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결과요???
당연히.......... 저의 승리이지요... ㅎㅎ
콩잎을 아시나요?
경상도 넘들 참 불쌍하당게 아, 오죽 먹을 게 없었으모 콩잎을 다 먹더랑게
풀뿌리 나무뿌리 파먹던 가난한 보릿고개 보리문둥이들의 훌륭한 밑반찬이 되었던 짭쪼롬한 콩잎
황토 파 먹고 갯펄 파 먹다 똥구녕 찢어지는 흉년고개 가난한 밥상 푸짐하게 채워주었던 매콤한 콩잎
너는 맨밥 놓인 밥상을 받아보았느냐 소태 콩잎 너무 그리워 펑펑 울어본 적이 있느냐
이소리시인의 '콩잎 장아찌를 먹으며'란 시입니다.
드넓고 기름진..호남지방에 비해..먹거리가 늘 부족했던 경상도 가난한 민초들은... 시꺼먼 보리밥에..물 말아.... 짭조름한 콩잎장아찌 한장 얹어 먹으며.... 굶주림을 달래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이젠 먹거리가 넘쳐나지만 그 때 조상들이 먹던 그 맛을 잃지 못하고 경상도 별미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 합니다.
전요..가만 생각하면...우리 나라 곳곳의 영향을 참 많이 받지 않았나 싶어요..
태어날 무렵...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났고요.
하지만.... 아가때부터 학창시절 전부..... 지금까지 줄곧..서울에서 생활을 했으니.. 지대한 영향을 받았을테고요.
제 외갓집은 전북 전주라.... 어릴 때 방학하면 줄곧 가서 사촌들과 지냈고.. 경상도 남자를 만나서...살다보니 당연히 시댁인 경상도 영향도 많이 받을거에요.
그런데다... 제가 결혼하고 처음 산 곳이... 남편 직장따라 대전이었어요... 참 복잡하지요? ㅎㅎ
하여간... 결혼하고서야 아.... 콩잎도 먹는거구나... 알게 되었고...
예전에 먹던 콩잎 물김치..여름이면 먹고 싶다던 남편... 그런 것도 다 있나..그게 그리도 그리울까... 참 이상스럽기도 했어요.
여름이면.... 파란 콩잎으로 물김치도 담그고.. 장아찌도 담그고... 가을철이 되면 단풍진... 묘하게 곰삭은 냄새를 풍기는 콩잎으로 그렇게 장아찌를 담궈서 먹는 경상도 사람들이거든요.
음식이라는 것이.... 어릴 적부터 먹던 그 맛을...참 그리워하기도 하고..
안 먹던 음식이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이래서 이 맛에 먹는구나..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콩잎을 안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먹은지는 얼마 안 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이지요.
지난 금요일..토요일.... 남편의 차에서... 더운 날씨에.....고생했을 콩잎을 제가 만난 건..일요일 오전......
자..이거 샀는데 잊어먹었네...흐흐...하면서 내민 콩잎....... 노랗게 떠 버렸더군요.

밥을 할려다 말고..부랴부랴.... 콩잎 단을 해체해서.... 흐트러놓고.. 일단 숨을 쉬게 해주고..
그 다음에...바로 찬 물에 다 담구고 나서..생각하니.....
더운 날... 연이틀 차안 열탕사우나를 했을 콩잎에게 위로를 보내는 길은.... 얼음찜질이 제일 낫겠더라구요.
그래서..얼릉.... 냉동실에..작은 스텐 볼에 물을 채워..얼음물을 만들어 계속 바꾸어 주었습니다.. 저희 집 냉동실이 초만원인지라..얼음 얼릴 공간이 없거든요..
그렇게 잠시.. 얼음찜질을 해주면서...
아침을 먹고 나서야........손질을 할 수 있었어요..
파란 잎,.... 조금 상태 양호한 노란 잎들..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노란 잎들... 분류하고...


그렇게 분류를 해 주면서도...계속..얼음공급을 멈추지 않았고...
여러 차례... 샤워 세척을 하고 나서도... 위에는 얼음을 공급해주었어요...
콩잎야..미안하다.... 얼마나 더웠니... 고의가 아니야.... 시원하게 해줄게..하면서 말이죠.
노란 콩잎들입니다...

비교적 양호한 파란 콩잎들입니다....

비교적 양호하고 파란 콩잎은 ... 남편이 좋아하는 물김치는 담글 예정이고요...
누렇게 많이 뜬 콩잎들은......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물기를 꼭 짜고... 살짝 바람을 쳐서 말려준 다음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콩잎장아찌를 담글 예정이에요.
콩잎 장아찌는 2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소금물에 삭혀서... 된장에 박아 놓는 된장장아찌고요..
또 하나는.... 소금물에 삭혀서.... 진한 젓국, 고춧가루, 다진 마늘, 파, 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켜켜이 바르는 젓국양념장장아찌지요. 때론... 찹쌀풀을 쑤어서 섞기도 하고 말이죠.
전... 이번에..조금 색다르게 퓨전 간장장아찌로 만들거에요.....
베란다에서..손질된... 이쁜 노란 콩잎들이...... 산들산들 바람을 맞으면서... 더위에 지친 마음도 쉬어주면서 맛있는 양념장을 발라..거듭 나기위해 대기 상대로 있는 중입니다..

