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소년공원, 그 아이디의 숨겨진 비밀을 공개합니다

| 조회수 : 9,721 | 추천수 : 164
작성일 : 2010-07-09 01:13:16
음홧홧, 제목을 저리 쓰니 뭔가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는 양...
글 제목으로 낚시했다고 야단치시면, 저 아주 쬐금 슬프고, 좀 많이 죄송할거예요... (소심...)

제 이름은 영해박씨 가문, 몇대손인지 기억못하는 (숫자는 쥐약과도 같아서...) 보배 보, 꽃부리 영, 박 보 영 입니다.
영화배우 박보영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그녀보다 제 이름이 한 십 수 년 먼저 주민등록 시스템에 올랐을 것입니다.

밀레니엄이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하던 그 즈음에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왔습니다.

학교에 가니 하얗고, 까만 친구들이 물어봅니다.

"너 이름이 뭐니~? (양희은 톤 ^__^)"

내 이름은 보영박 (미국에선 성을 나중에 붙이지요).

"어? 부? 용? 포? 잉?"

그러니까... 내 이름을 쉽게 부르려면 이렇게 기억해줘.

어떤 소년이 (Boy), 아주 어렸을 때 (Young), 공원에 갔었대 (Park).

그 이후로 제 이름은 아주 제대로 발음되었다는 전설이...


저는 어릴 때, 남들에게 제 이름을 말하는 것이 그렇게나 어색하고 쑥스러웠습니다. 왜 그랬나 몰라요. 그리고 제 이름이 예쁘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미국에 와서 살다보니, 엄마가 지어주신 이름이 점점 좋아졌어요. 너무 흔한 이름도 아니지만, 너무 독특한 이름도 아니어서, 사람들에게 적당히 잘 기억되고, 적당히 잘 잊혀지는 그런 이름...
그리고 외국인이 철자만 보고도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 이름...
게다가 동양문화를 좀 아는 친구들이, 네 이름에는 무슨 뜻이 담겨있느냐고 물으면, 우쭐대면서 "프레셔스" 하고 "스마트" 하다는 뜻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이름...

그래서 저는 소년공원입니다.
요즘엔 두 살 반 먹은 진짜 영보이 하나가 저를 놀이터로 알고 치대며 놀자고 하는 통에, 소년공원의 참된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에구, 팔 다리 허리야...)


키친토크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이유로, 음식 사진 하나 올려봅니다.

칸칸이 나뉜 접시에 음식을 담아먹으면, 꼭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는 기분이 들어서 재미있어요.

오늘 도시락은 흑미를 섞은 쌀밥에 오이 무침과 고추장아찌입니다. 뭔가 빨간색을 먹어줘야 할 것 같은데 우매보시가 다 떨어져서, 비슷한 맛과 향의 생강피클도 한 젓가락 곁들였어요.

생강피클은 한국 마트에서 산 것입니다.
오이무침의 오이는 이 지역 농장과 코압 (아, 이걸 우리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을 해서 가져다 먹는 채소 중에 하나입니다.
고추는 할라피뇨라고 하는 멕시코 품종인데, 청양고추보다 두 세 배쯤 더 맵고, 육질이 더 아삭아삭한 맛입니다. 간장과 설탕, 식초를 넣고 절였습니다.

그리고 저 물병...
저는 부엌에서 일하면서 항상 저 병에 물을 담아놓고 손닿는 가까운 곳에 두어요. 그러면 잊어버리지 않고 물을 자주 충분히 마실 수 있거든요.
뭐,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말도 있고, 연구결과 그렇게 많은 물을 일부러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이론도 있지만, 이런 저런 가설을 차치하고 그저 제 느낌에 물을 자주 많이 마시면 몸 안의 모든 돌아다녀야 할 것들이 (혈액순환, 대장운동 등등) 잘 소통이 되는 것 같아요.

전 그럼 이제 저 도시락 먹으러 갑니다...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elgatoazul
    '10.7.9 2:30 AM

    하하 재미있어요. 보이 영 팍~
    저도 어릴 땐 제 이름이 싫었는데 말이죠. 좀 더 예쁜 이름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러고 보니 저도 외국인들에게 제 이름의 뜻이 faith in love라고 말해주면 다들 우와~한다능
    아... 지금 너무 출출한데 늦은 시간이라 참으려고 했거든요.
    근데 소년공원님 게시물 보니까 저도 물 말아서 고추 장아찌에 냠냠 하고 싶어요.
    장아찌 생긴게 아주 짠~하네요. 맛있을 것 같아요 ㅠㅠㅠ

