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에 글 올리는 저력. 저 이미 추석 때 사람이기 포기했잖아요. 아니, 명절 담날 겉절이
담그고, 평일 제사 전날 김치 담그는 사람이 어디있답니까!! 것두 겁도 없이 생애 최초로 말이죠.
(어... 쓰고 보니, 울 엄마는 제사 전날 항상 새김치 담그셨네요. -_- 그 엄마의 그 딸.)

이 모든 게 남편의 주말 산행 때문이에요. 매일 주일 아침마다 등산 간다고 김밥 싸주다 보니,
8시 반에 내보내고 나면 시간이 널널하잖아요. 주방은 어차피 폭탄이고. 정말 소꿉놀이 하듯이
이것 저것 도전해 본다니까요.
날이 쌀쌀해지면서 김밥만 들려 보내기 좀 그래서 오뎅탕을 끓이기로 했어요. 육수는 전날
미리 내어 놨구요. 황태머리, 양파, 대파, 다시마, 표고버섯, 멸치. 오뎅 맛이 강하니까 새우,
마른 홍합은 패쓰.

물이 팔팔 끓으면 다시마는 건져 내구요, 야채도 무르도록 익으면 건져내요. 그래야 국물이
탁해지지 않는답니다. 저 초보 맞지만 육수 만큼은 지대 고수예요. ^^V

다음 날 큼직하게 썬 무우와 어묵들을 넣고 폭폭폭 끓여줘요. 이렇게 끓이면 육수 맛이 깊어
따로 간할 필요도 없어요. 재료와 시간만 있음 오뎅탕 만큼 맛 제대로 내기 쉬운 음식도 또 없죠.

짜잔~ 무우는 익으면 썰어서 커터로 이렇게 찍어줘요. 모양도 모양이지만, 오뎅탕의 별미가
또 간장에 찍어 먹는 무우 맛이잖아요. 사이 좋게 나눠 먹으려면 이렇게 조각을 내줘야. ㅋ

또 짜잔~ 김밥과 오뎅탕은 언제 만나도 좋은 친구~~

산행 멤버가 한명 또 늘었어요. 돼지불고기찜 넣어 싼 양배추쌈과 함께. 친환경 종이컵 3개,
나무젓가락 3개, 물티슈 3장, 냅킨 3장. 엣지 작렬입니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라도 있을라치면
진짜 뻘쭘 하겠죠? 흐흐.

지난 주에 해본 건데, 프로방스님의 황태갈비예요. 대문에 오래도록 노출되어 있었지만, 이건
정말이지 두고 두고 인구에 회자돼야 하는 명물이어요. 처음 하면서 겁도 없이 세마리나 샀다죠.
저, 님들 칭찬 믿고 넘 무모하게 지르는 거 아니어요? 근데, 어째요. 자꾸 성공해요. 미치겠네.
황태는 물에 불려서 잔 가시들을 다 손질해줘요. 넘 오래 불리면 황태 맛이 없어지니까 그냥
살이 포실포실 해졌다 싶을 만큼만 불려 주세요.

프로방스님 사진에서는 칼집이 적나라하게 보이던데, 전 애써 칼질한 보람도 없이 하나도 안
보여요. 암튼 뒷쪽에 칼집을 촘촘히 내어 주세요. 눈에 안보여도 지들은 알겠죠 머.

전 간장게장한 간장물이 넘 맛나서 그걸로 이리 저리 요리에 넣고 있어요. 이번 황태 갈비도
딴 거 없이 간장 게장 간장물에 다진 마늘만 넣어줬어요.

간장물에 담가줬는데... 음, 후라이팬에 올라 있는 거 보니 당장 조리거나 볶을 태세죠?
그냥 뭐 넓은 볼이 없어서 후라이팬에 잠깐 업종 변경 요청.

10분 정도 담갔다가 건져내서 간장물이 속에까지 배이고, 남는 간장물이 빠질 때까지 켜켜이
쌓아서 한 30분 뒀어요. 굳이 그렇게 오래 둘 필요 없더라구요. 양념이 살짝만 배어도 맛있겠어요.

