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내 비바람이 심하게 치더니,
아침까지도 여전합니다.
창문을 때려가며 세게 몰아쳐 대는 바람에
엄청난 빗줄기까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이런 하늘의 변화에 대해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두려움이 커 집니다.
이런 날씨 앞에서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가
참 무력하고 작을 수 밖에 없음을 느끼며...
이렇게 날씨가 무섭고 험한 날,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이런 무서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이라는 안식처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오늘은 이렇게 하루를
깊은 감사로 시작했네요.
2010.8.11 수요일의 아침밥상
먼저, 가스불 위에 큰 스뎅들통부터 올려 봅니다.
밑국물을 한번에 넉넉하게 끓여 놓으려고 하는거지요.
밥 먹을적에 국이든 찌개든지...
뜨끈하게 팔팔 끓여서
밥과 같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서 같이 상에 올려야,
밥이 목으로 맛나게 넘어갑니다.
찌개나 국은 뭘 하나 끓이더라도
맹물보다는 이렇게 멸치다시마 은근하게 우려내 끓여낸 밑국믈을 쓰면
더 구수하니 감칠맛이 돌기 마련이니...
큼직한 들통에다 밑국물 끓여놓기는
이삼일마다 한번은 볼 수 있는
우리집 부엌의 아침풍경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국물을 끓여 놓았다가,
나중에 전골만들어서 상에 올릴적에
전골 재료들 담긴 냄비에 부어서
밑국물로 쓰려고 하는거지요.

그리고 쌀 씻어 밥도 안치구요.
국물이 매운 전골요리를 한 냄비 끓여서 상에 올릴 것인지라...
매운 것 잘 못먹는 막내 예본이가 떠 먹기 좋도록
순하고 보드라운 계란찜도
사기그릇에다 준비해서 밥과 함께 쪄 냅니다.
그리고 길쭉한 가지도 하나..
통째로 끄트머리를 조심스럽게 휘어서
그 사이에다 낑겨 넣었어요.
따로 가지를 반 갈라서 그릇에 담아 넣으려니,
밥통안에 계란찜 그릇 넣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공간이 없으니...
아예 그냥 통째로 밥에 얹어서
취사버튼을 누릅니다.
이렇게 가지를 그냥 밥에 바로 얹어 넣는다고 해서
밥이 보라색으로 지어지지는 않으니,
염려할 것 없이
밥이 다 되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태풍주의보가 내려 비바람이 무섭게 휘몰아치던 오늘 아침...
덜컹덜컹 창을 흔들고 귀신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
바깥은 난리가 났지만...
다른 가족들은 모두 아직도 잠이 들어서 정적만 흐르는 집.
부엌에 신문 펼치고 앉아서 이것저것 다듬기 시작하는데
집안은 그저 고요하기만 합니다.
베란다에서 창을 흔드는 바람 소리가 하도 심하게 나서
잠시 나가보니,
어제 잠궈두지 않고 조금 열어둔 창문 틈 사이로
얼마나 빗물이 많이 들어와 있던지...
화초들 놓아둔 베란다가 완전히 물바다가 되어 있네요.
잠시 하던 손질을 멈추고 걸레 몇 장 들고나가
베란다 바닥에 고인 홍건한 물을 열심히 훔쳐내고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왔어요.
깻잎 석단 풀어서
시들시들한 깻잎들만 위쪽에 모아놓고,
생생한 깻잎들은 또 따로 둡니다.
김치냉장고와 냉장고 야채칸에 들어있던
이런저런 자투리 채소들도 꺼내어서
찬꺼리, 찌갯거리 만들 준비를 하구요.
장 봐 온게 없으니
특별히 새로 손질 할 것도 없고
시간도 넉넉하게 남고 참 편하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봐야지요.
오늘은 다 집에 있는 재료,
냉장고 안에 준비되어 있는 것들로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껍니다.
밥 할적에 같이 삶아 놓았던 감자 3알과 계란 2알.
냉장고에 차갑게 넣어 두었다가
파프리카와 오이와 같이 꺼냈어요.
이런 재료들이 냉장고에 들어있다면
망설일것도 없이
즉석에서 쉽게 감자사라다 만들어 먹으면 딱 좋지요.

