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지면서.... 따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그런 아침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주에는.... 월, 화 연이틀 공부모임이 있는 날이라..... 읽어야 할 책도 많아서 마음이 마냥 한가롭지 못했지만...
그래도 전 늘 생각해요.
내가 하는 일의 우선 순위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서... 0순위는 가정에서 내가 하는 일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추석 전에 사놓은 부추.. 소중하게 냉장고에 잘 보관해서... 살짝 데친 후에 갖은 양념을 해서 무쳤고요.

수분이 많은 야채를 오래 냉장시켜 놓으면 자꾸 얼어버려... 가시 오이도.... 역시 소금간을 약하게 해서.....
마늘, 파 안 넣고....깨소금하고 참기름만 넣어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무쳤어요.

역시 추석전에 사놓은 가지 1개도 남아 있길래..전자 레인지에 쪄서 파, 마늘 넣고 멸치 액젓으로 간을 해서 무쳤는데.
오래간만에 부드러운 가지 나물... 해 먹으니 무덥던 여름날마저 아련하게 그리워지네요.
때론 힘들고 어렵던 시절들이.... 좋고.... 편할 때보다도... 기억속에서....아름답게 채색되어....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해주는 힘이 있어서 좋아요.

역시 오래간만에 남편과 어머니가 즐겨드시는 매실도 꺼내서.... 향을 음미해가면서 살을 발려 먹는데... 이 또한 참 좋습니다.
지난 초여름.... 힘들여 갈무리해서 담궜던 매실이며.... 마늘저장음식들.... 양파 엑기스들이.....
뜨거웠던 여름동안 잘 숙성되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겨울동안..... 우리네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줄 거에요.
그러고보면... 삶은 얼마나 정직한 것일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그리고 원칙으로 삼고 있는 말.......
세상에 그 어떤 일도...공짜는 없다...
내가 땀 흘려.... 가꾸고.... 애써서 이루어야만..... 결국.... 내 몫으로 돌아옴을.... 늘 경건하게 받아들이며 살고자 합니다.

요즘..... 정말 시장보기 두려울 정도로...물가가 많이 올라서.... 서민경제에 주름살이 한 가득입니다.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겐 더울 때가 그나마 낫다고 하는데...이번 겨울.... 한파로 더욱 어려운 사람들을 을씨년스럽게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추울 땐.... 따끈한 어묵 국물도 좋고..... 가장 손쉬운 콩나물, 두부를 이용해 찌개를 끓여 아침상에 내 놓아도 아주 좋아요.
우선 속이 든든해지면....왠지 어떤 어려운 일도.... 당당하게 대처할 것 같은 힘과 위로를 얻곤 하거든요.
멸치 국물을 진하게 우려내서 끓인 콩나물 두부찌개입니다.

추석 전을 다 먹은 줄 알았더니만....김치 냉장고에.... 한통 따로 넣어둔 걸....깜박했더라고요...
어제 그제 공부 모임에서도... 저보다 한참 아래이신... 분들이 이야기중에...
자꾸 지칭하고자 하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쩔쩔매면서 정말 왜 이러죠??? 해서 전부들 웃고 말았는데....
이 깜빡깜빡 증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불치병이 아닐까...모르겠어요...
전유어 왠만하면 그냥 렌지에 뎁혀서 먹습니다... 프라이팬에 뎁히면 아무래도 기름을 둘러야 하고 오븐을 살짝 돌려도 되지만 저거 조금 뎁히자고 오븐을 돌리게 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차려진 지난 일요일 아침밥상이었어요...
소박하지만 색감도...재료간의 구성도..영양의 발란스도 잘 맞은 그런 밥상이라고.... 스스로 만족해보는 그런 밥상^^

이 아인.... 뭔가요? ㅎㅎㅎ
본인은 허락없이..올리다가 혼날지 모르겠지만...전 고슴도치 엄마니깐......정말 사랑스러운 제 아이라고 자신있게 공개^^

이 아이가 먹을 사랑스러운 따끈한 정이 흐르는 찌개구요^^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지만....전 여전히..... 아이가 먹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흐뭇..황홀입니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요?
논에 물대는 것..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제일 행복한 거라구....