찹쌀가루와 전분가루를 반반씩 섞은 가루를 꼭꼭 눌러 묻혀 줬어요.

좀 놔두심 허연 탈을 벗고 깜장 본색을 드러내요. 다시 꼭꼭 눌러 한번 더 묻혀 주세요.

기름을 넉넉히 둘러 튀기 듯이 구워 주심 끝!

진짜 끝장납니다. 무슨 발명품 같아요. 프로방스님 감사 감사!!

제가 요리 하면서 간 보는 것 외에는 거의 안 먹거든요. 하고 나서도 잘 안 먹어요.
근데 이건 자꾸 집어 먹게 되네요. 겉은 바삭 바삭, 속은 부드럽고. 어르신 들도 좋아하실 것 같고,
아이들도 넘 좋아할 것 같아요. 재료가 황태이다 보니 격식 있는 상차림에도 잘 어울릴 것 같구요.
탕수 소스에 버무려도 좋을 것 같고, 파채 같은 걸로 장식하고 겨자 소스 뿌려주면 아주 근사한
잔치 요리도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냉장고에 넣어 뒀더니, 주말 지나면 또 무슨 밑반찬 있나 궁금한 울 배째라 남편,
그날은 급 달려와 묻더군요. "OO야, 냉장고에 있는 그거 뭐야? 갈비야? 소고기야? 우와,
딥따 맛있다." 그러고 이틀 후 황태 갈비는 자취를 감추었어요. 세마리나 되었는데 말이죠.

총각김치가 김치 치곤 제일 쉽다더니. 무우 손질만 하면 끝이라더니...
왜 끝인지 이제 알았다지요. 손질이 너무 힘들잖아요, 엉엉.
(저 키보드 치키도 힘들어요, 팔 아파서. 엉엉엉.)
김밥 재료가 몇개 모자라 마트에 갔더니 알타리 무우가 나왔더라구요. 어찌나 앙증맞고,
이쁘던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총각 김치 함 담가봐야지... 겉저리 담근 이후로
늘 벼르고 있던 저 냉큼 주워 담았답니다.
김치, 평생 안 담가 먹으려고 했는데... 참 신기하게도, 울 시엄니 김치 맛이 울 엄마
김치 맛과 비슷했거든요. 한참 시엄니 미울 때에도(쉿~) 그게 신기했어요. 그런데...
올해부터 어머님 김치 맛이 들쑥 날쑥 해요. 한번은 엄청 짜더니... 식구들이 짜다고
한마디씩 하니 그 다음에는 아무 맛 없이 밍숭 맹숭 하더라구요. 어머님도 늙으시는구나...
왜 그리 마음이 짠 하던지...
암튼 그래서 저 김치 담기 시도 중이에요. 다각도로.
알타리 무우 두단 사왔어요. 처음이면 한단만 하지, 왜 또 두단이래!! 하여튼 무모 백단.

결혼할 때 수저 한벌까지 다 엄마가 해주셨다 했잖아요. 결혼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것들이 종종 눈에 띄였어요. 정말 쓸모 없을 것
같은 것도 살림 하다 보니 '아~ 이래서 이걸 사주셨구나!'싶더라구요.
이 크기별로 촘촘이 구비된 스텐볼 세트도 요즘 김치 담기 시작하니 얼마나 요긴한지...
이거 없었음 김치 못 담갔을 거예요.
저 요리사 아저씨는 세제통인데요, 참 저런 건 또 어디서 사셨을까요...
이거 발견하고 '우리 딸, 신혼인데 설겆이 할때마다 이거 봄 알콩 달콩 재밌겠다' 상상하며
즐거워 하셨을 엄마 생각하니... 제가 음식하는 걸 좋아하는 한 엄마는 매일 매일 주방 한켠에
같이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무모하게 막 질러 보나봐요.
막히면 뭐 82cook이 있잖아요. ㅋ 저 82coo 홍보 대사? 아니 홍보를 딴데 가서 해야지,
왜 집 마당에서 하고 난리래요? 오늘은 이만 수다 각설하고 김치에 올인하겠습니다.

