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씨의 올초 발표한 소설.... 계속 사서 읽어야지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어요... ㅠ.ㅠ)
아들 아이였어요. 공익요원인 아들 아이... 6시 퇴근후에 휘트니스에 가서 운동을 하고 저녁 먹고 그리고... 8시부터 영어학원 조교일 아르바이트를 하는지라... 주중에는 얼굴 보기도 힘든데.. 어제는 운동 안 가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아르바이트 가겠다는 전화였어요.
저 혼자 먹을까 말까 하던 차였는데... 아들 아이 들어온다는 전화에 밥부터 안치고 뭘 해야 할까.. 싶다가.. 된장찌개를 끓였어요.
아침에 끓인 수박찌개도 남아 있지만 ..오랜만에 저녁 먹으러 오는 아이한테 먹던 찌개 주기는 왠지 좀 그렇더라구요..
사철.... 언제 먹어도 맛있는 된장찌개이긴 하지만 그래도.. 된장찌개가 여름에 가장 맛있는 이유는 제철 맛있는 채소... 양파, 풋고추, 애호박이 있기 때문일 거에요. 된장찌개는 따로 멸치육수를 내지 않고 그냥 처음부터 멸치를 넣고 끓여야..맛도 진하고 간편하기도 하고요.

갑자기 메뉴준비도 되질 않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부추전..다시 반죽해서 새로 구웠어요... 늘 먹어도 잘 먹는 부추전이거든요.
바삭하니 구워서..통째로 올렸어요..부추전은 뜯어먹는 재미가 있잖아요.

아침에 먹던 수박찌개도 한켠에 놓고... 먹었는데....
아들 아이... 근데.. 과일로도 찌개를 끓여서 먹으니 좀 웃겨요.. 그러네요..
웃기거나 말거나..맛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ㅎㅎㅎ
수박찌개... 이거.... 푹 무르게해서 먹으니... 진국이더군요..
좀 더 여러가지 국물 맛으로 연구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저녁을 오붓하니 단둘이 먹고서.... 아들 아이 학원으로 출근하기 전에.... 아파트 한바퀴 산책을 했어요...
아들 아이 팔장을 끼고.. 아들 아이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말이죠.
남편과 데이트 할 때랑은 또 다른..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출근을 하고... 막내... 11시에 야자를 마친 시각에 픽업을 하고... 12시 10분경... 일본 출장을 갔던 남편이 아들 아이를 태우고 귀가...며칠 만에 함께 한 가족들..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과일을 먹고.... 늦게서야 잠자리에 들었지요.

아뿔싸~~~ 6시 1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늘 4시에서 4시 반경에 일어나는 저에겐 무척 늦은 시각이 아닐 수 없는데...
아마도 이번 출장에 강행군을 해서 무척 고단했던 남편... 몸을 주물러 달라고 엄살을 부립니다...
나 늦었어요.... 그리고 나도 아픈데~~~그랬더니...하루 종일.. 집에서 노는 사람이 뭐가 아프냐고....
하지 말아야 할 소리를 하네요..이론.... 남자들... 되로 주고 말로 받을려고..이럴 때 보면 참 눈치코치가 없는 무뇌아같다니까요...ㅠ.ㅠ 그래도.. 자상할 때가 훨씬 더 많고... 자신보다 절 배려하는 따뜻한 남자일 때가 더 많으니...용서를 해주지만요.
늦게 일어나서 그런지 뭘 해야 할지...... 갑자기 막막해지고.. 그래도 어제 밤 늦게 잡곡과 쌀을 씻어서 불려 놓아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어요. 오늘 이런 저런 걸 해야지..하고 맘 먹었던 것들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후다닥 빨랑 해야 합니다.
냉장고에서 생선 꺼내는데...
생선..생물을 사다.... 냉동시키는 것이 아무래도 맘에 걸려서... 빨랑 먹어야지 하면서 냉장실 신선칸에 보관했다가... 미처 다 먹질 못한 생선인데..신선도가 좀 떨어져있네요.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이럴 때 저에게 참 화가 납니다.. 혼자 야무진 척은 다하면서... 이렇게 빈틈도 많거든요. 다 먹질 못하게다 싶으면 냉동을 시켜 놓았다가 먹었어야 했는데.....
생선구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바삭하니 굽는데..역시나.. 신선하질 못해서 그런지 형태도 엉망이고... 냄새도..약간은 쿰쿰한 냄새가 나네요.. 짜증이 밀려오면서 자꾸 화가 나더라구요..
사실... 자기의 잘못을 가장 잘 아는 건 자기 스스로이지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그래서... 스스로의 실수에..용납이 잘 안되고.. 화가 날 때도 많아요.
이럴 땐.......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신호..경고가 아닐까..그렇게 받아들이면서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젤 좋아요.
그리고 이 상태를..그나마 가장.. 좋게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냄새를 잘 흡수하는 건 바로 양파입니다... 그래서 튀김를 몇차례 했을 때... 기름에 여러가지 잡냄새가 나면 양파를 한조각.. 튀기면 조금 나아지지요. 왜나면 양파는 기름의 산패를 막기 때문에, 사용한 튀김기름에 양파 몇 쪽을 튀겨 내면 비린내, 누린내가 사라진다고 그러거든요..오늘도 생선구이팬에 양파를 조금 썰어서 함께 구웠어요.. 양파는 물론..먹질 못하겠죠? 양파를 넣으니깐 훨씬... 냄새도 낫아지고... 생선에도 양파 향이 더해져서 괜찮아졌어요.

한쪽 프라이팬에선..어제 저녁 남은 부추전 반죽으로 부추전을 굽고..

그 프라이팬에.. 새송이버섯을 볶는데....
오늘은 하나같이 신통치가 않은 것 같아요.. 같은 방법..같은 계량으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예전에 볶아 먹던 새송이버섯이 나오질 않더라구요.
주방에도 머피의 법칙은... 적용되나 봐요...

역시 아침에 만든...시원찮은 꽁치조림.. 총체적인 난국이 계속되고 있군요....
아놔~~~ 어떡해요?

김치라도 한포기 다소곳이 썰어놓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썰어 놓았어요... ㅠ.ㅠ

그렇게 차려진..총체적인 난국...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 우리집 아침밥상....

된장찌개는 어제 저녁에 미리 끓여 놓은 거구요...

립조림도 어제 만들어 놓은거라.. 그나마 이 땟깔이 나온 것 같구요.

과일이라도.. 정성껏 썰어 후식으로 먹게 해줘야 할 것 같아서...몽땅..통일하여 무늬칼로 썰어 주었어요...


괜히.....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대로 식구들...맛있게 아침을 먹긴 먹었는데... 이 찜찜한 기분 뭘까요?
오늘은... 아무리 덥더라도... 주방에서 뭔가... 뚝딱거려야..제 마음이 좀 나아질 것 같은 그런 아침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