑자기 도시가 쓩 바뀝니다.
이번엔 뉴욕이에요.
들어오기 전에 코딱지 파서 입으로 넣던 저희집 빵학년이 (새해에도 미취학 아동입니다 -_-;)
전화로 어찌나 보채고 짜증을 부리던지 도저히 안되겠어서 비행기 경유해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뉴욕에서 한 2-3일 정도 놀다 들어올 요량으로 방을 예약하고
왔었는데, DC에서 뉴욕으로 들어가는 비행기 수수료가 너무 비싸 깜놀하고
바로 포기하고 -_- 그냥 놀다 왔어요.
전 너무 성격이 쏘~쿨 한 건지 뉴욕은 그냥 뭐 서울이랑 비슷하더라구요.
이게 나이를 먹어서 감흥이 덜해진 걸 지도 모르겠지만..
큰 기대도 없이 간 도시라 그런가 여러가지를 봐도 그냥 담담했어요.
제가 다른 땐 참 게으른데 먹을 땐 참 부지런합니다.
왜냐면... 전 소중하니까요! ^^;;;;
저도 블로그에 수다 떤 지가 대충 5-6년이다보니 아는 이웃분께 여쭤보고
오픈테이블이란 곳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갔어요.
워낙 유명한 아저씨라 아시는 분들도 많으실 듯.
마리오 바탈리가 하는 수 많은 식당 중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는 오토로 향했습니다.
식당에 혹시라도 있음 싸인이라도 한 장 받아오려고 했는데
그림자도 못보고 왔네요 ㅋ

샐러드 하나 시켰어요. 문어 샐러드.
샐러리랑 올리브 오일, 식초, 파슬리 등등이 들어간 건데 맛있더라구요.

이건 루꼴라 샐러드구요. 토마토는 껍질 벗겨서 손질한 걸 올리브유에 같이 버무려서 내왔어요.
루꼴라는 그냥 먹으면 쌉쌀해서 좋고, 빵이랑 먹으면 쓴 맛은 하나도 없고 고소하고..

같이 간 후배가 안초비도 잘 먹는 아가씨라 안초비 듬뿍 들어간 토마토 소스 피자를 한 판 시켰어요.

아 꼬숩고 짭잘하니 맛있더라구요.
이건 좀 슬펐던 파스타.
크림소스 파스타였는데 이게 면은 완전 제대로였는데 식으면서 너무 짠 맛이 강해져서
다 못먹고 왔어요.
담에 혹시라도 가면 다른 거 시켜봐야지
그날이 올라나.

루꼴라가 좀 많이 남았길래 피자위에 수북하게 올려서 또 열심히 드링킹 ^^;

다른 날 먹었던 점심이었는데 좀 유명한 곳이라는 데에 가서 점심 시켜먹었어요.
딴 것들도 참 맛있었는데 버터넛 스쿼시로 만든 저 수프는 꼭 다시 먹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선 뭘로 만들어야 저런 비슷한 맛이 날까요?

디저트로 나왔던 초콜릿 퐁당하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아 사진이 너무 많다 -_-
얼른 급 마무리.
버지니아의 Burke Lake에 있던 R2D2

실은 쓰레기통.... -0-
자잘한 사건사고는 많았지만 그래도 잘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 주를 넘나들며 운전해서 출퇴근하시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전 미국 GPS를 아주 싫어하게 됐어요 -_- ㅋㅋ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엔 좀 자주 와볼라고 하는데 잘 될까는 모르겠네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