모두 먹기 좋도록 썰어서...

마요네즈 넉넉하게 넣어 주고...
설탕은 반 숟가락 정도 같이 넣고
소금은 아주 조금만 흩뿌리듯이 같이 넣습니다.
집에서 만들어서 쓰는 마요네즈라
이렇게 버무렸을 때 더 맛있지만,
아마 시판 마요네즈도 같을껍니다.
설탕, 소금 조금씩 같이 넣어서 버무리면
사라다 맛이 배가 되지요.

그리고는 고루고루 버무려 주기만 하면
추억속의 옛 맛 그대로 느껴지는 감자사라다가
푸짐하게 만들어져요.

반찬통에다 남김없이 싹싹 긁어서 덜어 놓고
뚜껑 딱 덮어서
냉장고에 바로 넣습니다.
밥 먹을때가 아니라도
냉장고 열었다가 딱 눈이 마주치면
바로 반찬통 꺼내어서
그릇에다 넉넉하게 한 접시 덜어 먹으면
왠지 출출하다 싶을적에
부담없는 간식감으로도 딱 좋아요.
이상하게도 이런 수수한 사라다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맛이지요.

그다음은, 잡채전입니다.
전 날 저녁에 잡채를 조금 만들어 먹었어요.
잡채란 손님 모시고 준비하면서
고기나 채소,버섯들 모두 온갖 싱싱하고 좋은 것들로만 준비해서
계란 지단까지 예쁘게 얹어서 준비하면
정성과 공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 되지만...
보통은 이렇게...
냉장고 안에 조금씩 시들어 가려는 채소들이 보일 때,
주저없이 바로 그 채소들을 모두 꺼내어
깨끗이 다듬고 씻어서 채를 총총 썰고
모두 모듬으로 맛나게 볶아서
당면 보드랍게 같이 넣어서 만들어 먹는 맛이
일상의 우리집 잡채지요.
그렇게 만들어 먹고는,
딱 한 접시 정도 남은 잡채꺼리.
비바람치고 우중충하게 흐린 이런 날씨에는
전 하나 부쳐서 상에 올리면 좋지요.
남은 잡채꺼리 모두 스뎅볼에 담고,
아까 시들했던 깻잎 모아둔 것도 모두 채를 썰어서
같이 버무려 부칠 준비를 합니다.
조금 시들한 이런 이파리들은
이런식으로 지져서 익혀내면
맛에 전혀 문제가 없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양배추도 한 통 쓰던것을 꺼내어
약간 시들한 듯 보이는 겉잎을 뜯어서
이렇게 채를 썰어서 같이 넣었구요.
여기에다 밀가루와 물만 넣어서
적당하게 농도만 맞춰서
바로 후라이팬에 구워내면 되지요.

슬슬슬 잘 섞기만 하면
이제 후라이팬 불에 올려 달구기 시작해서
한 국자씩 얹어가며
얇게 펼치면서 노릇노릇하게 굽습니다.

전을 구울적에는,
불은 약하지도 쎄지도 않게 중간 이상정도로 잘 유지하면서...
기름을 앞판 뒷판 모두 넉넉하게 둘러줘야..
속은 쫀득하면서도 거죽은 파삭하니,
맛난 전이 구워지지요.

이렇게 잡채전 3장을 구워냈네요.
한장은 아침상에 올려서 먹고,
나머지 전은 출출할적에 간식으로 먹으면 딱 좋으니...
마지막 잡채 남은 것으로 이렇게 전 부쳐 놓으면
이래저래 쓰임새도 많고
끝까지 맛있게 잘 먹게 됩니다.
냉장고에 넣어두어서
차갑게 식어서 뻣뻣하게 굳어있는 당면줄거리 하나하나까지도
이렇게 전을 부쳐내면
노릇노릇하니 다시 쫀득한 맛이 되살아 나니까요.