  • 2. 어중간한와이푸
    '10.7.9 6:56 AM

    아하~ 그런 사연이...저도 공원에 놀러나가자고 하는 어린 아드님이 있으신가...라고 생각 했었죠.
    귀한 보배에다 이쁜 꽃부리까지 갖고 계신 너무 좋은 이름인데요.
    도시락이 이뿌긴 한데, 좀 짠하네요...국이라도 한사발 놔 드리고 싶어서...^^
    애기가 어려서 그러시겠지만, 혼자 먹는 식사라도 자~알 챙겨 드세요. 객지 사시는듯 한데...*^^*

  • 3. 마이쮸
    '10.7.9 9:50 AM

    전 소년공원이 아드님과 공원에 잘 다니셔서 그런줄 알았어요 ㅋㅋ

  • 4. 프리
    '10.7.9 10:24 AM

    이렇게 해서... 아이디뿐 아니라....이름까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시는군요.. ㅎㅎ
    정말 귀한 이름같은데요

  • 5. 진이네
    '10.7.9 10:45 AM

    예쁜 이름에 아이디까지 딱이에요^^
    전 어릴때 남자가수와 같은 이름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ㅠ

  • 6. williethe
    '10.7.9 1:31 PM

    움홧홧~~~~~
    소년공원 이라는 닉네임에서 자동적으로 Boy Park ?????? 했었고.........
    Bo Park? 까지 생각했었슴니다.
    나 상 주세요. ^^

  • 7. 제닝
    '10.7.9 1:35 PM

    제가 잠시 국제회의 비슷한 일을 하고있을 시절..
    참가한 어떤 외국인이 저에게 묻더군요.."Where is park?"
    코엑스에서 행사했던지라 코엑스 근처의 공원을 찾아내느라 인포 데스크에 가서 이리저리 알아보고 알려줬는데 그 외국인 영 이해 못하는 눈치...
    그러더니 제 뒤를 가리키더니 "Oh, Park is coming..."
    -_- 참가자 숙소 관리 박과장... -_-

  • 8. 새우깡
    '10.7.9 1:47 PM

    ㅎㅎㅎ 소년공원 정말 재밌는 사연이...

  • 9. 별사탕
    '10.7.9 5:41 PM

    코압이라면...co op를 말하시는 거지요?
    생협... 정도?

  • 10. 벚꽃
    '10.7.9 7:43 PM

    ^^ 저의 쓰잘데기 없는 호기심이 충족되는 순간이네요~^^
    재밌는 사연을 가진 아이디에요....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요~^^

  • 11. 보라돌이맘
    '10.7.9 7:49 PM

    아...어쩐지..
    아이디가 park로 끝나는 걸 보고, 안그래도 박씨 가문이 아니신가 생각했지요.
    성함이 참 여성스럽고도 예쁘네요.나즈막하게 입으로 소리내어 보니...^^
    반가워요.저도 박가인데...
    여권이든 어디든 영문으로 Park를 쓴답니다.
    지금은 영문표기법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익숙해진것을 바꾸기가 영 쉽지 않더군요.
    게다가.. 하루 내내 물 많이 드시는것도... 저하고 같네요...^^

  • 12. 소년공원
    '10.7.10 12:26 AM

    elgatoazu님은 성함이 혹시... 신...애? faith in love 를 제맘대로 번역해 보았어요 ^__^

    어중간한와이푸님... 제 도시락에 국 한 그릇 놔주시고 싶단 말씀에 제 코끝이 찡~ 해졌어요. 따스한 마음씨 감사합니다. 그냥 어제 점심 한 끼만 저렇게 가볍게 먹은 거예요. 평소엔 너무 잘 먹어서 (잘 먹는다기보단 "많이" 먹는다는 게 더 맞는 말이요... ㅎㅎㅎ), 체중좀 줄여야 해요.

    마이쮸님, 공원에도 자주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__^

    프리님, 제가 그랬나요? 근데 전 사실 소심해서, 제 이름이 너무 많이 알려지고 기억될까봐 걱정이어요 (커헉, 이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지금쯤 제주에 계시겠지요?

    진이네님 실명이 궁금합니다. 용필이나 영록이는 아니시지요? 설마... 남진... 이라서 아이디가 "진이네" 인가요?

    williethe님, 상 드려야겠어요. 무엇을 어떻게 드리나...?

    제닝님, 하하하 재미난 에피소드네요. (사실, 전 속으로 울어요... 저도 영어가 짧아서 어리버리하게 실수 많이 하거든요 흑흑)

    새우깡님, 님의 아이디가 정말 정겹네요. 제가 사는 곳에선 새우깡 한 봉지 먹기가 좀처럼 힘든 일이랍니다.

