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웃겨? 왜 자꾸 웃어..
(나직) 어떻게 교장 선생님한테 갈 생각을 했을까.
(피식) 그러게. 근데 그거 나름 논리는 있어. 그찮아, 애들 잘못하면 선생님한테 가니까 선생님이 잘못했다 싶음 교장 선생님한테 가는 거지. 아무튼, 좀 황당하셨을 거야. 기껏 와서 한단 소리가 선생님들이 개구리 먹이..J가 아까 뭐랬지, 뭘 줬댔더라..암튼 그런 거는 주면 안 되는데 준다고 고발이라니..히히.
근데, 진짜 다행이야. 그럴 때 선생님 한 마디가 애한테는 참 큰데, 그렇게 따뜻하게 얘기도 들어주시고..애를 손님 대접 해 주시고. 그거 진짜 큰 건데. 아까 J 얼굴 봤지. 말할 때 너무 얼굴 좋았어. 지도 좋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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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야 엄마 왔다.
응 엄마 안녕.
이게 뭐니?
교장 선생님이 줬어.
배를?
응.
왜?
난 몰라.
너만 주셨어?
그런 것 같은데. 나 잘 몰라. 왜?
아니 그냥. 그리고 J 야. 줬어가 아니고 주셨어야.
근데..너 교장 선생님 진짜 좋으시다. 우리 J 학교 잘 다니라고 이런 것도 주시고.
엄마는 학교 다닐 때 이런 거 받아 본 적 한 번도 없어.
근데 엄마, 껍질이 좀 이상한데.
아니야. 너 좋은 거 주신 거야. 이거 이따 아빠 오시면 시원하게 해서 먹자.
과일 뭐 줄까요? 포도?
어.
엄마, 그건 언제 먹어?
뭐?
그거..배.
아 그거. 그래 그것도 같이 먹자.
이거요, 교장 선생님이 주신 거여요. 알고 먹으셔.
웬 배를..
J 주셨대. 너무 고맙지? 근데 이거 얼룩배 같지 않아?
얼룩송아지가 아니고 얼룩배.
J 야 너 얼룩송아지 모르지. 얼룩송아지 노래도 있는데.
엄마, 내가 당연히 모르지.
그거 동요야. 엄마 소는 얼룩소 엄마 닮았네. 엥, 이거 아닌 것 같은데.
아니 그 노랠 어떻게 하더라.. 엄마아~엄마아~엉덩이가 뜨거워
이것도 아닌데 J 아빠, 자기가 해 봐봐.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이렇게 하는 거 아닌가.
히히, 맞다. 근데 내가 부른 것도 송아지 노래는 맞어.
오, 맛 좋은데. J 야 맛있지. 여보 이거 맛있다 그치.
응.
좋네.
엄마가 나중에 선생님께 카드라도 한 장 써야겠다.
뭐라고 써?
얼룩배 주셔서 감사하고 맛있게 먹었다고. 추억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엄마가 쓸거지.
그럼 내가 쓰지 니가 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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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우러나와 저절로 쓰고 싶었던 카드, 하지만 쓰려고 드니 망설여졌다.
요즘 누가 카드만 써 보내려나 싶은, 괜한 생각 때문이다.
그런 분 아니시고, 이런 생각이 든다는 자체가 부끄러울 일이란 생각도 있었지만,
일단 머뭇거림이 오니 겨우 서너 줄의 카드 쓰기가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아이가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칠 무렵이 되면,
여름에 왔고 가을을 다 보내고, 자연스럽게 겨울을 맞게 되는 때가 되면,
카드보다는 조금 길고, 편지보다는 조금 짧은 엽서를 한 장 적어 드리고 싶다. 얼룩배 사진 곁들여서.
얼룩배를 받은 그 순간 바로 감사했고,
늘 약간씩의 조마조마함으로 학교 다녀 온 아이 안색을 살필 때마다
또 항상 감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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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점심은 맛있게들 드셨는지요?
전 오늘, 먹으라고 나온 식사는 문제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입맛이 돌지 않아서 잘 못 먹었습니다.
집나간 입맛 찾는단 핑계로 와 봤습니다.
얼마 전 추석 좀 지났을 때 저희 집 이야기 들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