맨 처음...누렇게 떠 버린 콩잎을 들고 왔을 때....
뜨악~~~ 이걸 어째 해야 할까..정말 대략 난감이었어요...
얼핏 보면.... 버려야 할 정도였고..풀어 놓은 양도 너무 많았거든요...
그 때 생각했어요...
이 콩잎을...농사지은 사람들의 손길을..그 정성을.....
그리고 비록.. 살림에 문외한인 탓에... 며칠..콩잎을 방치해두면 안된다는 사실도 모르고..그저 맛있게 먹겠다는 일념으로...
사온 남편의 마음도요...
어떡해요... 살리는데까지 살려봐야겠다는 작정을 한 거죠.
아마.... 살림에 관한 한....프로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작용했을 거에요.
다행스럽게... 누렇게 떠버려서 그렇지.... 콩잎 크기도 알맞고..아주 연하고 보드라운 상태라.. 잘만 살리면.... 괜찮겠다 싶기도 했고요..그래서...얼음찜질해가면서.. 손질하고... 소금물에 삭힐 시간이 없으니..그냥 데쳐서... 양념장을 바르기로 한 거에요.
가장 중요한 양념장입니다..
사실...콩잎같이... 그 자체의 맛이 밋밋한 것은.. 양념맛이 참 중요한데다...
상태가 썩 좋질 않으니... 양념맛으로 승부를 걸어야하지 않겠어요?
전..매실엑기스로 맛을 낸 간장양념장을 바르기로 했어요.


3장씩.... 잡아서... 양념장을 켜켜이... 그리고 양념이 중앙에 얌전스레 놓이도록 신경써가면서... 바릅니다.

짜지 않게 담그기도 했고.... 사실 이런 장아찌는..실온에서 보관하기 알맞지 않아요..
그래서.... 냉장실 회전반찬통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그나마 파란 콩잎들은...물김치를 담궜어요.
여름엔.. 사실 물김치가 시원하니 참 좋습니다...... 딱히 뜨거운 국물이 싫을 때....
그래도...뭔가의 국물이 떠 먹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 물김치는 정말 좋지요.
오이물김치는 빨리 시어지는지라..열무물김치나.... 여름 동치미, 또는 연근물김치도 색스럽게 좋아요.
여름에 경상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콩잎 물김치는.... 밀가루 풀을 쑵니다.... 밀가루가...찹쌀풀보다... 콩잎의 풋내를 제거해준다고 해서 밀가루로 걸쭉한 국물을 내는데..일반 물김치보다..조금 걸쭉한 농도를 내는 것이 특징이지요.
밀가루 풀로 김치국물을 만든 다음에...소금 간을 하고.... 다진 마늘과 생강은 콩잎 아래쪽에 약국에서 파는 소독거즈를 이용해서 깔았습니다.. 그리고.. 양파, 청-홍고추를... 썰어서 위에 넣어주었어요.
어제 저녁내내.... 실온에서 익혀서...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꺼내 보니... 조금 덜 익은 상태라..조금 풋내가 나네요.

콩잎 물김치 담그면서...무채와 색색이 파프리카 채를 썰고 다진 마늘과 생강, 쪽파를 넣고.. 젓국 간을 한 김치속 양념을 만들었어요. 오이맛 고추 속에 넣어서... 아삭아삭 씹히는...오이맛고추 물김치도 하나 더 해볼려고요...
오이맛 고추....달랑 네개로 말이죠..소꼽놀이 한 거죠..뭐~

오늘 아침 밥상은..과정 샷도 없고..준비가 덜 된 상태로 차려졌습니다..
남편이 일찍 나가봐야 한다고.... 아침에사.. 수선을 떠는 바람에요...

동태전... 조금 굽고...

채소도... 양배추랑... 파프리카만 얼릉 썰어서 담아내고...

가자미..세 마리.... 바삭바삭..노릇노릇하니 구워서... 배를 갈라 놓아주었는데...
사진 속에는....그냥..... 통째로 있는 모습이네요...
전..생선 살을 발라주지는 않지만...
생선구이를 줄 때는.. 머리를 떼어내고....
젓가락을 이용해서... 가운데를 쭉 훑어주면 반이 갈라지거든요?
그럼... 가운데...뼈를 제거하고.. 살을 양 갈래로 쫙 펴줍니다..그럼 훨씬 먹기가 좋아요...
음식을 준비할 때는...늘 만드는 사람위주가 아닌 먹는 사람 위주로 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콩잎 물김치입니다...
조금 더 익으면...훨씬 더 감칠맛이 나고... 콩잎도 맛이 들거에요.

그리고... 콩잎 매실과 간장맛이 어우러진 간장장아찌...
이걸 드시면서.. 어머니가..그러셨어요...얘..맛있다..먹을만하다...
한 사람은....콩잎..누렇게 떠서 들고 들어오고...
또 한 사람은 그걸 이렇게 요리해내고..너네는 정말...손발이 척척 맞는다... 얘...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올해로..함께 산지..만 30년이 되는데...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띠격태격하면서도...
잘도 어루어져 산 세월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부도 노릇노릇 구워서 먹었어요.

그리고... 오이맛 고추 물김치라고 해야 할지..오이맛 샐러드라고 해야 할지 모를...그런 반찬..

월요일이고 해서... 불고기도 좀 재워서 굽고 해줄려고 했는데....... 어찌나 재촉을 하는지.... 그냥 말았어요...
그리고 나서... 호박잎 된장국과 반찬을 곁들여서 먹고 있는 남편의 모습은 서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