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문제: 무엇을 가장 먼저 할까요?
제가 의도한 정답은 1번 쌀 불리기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 도시락통을 불려두고, 아이를 간단하게 손과 발 정도만 씻기고 혼자 놀 수 있게 티브이를 틀어주거나 한 다음에 저도 옷을 갈아입고 저녁 준비를 시작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쌀을 불리지 않고 바로 밥을 하겠다는 답이 많았어요. "오잉? 쌀을 안불리고 밥이 되나?" 하고 갸우뚱거리다 다시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쌀을 불리는 것이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선택사양이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구입하는 한국품종 쌀은 바싹 말려서 도정을 하는지, 아니면 유통과정이 길어서 그런지, 불리지 않고 바로 밥을 하면 이건 뭐... 밥이 아니라 눌지 않은 누룽지(?)의 형상이 되거든요. 그래서 쌀불리기를 패스하신 분들도 정답처리 해드렸습니다 ^__^
사람 씻기를 먼저 선택하신 분들도 부분점수 드리겠사와요. 저도 어쩌다 아이가 기저귀에 큰 볼일을 본 시국에는 만사 제쳐두고 그것부터 씻기곤 하니까요. 그리고 새벽부터 화장을 했는데 땀과 엉켜 피부 트러블이라도 생길 조짐이 보인다면, 세수부터 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린 소중하니까요... ^__^
자, 다음 2번 문제입니다.
저의 정답은 a) 감자볶음으로 저녁 반찬을 하고, d) 볶음밥은 식후에 만들어 다음날 도시락으로 싸갑니다.
c) 유통기한 얼마 안남은 계란, 요건 좀 함정이 있는데요... 또하나의 풍경님과 오뎅조아님께서 아주 재치있게 풀이하셨어요. 계란말이 대신에 후라이, 바~로 핵심입니다. ^__^
저녁에 시간과 전투하느라 정신없을 때, 저같은 덜렁이는 계란을 말다가 찢어먹거나, 계란이 후라이팬 밖으로 탈영하는 사태가 생기고야 말아요 크흐흑... 계란말이같이 조심조심 만들어야 하는 음식은 한갓진 주말 저녁이나, 남편이 정말 정말 이뿐 짓을 했을 때 (저희 남편은 계란말이를 무척좋아해서요 ㅋㅋㅋ) 에나 만드는 음식입니다.
정 바쁠땐 유통기한이 얼마 안남은 계란을 왕창 삶아두면, 그냥 소금찍어서 간식으로 먹을 수도 있고, 다음날 계란장조림을 만들거나, 계란 샐러드 등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기 b) 꽁꽁 언 돈까스 튀기기... 마리s님하... 독실한 고진교 신자임을 감안해서 부분점수 드렸습니다만... 냉동실에 돈까스는 최후의 보루로 지켜내야 하는 소중한 아이템임을 잊으셨나이까? 물론 가쯔동... 소리에 츄르릅 흐르는 침을 멈출순 없으나... 저는 이 소중한 돈까스를, 제가 시름시름 몸살기가 있어서 다른 요리는 못만들겠을 때, 남편 생일에 (저희 남편, 돈까스도 좋아해요 ㅋㅋㅋ), 뭐 그럴 때만 쓰는 비장의 무기랍니다 ^__^
채점결과, 또하나의 풍경님께서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근접한 정답을 맞추셨습니다... (짝짝짝~~~)
상으로 제가 덕담 한 마디 드릴께요.
"이토록 빛날지어다~"
다음은, annabeth님 따라하기, 냉장고 정리 입니다.
어제 후덜덜한 냉장고 정리 사진을 보고 당장 오늘밤에 정리하자 마음먹었으나, 필요한 장비가 부족한 관계로 오늘로 미루었어요.
annabeth님 냉동실 내부를 보니, 플라스틱 용기와 지퍼백을 잘 활용했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일단 그릇과 봉다리를 사려 가렵니다. 요걸 들고...
이게 뭘까요?
저만의 줄자입니다.
제가 숫자를 외우거나 더하거나 빼거나, 좌우지간 숫자로 뭘 어떻게 하는 걸 정말 못하거든요. 게다가 미국에선 인치 단위를 쓰는지라, 대략 어느 정도 싸이즈인지 감도 잘 안잡히고...
해서! 냉동실 선반의 가로와 세로, 높이를 재어서 노끈에다 매듭을 지었어요.
가장 짧은 매듭은 선반의 높이, 그 다음은 선반의 가로 길이, 가장 긴 매듭은 선반의 세로 길이... 요것만 기억하면서 알맞은 크기의 용기를 고르면 되어요.
어디 한 번 같이 보실래요?
요 병은 높이가 선반과 얼추 맞겠더라구요. (매듭이 잘 안보이네요. 죄송함다)
그리고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선반 가로 길이에 맞을 것 같았어요.
요렇게 생긴 통도 그렇고, 저 병도 그렇고, 세 개를 놓으면 선반 세로 길이에 맞을 것 같았어요.
큰 통도 몇 개 샀는데, 낮은 선반에는 하나, 높은 선반에는 두 개가 들어갈 것 같아요.
일단 깨끗하게 씻어서 말린 후에...
대략 정리를 한다고 한 건데... 그닥 깔끔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흑흑...
그래도 냉동실 정리하면서 지난 번 한국에서 이고지고 온 건어물을 잘 갈무리 해놓았더니 마음이 뿌듯해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