이제,
뜨끈한 전골 한 냄비 끓여 낼 차례네요.
오늘은 곱창전골을 끓일껍니다.
며칠 전, 깨끗하게 집에서 손질 해 놓은 곱창이
지금 냉장고안에 한 통 들어 있으니까요.
손질 다 해서 푹 익혀서 갈무리 해 놓은것인지라,
그냥 후라이팬에다 슬쩍 구워먹을까...하다가...
날도 이렇게 궂고 비바람이 거세게 치니
역시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 넉넉하게 넣은
전골냄비채로 상에 올려서
뜨끈뜨끈하게 떠 먹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네모난 반찬통에 넣어서
냉장고 깊숙한 곳에 이틀정도 두었던 곱창전골감 재료들.
냉장보관으로 살짝 굳은채로
반찬통 모양 그대로 사각으로 모두 한 덩어리로 엉겨 있네요.
요즘같은 한 여름, 지금 실온에 꺼내면
5분만 있으면 서서히 말랑해 지기 시작할껍니다.
넉넉한 용기에다 통째로 툭 털어넣고...
다진마늘과 고추장, 고춧가루, 국간장, 후춧가루 등등...
맛깔스럽게 양념에다 먼저 버무려 놓은 준비부터 해 보아요.
용기라고 따로 바깥에 나가서 가져 오지 않고,
손 닿는 곳 가장 가까이에 씻어 놓은 작은전기밥솥 내솥이 있기에
여기에다 바로 넣어서 버무려 봅니다.
밥솥 내솥은 씻어 놓기만 하면
깊이도 있고 속도 제법 넉넉한 것이...
뭐 한가지 버무려 내기에 참 편하니까요.
내솥이라고 밥만 짓는게 아니라
평소에도 이런저런 용도로 두루두루 쓰입니다.
이미 많이 닳아서, 밥솥만 따로 코팅해 주는 곳에서
새로 코팅도 하고해서 쓰고 있지만...
역시 10년이 넘게 쓰고 있는 내솥인지라
찌그러지고 모양도 울퉁불퉁.
그래도 그간 오랫동안 정이 들어서
제 눈에는 참 예뻐보여요.

위생장갑 낀 손으로 주물럭주물럭
양념이 고르게 잘 퍼지도록 해서
소염통과 대창, 곱창 모두 빨간양념에 버무려
준비해 둡니다.

* 혹시라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중간에 살짝 내용을 추가 해 봅니다.
곱창 손질하는 내용이지요.
시장에서 사 온 한우곱창입니다.
왼쪽부터 곱창, 대창...
그리고 아래는 쫄깃한 한우염통이예요.
운이 좋으면 식육점과 좋은 내장이 있을때 시기를 잘 맞춰
이렇게 맛난 내장을 사 올 수가 있지요.
이리 모두 다 해서 10000원도 안 된것 같아요.

염통이야 손질하기 간단하지요.
익히기 전까지 핏물이 조금씩 베어나오니
물에 깨끗이 씻어서
채반에다 받쳐서 준비하기만 하면 되구요.
곱창과 대창은요.
손에 바로 기름기가 쩍쩍 느껴지니
곱 손질하기가 좀 번거롭게 느껴지기는 해도...
내장이 싱싱하기만 하다면
거슬리는 냄새도 없어요.
이런 곱창 손질하기도 금방입니다.
허연 기름이 싫다고해서 무조건 다 떼어내면 안되고
곱을 살려야 특유의 그 고소한 맛이 살아있으니...
나무젓가락 가져와서 곱창속을 한번 훑어서
너무 많은 기름이 뭉쳐있는 부분만 조금 떼어내고,
나머지는 그대로 씁니다.
이 귀한 곱은 없어서 못 먹는 부분이예요.
어차피 쫄깃쫄깃 보들보들하게 한번 미리 푹 익히는 과정에서
누런 기름들이 또 많이 녹아나기도 하구요.
깨끗이 한번 씻고는 물기를 빼고,
밀가루와 물을 걸쭉하게 엉켜서
다시 한번 주물주물 씻어서 깨끗이 헹궈내기만 하면
맛난 곱창 먹을 준비가 다 된거지요.