알타리 무우는 뿌리 부분에 흙과 불순물이 많대요. 그래서 칫솔로 깨끗이 닦아 줬어요.

알타리 무우는 칼로 껍질을 벗겨 버리면 쉬이 무른대요. 그래서 수세미로 닦아 줘야 한대요.
수세미로 박박 닦아 내느라 제 팔 완전 녹초 되고, 새로 산 수세미는 너털너털...

어찌나 깨끗이 손질했는지, 아주 광택이 나죠? 흐으윽... 팔 빠질 만큼 손질하고 보니, 반이나
남았어요. 저, 진짜 울고 싶더라구요. 김치, 쉽다 쉽다 하지만 정말 아무나 담그는 거 아닌 듯.
김치 담그는 대한민국 주부들 만세!!!

천일염을 켜켜이 뿌려줘요. 2시간 쯤 절여 놨구요, 중간에 두어번 뒤집어 줘요. 무우랑 잎사귀
부분은 절여지는 강도가 다르니까 잎사귀 부분은 한 쪽으로 모아서 살짝만 절여 줬구요.

찹쌀죽은 미리 쑤어서 식혀 놨어요. 찹쌀가루를 풀어서 쓰기도 하지만, 이렇게 죽을 쑤어 주는
게 양념이 훨씬 더 찰지게 붙어 있는다고 해서요. 공부, 공부...
하다 막히면 시엄니께 전화 해요. 한가지 여쭤 보는데, 첨부터 끝까지 설명해주셔서 전화비
많이 나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김치 마저 저 혼자 뚝딱 뚝딱 해먹는다 하면 어머님 힘빠지실
것 같아서요.

쪽파, 태양초 고춧가루(참 시키는 대로 잘도 한다.), 무우 3분의 1 채 썰고, 찹쌀풀. 그리고, 생강,
마늘, 배 4분의 1쪽, 양파 1개, 믹서에 갈아줬어요. 양념은 까나리 액젓 6큰술, 시엄니가 담가주신
새우젓 6큰술, 그리고 또 시엄니가 담가주신 매실엑기스.

캬~ 역시 햇고춧가루라 때깔이 다릅니다. 양념장 냄새만 맡아 봐도 성공 예감이 물씬~
음, 실은 뭐 예전에는 별로 안 맡아 봤어요. ^^;; 그냥 감이...

소금에 절이니까 색감이 더 파릇파릇 하죠?

아주 큰 건 적당한 굵기로 썰어주구요, 대부분은 그냥 놔뒀어요. 뭐 베어무는 즐거움도
한 몫 하니까. ^^


짜잔~ 나란히, 나란히~ 알타리김치가 김치 담기 초보용이라고 하는데, 왜 일케 힘든 겁니까.
저 아직도 팔이 얼얼해요. 손질하면서 정말 울고 싶었어요.
엄마들은 뭐든 해도 후딱 후딱, 쉽다 쉽다 하시잖아요. 저렇게 손질하고, 노동력 들어가는 건
일이라 생각지도 않으시나 봐요...
어렸을 때, 엄마 김장 담그심 항상 보쌈 사다가 김치 겉절이 해먹곤 했죠.
쭉 찢어서 밥에 돌돌 말아 먹는 그 김치... 참 그리워요. 이런 수고로움이 있었다는 걸 알았음
정말 금치라 생각하고 더 감사히 먹었을텐데.
겨우 초보용 총각김치 한번 담고 소회가 너무 깊었나요? 김장 한번 하고 나면, 대통령 표창
받겠다 설치겠어요. 근데, 줘도 안 받겠어요, 이번 분 꺼는.

이렇게 초보 티 팍팍 내고 물러가기엔 나름 82cook 단골 멤버로서 좀 부끄러워요.
저의 필살기입니다. 밤 삶고 까기.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