사실은........ 콩나물두부찌개말고....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부대찌개를 얼큰하게 끓여줄겠다고 전날부터... 공언했는데..
통조림 햄이 있는 줄 알았더니...... 햄도 없고 라면사리도 없고 해서.......콩나물두부찌개로 급조했더니
밥상에서 아이들의 실망이 여실히 보여서...
일요일 저녁엔 꼭 부대찌개 해주마..다시 약속을 했어요.

그 날 저녁...
전...약속을 지키는.... 착한 사람이므로^^ 스팸과 라면 사리를 준비해... 부대찌개를 끓입니다..
스팸...우선 불순물..식품첨가물 일부라도 제거할 목적으로.... 팔팔 끓는 물에 1~2분 데쳐줍니다.

그러면 이런 뽀사시한 햄으로 변신~

우선..... 부대찌개를 끓일 전골냄비 중앙에..... 신김치를 쫑쫑 썰어.... 다진 파, 마늘, 깨소금, 약간의 참기름을 넣고... 밑양념을 해서 놓습니다...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거에요...

그리고 나서....... 가지런히.... 부대찌개에 들어갈 주재료..부재료들을 돌려 담아줍니다...

부대찌개의 주재료.... 스팸 햄 1통 과 비엔나 소시지 작은 것 1봉지....
부재료.... 양파 1/2개, 두부1/2모, 김치80~100g, 대파 1대, 라면 사리 한봉, 조랭이 떡 약간, 양념 불고기 80g. 홍고추 1개, 청양고추 작은 것 2개, 맛타리 버섯 반팩

그리고 또 중요한... 멸치다시마국물.....
그냥 맹물로 끓이지 말고 꼭 멸치다시마 국물을 내서 끓여야 진하고도 구수한 찌개의 국물이 완성되니깐 귀찮더라도 국물 내시고요.

재료들을 빙 둘러 담은 다음에... 냉동실에 재워 준 불고기 양념 한봉지 꺼내.... 정중앙에 올려주어야 맛도 좋고... 폼도 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부대찌개 국물맛을 얼큰하게 해 줄..... 양념장...
고추가루 2큰술, 다진 마늘-국간장- 다진파-청주 각각 한큰술. 생수 2큰술, 설탕 1작은술.....
아주 환상적인 궁합..추천합니다...


멸치다시마 국물을 붓고.... 뚜껑 닫고 끓이기 시작하다.... 국물이 팔팔 끓을 때.... 양념장을 넣어줍니다....

이 때..작은 냄비에 불을 올려....물을 같이 끓이기 시작하세요...
부대찌개 식당에선 그냥 라면 사리를 그대로 찌개에 넣어 주던데.... 전 라면을 한번 삶아.... 기름기 제거하고 넣어줍니다...



이렇게 팔팔 끓을 때.......양념장을 넣어주는 거에요.

양념장을 넣어...팔팔 끓여서.... 거품을 일부 걷어내고....
근데... 햄도 데치고... 라면도 삶아서 넣으면 거품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아요.
거품이 많이 나온다는 의미는....그만큼 불순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대파는 거의 다 되어갈 무렵에...넣어주시고....

그리고 나서 삶은 라면도.... 맨 나중에 넣어서..휘리릭... 맛과 양념이 배이도록만 끓여주시면 됩니다.

식구들 모두... 이 부대찌개 하나를 놓고..... 후르륵 쩝쩝..난리가 난 일요일 저녁 밥상이었어요.
전..고기.햄, 소시지 이런 것 안 먹기 때문에..... 맛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고기를 안 먹는데 어떻게 그렇게 고기요리를 잘하세요? 라고 어떤 이들이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전 먹지는 않지만...
요리하는 내내...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을 상상하면서... 냄새를 맡으며...진하게 먹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제가 먹지 않은 일부 음식들..상상속에서... 늘 맛을 그려가면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먹는 것과 진배없지 않을까요?

어머니.... 어떻게.. 칼칼하니.. 느끼하지도 않고 이렇게 깊은 맛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감탄을 하시면서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드시고...
아이들은 두말할 나위없이... 만족하는 표정을 읽으면서..
전 먹지 않아도..부대찌개가 주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정말 행복한 일요일 저녁 밥상이었어요...
오늘은 일요일부터... 화요일 밥상이야기 계속 올리려니 무척 바빠요...
그래도 연달아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