곱창은 이렇게 생으로 둘 적에는
제법 양이 되는 듯 보여도,
열로 푹 익혀내면 양이 확 줄어듭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그게 아까워서
그냥 생으로 양념에 버무려서 구워먹기도 하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 번거로워도
그냥 압력솥에다 제대로 한번을 푹 삶아서는
양은 적어진다해도, 질긴 질감은 전혀 없이...
아주 호로록 보들보들하게 곱창을 준비해서
다시 구워먹든지,
아니면 오늘처럼 얼큰한 전골로 끓여먹든지 합니다.
그래도 집에서 손질해서 먹으면
좋은 고깃감을 냄새도 없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고..
사 먹는 곱창의 질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정말 부드럽고도 맛있으니까요.
압력솥에다 염통과 곱창, 대창을 모두 넣고
자작하게 잠기도록 소금물을 넣어서
푹 끓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뚜껑을 덮고 가스불에 올려서...

한 10분 정도만 기다리면 압력이 최대로 올라오는데,
이때부터 불을 약하게 줄여 주고는
20~30분을 더 푹 익혀주는거지요.

불을 끄고 압력이 다 빠져 나갔을적에 뚜껑을 열어보면
곱창에서 나온 기름이 얼마나 많은지...
곱창에서는 누런 기름기가 많이 빠져 나왔지만
그래도 아직 맛난 곱은 적당하게 붙어 있지요.
같이 삶아 낸 이 기름기가 아주 적은 소염통은
곱창에서 빠져나온 기름국물에 같이 푹 익혀져서
그냥 맹물에 단독으로 삶아내는 것 보다
훨씬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지요.

이렇게 다 삶아놓고 나니,
거의 한 근 무게... 600g 가까이 됩니다.
100g 정도는 뜨끈할 때 소금찍어 맛보느라 집어먹고...
나머지 500g은 좀 식은다음
먹기좋게 썰어서 찬통에다 담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오늘 이렇게 곱창전골 한 냄비 끓여 먹은 거지요..^^

이렇게 해서 마련해 놓은 곱창을
오늘 곱창전골 만드는데 쓴 것이랍니다.
추가내용은 여기까지네요.
다시 오늘 아침 밥상으로 돌아와서...
양배추와 콩나물, 대파, 양파, 깻잎을
냄비 가쪽으로 넉넉하게 둘러서 넣고,
가운데는 양념으로 맛깔스럽게 미리 버무려 놓은
곱창재료를 넣지요.
그리고 빨간고추도 하나 썰어서 올리구요.

아까 제일 먼저 만들어 놓은 밑국물을
넉넉하게 부어서...

전골냄비 뚜껑 꼭 닫고,
가스불 위에 올려서 불을 켭니다.

전골냄비가 보글보글 끓기를 기다리며...
밥 되기 10분 전 쯤 전기밥솥을 열어보니,
갸우뚱하게 계란찜이 쪄 져 있고
가지는 옆에서 잘 익어 있습니다.
계란찜 그릇과 길게 뻣은 가지를 보니...
그릇 사이에 낑여 넣어서
밥 되는 동안 익느라...
좁은 밥솥 안에서 계란찜도 가지도
모두 같이 욕봤다 싶습니다.
가지만 우선 들어내고,
계란찜 그릇에는
대파를 좀 다져서 그 위에 얹어주고는.
다시 밥솥 뚜껑을 닫았어요.

그리고 다시 10분정도 지났을 때,
밥이 다 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면
밥도 계란찜도 모두..
마지막 뜸이 잘 들어져 있습니다.

