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잡곡이 많지 않아 흑미를 좀 적게 섞었더니 밥색이 흑미를 넣은건지 안넣은건지...
흑미를 더 섞어도 괜찮겠죠?^^
흑미하니까...생각나는 얘기가 있네요. 만년초보1님처럼 얘기해볼까요?
저는 조부모님 아래서 자랐거든요. 늘 두분 생각하면 맘이 싸해지는게...
특히 검정쌀을 보면 저희 할아버지가 생각이 많이나요.
대학교때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많이 회복이 되셨어요.
거동도 하시고 가족도 거의 다 알아보시고 아무튼 할아버지가 그런 상황이셨는데 할머니와 둘이
사셔서 멀리사는 자식들은 모시지 못하는 죄책감에 그나마 돌아가면서 자주 찾아뵙고는 했죠...
제가 대학교때인가 그땐 외지서 다니니까 시골서 두분만 사셨는데 농사를 짓지 않으셔서 그런지 검정쌀을
잘 모르셨어요. 저희 아빠가 밥에 섞어 드시라고 검정쌀 한되를 가져다 드렸죠..
대추랑 생강을 넣어 올 겨울 먹을 차를 만들었어요. 꿀과 흑설탕을 넣었답니다.
꿀이 많아서 꿀로만 하려했는데 왠지 모를 섭섭함에 설탕과 같이 넣어 재었어요.
제가 손이 좀 작아서 양이 좀 작은듯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버려지는것보단 낫겠쬬?
잘 숙성(?)되어 우리가족 올 겨울 건강을 지켜주길...근데 이거 숙성이 언제되서 먹나요??
근데 할머니가 흰쌀에 조금 섞어서 밥을 해야 하는데 망각을 하시고 세상에나 검정쌀로만 밥을 한거에요.
검정쌀로만 밥해보셨나요? 저두 보지는 않았는데 할머니 말씀으론 탄밥도 그리 탄밥이 없었다네요.ㅎ
밥이 너무 맛이 없어서 못 드시겠더래요.
소시적 농사짓던 노인네라 먹을거 버리면 죄된다는데 버릴수도 없고 어쩌나 어쩌나 하다가
식혜를 만들면 달달한 맛에 먹겠다 싶어서 그 밥으로 식혜를 만드셨답니다.
맛이 있었을까요? ^^; 할머니는 까만 그 식혜도 맛이 없어서 드실수가 없더래요...쌉쓰름하니 식혜맛이 아닌...
쌀에 엿기름까지 넣어 식혜까지 만들었는데 더더욱 버릴수가 없었던 할머니...
어떻게 하셨을까요?? ^^
할아버지는 쓰러지신 후유증때문에 약을 복용하고 계셨는데 식사가 끝나시면 본인이 꼭 약을 챙겨 드셨었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께 몸에 좋은 다린 물이라고 한약같은거니 드시라고 해서 드렸는데
한입 드시곤 약인데 좀 달달한거 같네 하시며 잘 드시더랍니다. ^^
그래서 할아버지가 그 검정쌀 식혜를 다 드셨데요. 상한음식 못먹는 음식 드린것 아니니까
저희 할머니 너무 하시다 하지 말아주세요...^^;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는 아직 그때 드신게 식혜인줄 모르고 약인줄만 알고 계시겠죠?
만년초보1님이 이야기 하시는걸 읽다가 저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주저리 해봤어요.
다들 건강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