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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옆집할머니 이야기... - >'))><-

| 조회수 : 14,258 | 추천수 : 121
작성일 : 2009-09-14 09:11:32
옆집에 모 카메라회사 일하시다가 오래전에 정년퇴직을 하시고
연금으로 생활을 하시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손주뻘되는 우리아이들을 늘 귀여워해주시지요.


일년전쯤 일인데 센트럴 에어컨 (중앙공급식?)을 설치하면서
그간 고장이나서 쓰지않았던  구형 에어컨을 철거했답니다.
고장난 에어컨을 철거하고나니 에어컨주위가 습기로 나무가 다 삭아서
떼어내고 그 일부분만 나무벽을 새로 대셨다네요. 

이쪽지역의 중산층 가옥에서 많이보는 나무판을 곁대가며 이어붙이는 건축공법인데
돈이 없으신지 몇달동안을 내내 방치해두셨지요.

퇴근하면서 집앞을 지날때마다 보면서 늘 맘에 걸렸는데 
휴가기간중 날을 잡아서 페인트를 해드리기로 했어요.



(애들하고 집사람이 페인트칠 구경왔다가 찍은 사진)


프라이머라는 초벌체인트를 칠하고 다 마른다음에 본 페인트를 칠하는데...
처음엔 롤러로 휙휙하면 30분이면 다 되겠지...했더니만
나무에 섬세한 골이 많이 파있어서 일반솔로는 페인트가 잘 먹질 않더군요. 



한 세시간 걸렸나... 초벌페인트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할머니가 비닐봉다리에 뭘 한꾸러미 주십니다.



그날 아침일찍 Farmer's Market (읍내의 장같은데) 에서 산 야채라고 가져가 먹으라고 하시네요... ^^




그후 일주일...
초벌페인트가 완전히 마른후 그위에 덧칠을 해드렸는데
덧칠한날엔 애들하고 먹으라고 군고구마를 한봉지 건네주셨어요. ^^



첨보는 보라색 고구마...

맛은 일반 군고구마하고 95%비슷한데
밤고구마처럼 퍼석하지도 않고 물고구마처럼 물컹하지도 않고
달콤하면서 어딘가 살짝 쫀득한 맛도있고.

꽤 맛있네요. ^^



저 고구마는 사진찍고 사월이한테 뺏김. ^^;;





근데 본론은 그게 아니고

그동안 그렇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셨던 옆집할머니께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올해 초부터 기운이 없어보이시더니
작년쯤 우울증진단을 받으시고 처방약을 드시더군요.

그러다가 좀 나아지시겠지.. 했더니 요즘엔 점점 연세가 들어가시는게 눈에 보일정도로 달라지십니다.
요전 겨울때까지만해도 참 정정하셨는데 마음도 많이 약해지시고 카랑카랑하던 목소리도 변하시고
눈빛도 어딘가 촛점이 없으세요..

저번주에는 집사람에게 전화가 왔다던데 
"시급을 줄테니 자기집에 와서 청소하고 음식좀 해달라"고 하셨데요.
그런 부탁을 하시는 분이 아닌데 무슨일인지...

물론 애들 뒤치닥하는라고 그럴 시간도 안나거니와
그간 친하게 지내던 이웃인데 돈받고 일해줄 사이도 아니고...

집사람은 잠깐 고민을 하더니 저한테는 이야기를 않하는데
그때부터 음식을 준비해서 저녁에 전해드리고 있는것 같네요.

집사람 성격으로는 아마 옆집할머니 돌아가실때까지 수발해드릴것 같은...

저야 인간이 안됬으니까 솔직한 심정으로 조금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엄니도 자식신세 안진다고 혼자사시는데 엄니생각하면 남일 같지가 않네요.
뭐 건강하실때 할수있을만큼 잘 해드려야죠.

우리엄니 살아계실때 잘해드려야하는데 이놈에 주둥이만..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홍앙
    '09.9.14 9:22 AM

    마음이 물질과 다르지 않다고 하잖아요! 아마 어머님께서도 훼리님의 따뜻함을 느끼고 계실거예요....... 월욜 아침에 난로 쬐고 일주일 내내 온기 퍼트릴 수 있기를.....

  • 2. 프리
    '09.9.14 9:31 AM

    월요일 아침...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인간이 안되셨다는 부관훼리님의 옆집 페인트 칠해주기나... 부인의 음식 나누기나....정겨운 세상임을 보여주기에 마음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인 것 같아요..
    그걸 이 아침에 보여주시네요... 감사^^

  • 3. 프리치로
    '09.9.14 9:44 AM

    옆지기님께 정말 잘해드려야겠어요. 너무 착하신 분이네요.. 빨리 옆집 할머니가 우울증에서 벗어나셔야 하는데... 제가 가서 인라인을 가르쳐드릴수도 없고..참...(운동이 우울증 탈출엔 최고죠..) 다 잘되길 바랄께요. 복받으실거에요... (그런데 저도 쪼꼼 못된성격이라 그런지.. 부담스러울거 같아요..-_-;; )

  • 4. sm1000
    '09.9.14 10:22 AM

    이젠 광어 포기 하셨나봐요..ㅎㅎㅎ

  • 5. 윤주
    '09.9.14 10:32 AM

    광어 포기하신 훼리님.....ㅎㅎㅎ
    착한 마눌님 음식 가져다 드릴때 할머니하고 대화 많이 하시고 오시면 좋겠어요.
    우울증이 심하신것 같다니 친구가 필요할것 같네요.