계란찜 그릇까지 들어내고나면
밥 모양은 이렇게 되어 있어요.
가지가 놓였던 부분은
아주 조금... 보라색도 묻어나 있지만...
밥을 모두 섞으면 티도 안 납니다.
오히려 몸에 좋은 물이
가지안에서 밥으로 흘러 들어가서 지어진 밥이라고
저는 더 좋아하지요.
밥이 눌려서 맛이 이상해지는 건 아닌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 듯 해서 말씀드리면..
다른 밥솥은 어떤지 써 보질 않아서 잘 모르지만,
10년이상 써 오고 있는 이 밥솥도..
또 그 옆에 나란히 두고 같이 쓰고 있는
좀 더 작은 일반전기밥솥 한가지도 마찬가지로
뭘 한가지 더 넣고 지어먹는 그 밥.
밥 맛은 늘 똑같답니다.
이런 눌림 모양에 관계없이 말이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릇이나 다른 재료에 눌러진 듯 보여도
모양만 그럴 뿐...
밥은 주걱으로 고루 슬슬 섞어준 다음
밥공기에 퍼 내면
일반전기밥솥에 하는 포슬한 원래 밥맛은 다 똑같습니다.

오이무침 재료도 아까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었답니다.
오이무침..
오이가 시원하고 물도 많아서 여름반찬으로 딱 인지라
이 계절에 참 많이 해 먹지요.
아까 감자사라다에 쓰고 남은 오이 반쪽에
양파 채도 조금 썰어서 넣고...
파프리카도 자투리 남은 것을 조금 같이 썰어 넣어서는
매콤하게 조물조물 무쳐내기만 하면...
여름 입맛 살려주는 오이 건더기가
아삭아삭거리는 맛이 좋은 반찬.
쉽고도 맛나게 시원한 반찬 한 접시가 푸짐하게 나오지요.
스뎅그릇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기에
그릇도 건더기들도 모두 아주 차가와 져 있는 이 오이무침재료는
밥상에 올리기 직전에 꺼내어서 시원하게 무쳐내면 최고지요.
이렇게 매콤하게 무쳐낼 양념을 준비해서..

골고루 양념이 퍼지도록
위생장갑 끼고서 조물조물 무쳐내기만 하면 되고...

밥 위에 올려서 통째로 쪄 낸 이 가지도 마찬가지예요.
먹기 좋게 썰어서 양념에다
그냥 쓱쓱 무쳐내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쉬운지요.
아까 곱창전골 끓이느라 준비해 놓았던 깻잎이 많이 있으니...
좀 시들했던 것은 채 썰어 잡채전에 넣어서 다 썼고,
싱싱한 부분도 채 썰어서
향긋하게 곱창전골 건더기로 푸짐하게 얹어서 쓰고
또 몇장은 이 가지무침에도 같이 넣어서
깻잎향기가 입맛을 확 살려주도록
오늘은 가지무침도 더 맛있게 무쳐 봅니다.
길이로 길게 반 가르고,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썰어 준 다음에
남은 양념그릇에다 넣어서...

양념을 싹싹 긁어가며
골고루 잘 버무려서 상에 낼 준비를 했어요.
여름은 반찬이 정말 빨리도 상하니..
이렇게 딱 한접시 정도만 나오는 반찬재료로
밥 할적에 가지를 같이 쪄서 무쳐 먹는 맛도
이 여름에 참 좋답니다.
오늘은 밥 지을적에 자리가 없어서
가지를 통째로 그대로 넣어서 쪄 내었지만,
반 갈라서 스뎅그릇에 올려 밥과 같이 쪄 낼적에 그 가지의 식감이
반찬으로 먹기에는 더 보드랍고 좋지요.

이제 곱창전골만 상에 올리면 되겠어요.
냄비안에 건더기도 국물도 가득해서
혹시라도 넘칠까 싶어 불을 은근하게 켜 두었더니...
슬슬 제대로 끓어오르려고 하네요.

팔팔 끓으려고 하는 시점에
전골냄비의 뚜껑을 열고...