    별사탕님, 생협... 그러네요. 그게 비슷한 뜻이겠네요. 그런데 한국의 생협처럼 여러 가지 물건을 갖다놓는 수준은 못되구요, 그날그날 수확한 야채와 과일이 전부예요. 하지만 아주 싱싱하고 싸서 좋아요.

    벚꽃님, 별 말씀을요... 저로 인해 조금이나마 즐거우셨다니, 제가 감사합니다.

    보라돌이맘님도 저와 같은 조상님을 두셨군요. 박가는 종파가 달라도 모두 박혁거세 할아버지를 시조로 삼으니까요. 물 많이 드시고 더 예뻐지세요!

  • 13. 소년공원
    '10.7.10 12:31 AM

    휘유~~ 조금 힘들긴 해도 저렇게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고있노라니, 여러 님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어서 즐거워요.

    저는 잠시 후에 장거리 마실을 나갑니다.
    하룻밤 자고 돌아오면 그 다음 날엔 저희 집으로 손님이 2박 3일간 방문할 예정이라, 당분간 키친토크에 오기가 힘들 것 같아요.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맛난 거 많이 만들어 드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2249 양파 청으로 .... 9 김명진 2010.07.10 5,724 143
32248 게으른 싱글의 별식 메뉴 (이제 사진 보입니다 -_-;;) 11 듣는사람 2010.07.10 7,868 77
32247 불쌍한 울 남편 9 지나는이 2010.07.10 6,145 94
32246 [행]점심도시락 열전~ 14 2010.07.10 11,268 120
32245 #. 냉커피 + 밀* 떡빙수, 이젠 집에서 만들어 드세요 :) 22 dolce 2010.07.10 10,761 137
32244 금요일의 집밥... 그리고 콩나물 한 접시 뚝딱 만들기...^^.. 32 보라돌이맘 2010.07.09 19,146 148
32243 [키톡 데뷔] "제빵왕 김탁구 따라잡기" - 크림빵 추가요! 13 욕심많은여자 2010.07.09 6,952 56
32242 <이벤트> 된장국을 변신시킨 된장국수 그리고 야밤작업.. 5 쥴스 2010.07.09 4,439 140
32241 <이벤트> 도전! 간단한 아침 식사- 바질페스토 피자.. 5 열쩡 2010.07.09 6,734 115
32240 오늘만든 웨딩케잌 8 우화 2010.07.09 5,772 94
32239 아주 잠시 집을 비우며~ 콩나물국, 두부부침, 시래기지짐, 새송.. 20 프리 2010.07.09 12,811 107
32238 소년공원, 그 아이디의 숨겨진 비밀을 공개합니다 13 소년공원 2010.07.09 9,721 164
32237 목요일의 아침상...같이 드실래요?^^ 42 보라돌이맘 2010.07.08 17,786 151
32236 조금은 특별했던 생일상 6 돌준비화이팅 2010.07.08 10,654 136
32235 어머니 손맛의 비밀 16 오후에 2010.07.08 13,527 114
32234 (이벤트) 한그릇(냄비)으로 끝~~ 떡볶이,김밥,김치찌개 9 시네라리아 2010.07.08 9,563 96
32233 머피의 법칙 밥상- 생선구이, 꽁치조림, 부추전, 된장찌개 15 프리 2010.07.08 10,401 123
32232 미니 핫도그 도전 4 옥수수 2010.07.08 6,024 143
32231 <이벤트> 초간단레시피 비빔국수~! 3 천사꽃뉨이 2010.07.08 9,066 197
32230 친한 척, 아는 척 해봅니다:) 4 carolina 2010.07.07 6,626 116
32229 냉면 육수 한풀이 9 돌준비화이팅 2010.07.07 8,045 115
32228 태안 시골에서 엄마와 단둘이 오붓한 아침밥상~ 10 Birdy 2010.07.07 10,940 143
32227 속 든든했던 수요일의 아침상입니다...^^ 29 보라돌이맘 2010.07.07 16,834 125
32226 남편이 집을 나갔어요...^^:: 23 어중간한와이푸 2010.07.07 15,677 97
32225 내맘대로 닭조림 9 소년공원 2010.07.07 8,485 153
32224 새로운 실험정신...수박찌개 어떤가요?- 립조림, 오징어부추전 17 프리 2010.07.07 6,975 127
32223 처음으로 콩자반에 도전했습니다.^^ 7 두아이맘 2010.07.07 5,844 111
32222 야밤 작업^^ 18 쥴스 2010.07.07 7,728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