조금 더 팔팔 끓이다가, 국물맛을 봅니다.
모자라는 간은 이렇게 새우젓을 넣어요.
아주 시원하고 칼칼하니 얼큰한 이 곱창전골 국물도
이렇게 새우젓으로 남은 간을 맞춰 주면,
곱창이 다시 뜨겁게 끓으면서 나오는 기름기로
느끼해지기 쉬운 국물 맛을
깔끔하게 잘 잡아주지요.

이렇게 차려서 먹은 오늘,
수요일 아침의 밥상입니다.
잡채 남은 것으로 부쳐낸
큼직한 잡채전 한 접시.
찍어먹으면 더 맛있는 초장종지도 물론 같이 곁들여서 내야지요.
톡 쏘는 맛이 좋도록 초장에다 와사비도 같이 풀어서
기름진 전 맛이 한층 더 좋았지요.

언제 먹어도 좋은 감자사라다 한 접시.
오이에다 파프리카까지 같이 넣어서
물이 촉촉하게 생겨서
목으로 더 쉽게 잘 넘어갑니다.
조금 더 오래두고 먹으려면
이런 물이 있는 재료는 빼고
좀 더 뻑뻑하게 버무리는 편이 낫지요.
우리집은 오늘 저녁이면 아까 반찬통에 만들어 놓은 것
모두 다 없어집니다.

어제 담아 놓았던 파김치도 한 접시 꺼냅니다.
어제 저녁에도 시원하게 꺼내먹고...
오늘 아침에도 이렇게 반찬 그릇으로 한 접시.
숨이 죽어서 양도 얼마 없는데
이 파김치도 아마 금새 없어지겠네요.
은근한 멸치젓갈향에 향긋한 파맛까지 합쳐지니
보드랍게 씹히는 밥도둑 반찬입니다.

그리고 오이부침도 한 접시 담아서 올리구요.
오이가 냉장고에 들어있으면
반찬 한가지 금새 푸짐하게 올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리고 밥솥에다 쪄 낸 보드라운 계란찜.
순하고도 부드러운 식감에
씹을 필요도 없이 그냥 목 안으로 바로 넘어갈 것을...
계란찜 위에 다져서 올린 대파덕분에
입안에서 꼭꼭 한번 더 씹어서
목으로 넘기게 됩니다.
언제 먹어도 참 맛있어요.

싱싱한 깻잎채도 같이 섞어서
향긋하고 매콤하게 무쳐낸 가지무침도 한 접시 내어야지요.
익은 가지에 생 깻잎을 섞어서 버무려내면
물컹한 가지 식감을 평소에 잘 안좋아 하는 분들도
깻잎 씹히는 맛과 향기에 맛나게 잘 드십니다.

그리고 푸짐하게 끓여낸 곱창전골 한 냄비...
어제 동태매운탕 만드느라 꺼내 썼던 이 큼직한 전골냄비를
오늘 아침에 또 다시 상에 올리게 되네요.
돈 주고 사 온 냄비가 아니라
마트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냄비인지라...
매번 쓸 적마다 고마운 마음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어제 아침과 마찬가지로,
푸짐한 밥 한공기에
그 옆에는 곱창전골 덜어먹을 국그릇...
역시 우리는 밥심으로 사는 집입니다.
꼭꼭 씹어먹으면 단맛이 나오는 이 밥..
얼마나 맛나요.

이렇게 해서 오늘 아침밥도
뜨끈뜨끈한 국물요리 한가지 푸짐하게 올려서
모두들 든든하게 한 상 차려 먹었습니다.
오늘은 저녁까지 선선할 줄 알았더니...
날이 또 덥습니다.
조금만 더워도 힘겨워하고...
조금만 서늘해져도 몸이 즐겁게 느끼는 요즘.
얼른 이 시련의 여름더위를 지나
알찬 곡식과 과일이 주렁주렁 맺히는
참 좋은 계절...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얼큰하고 뜨거운 곱창전골 좋아하시면,
이리로 오셔서 같이 한 그릇 하세요.^^
이열치열 더욱 힘 내셔서
남은 더위도 우리 같이 이겨내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