  • 6. lake louise
    '09.9.14 11:37 AM

    어머님생각에 광어생각 빼신거죠..............
    참 따뜻하신분같아요. 양보심도 많으시고- 아이들 위해 출근시간도 감내하시니-
    그리고 언제나 적당하고 적절한 유머감각도 멋있으세요.

  • 7. 푸른하늘
    '09.9.14 12:26 PM

    복짓는게 다른게 아니지요...남한테 잘해준거 어디 안간답니다.
    두루두루 좋은일 많이 생기실 거에요~
    아내분이 참 선하고 착하시네요^^

  • 8. 아들둘
    '09.9.14 1:39 PM

    정말 좋은일 하세요..맘이 넓은신게 보여요..
    존경스럽기까지 하네요..
    저두 배웠네요..

  • 9. Hepburn
    '09.9.14 2:05 PM

    어머..그렇게 바쁜신 중에도 이웃에 관심도 갖으시고 몸소 도움도 드리다니..
    아내 되시는 분도 정말 좋은 일 하시네요, 안되셨다..라고 생각은해도
    직접 도움을 드리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ㅎㅎ 고구마가 얼마나 맛있었으면 아빠것 까지..

  • 10. jeni yun
    '09.9.14 3:42 PM

    전 외국(독일) 생활하면서.. 너무 이곳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많이 받구 있구요--

    제 친구들이 제 얘기 들을때마다 놀래고,.. 저더러 책 쓰라고 할 정도로요-^_^;;
    한국에선 상상도 할수 없었던 그런 도움을 거저, 기꺼이 마음을 담아 주시더라구요.

    근데, 어느날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어요.
    저희 어머니께서 남들을 많이 도와주셨거든요.
    제 어렸을때 기억엔 어머니가 이곳저곳 봉사를 참 많이 다니셨던걸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어머니가 그때 하신 봉사가 저에게 돌아오는구나. 라는 생각..

    ...아마 자녀분들의 앞날에 크나큰 복이 되어 돌아올겁니다. ^_^

  • 11. moonriver
    '09.9.14 3:46 PM

    좋은 일 하시느라 광어생각이 멀리 멀리 달아나 버렸다 봅니다~

  • 12. 순덕이엄마
    '09.9.14 4:49 PM

    시간도 없는 사람이 페인트 칠해 드리는것도 쉬운일 아니었지만 매일 챙겨드리기...쌍둥엄마가 정말 큰 결심 했네요. 마음이 짠하다...ㅠㅠ
    연세 있으셔도 꼿꼿하시고 멋져 보이던 그 할머니 저도 기억해요.

  • 13. 개죽이
    '09.9.14 7:15 PM

    마음이 짠하네요.
    할머님이 얼른 건강을 되찾으셔야 하는데...

  • 14. capixaba
    '09.9.14 9:14 PM

    사진속에 광어를 숨겨 놓으시고....^^
    사월이랑 찐빵이가 항상 행복한 얼굴인 이유를 알겠네요.

  • 15. lake louise
    '09.9.14 10:42 PM

    어머,어머,,맞아욧! capixaba님 말씀대로 사진 왼쪽밑에 광어가.........................

  • 16. sera
    '09.9.14 10:47 PM

    맘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 네요.
    전 미국서 살때 알게된 할머니랑 친딸과 엄마처럼 지낸답니다.
    서로 외로울때 지켜주고 보살펴준 일이 계기가 되었지요.
    지금은 제가 한국에 있어 자주는 못 만나지만 ....
    미국에 가면 제일먼저 공항에 달려 나오시더라구요.
    지난번엔 헤어질때 초코렛을 사가지고 달려와 출국심사 줄서있는데....
    가드라인 및으로 초콜렛을 전해 주시는맘이 꼭 한국 할머니 같더라구요.
    인연이란 잔잔한 따뜻함과 함께 오는것 같아요.

  • 17. u.s 맘.
    '09.9.15 7:25 AM

    할머님께 행복이 찿아 왔으면.."
    늙는다는건 껍데기 뿐..맘은 항상 젊은데 말이죠..
    노후에 찿아오는 우울증 생각만 해도 눈가가 촉'촉'

    따뜻한 맘 항상 간직하세요~`

  • 18. Terry
    '09.9.15 8:51 PM

    아이고... 그 할머니 짠하네요... 미국은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병이 생겨 혼자 살림하기 힘들어지면 나라에서 양로원이나 복지시설에 데려다주는 복지제도가 없나요? 유럽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일단 혼자 생활하기가 이제 벅차다..싶으면 나라에 SOS를 치면 가지고 있던 집이랑 부동산을 나라에서 싸악 갖고 그 대신 노년을 완전 책임져준다더군요.. 재산이 많고 세금을 많이 냈던 사람은 양로원도 호텔급.. 덜 낸 사람은 좀 덜 좋은 시설로...
    어쨌든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울 나라 양로원..과는 완전히 다른 그저..실버타운 같은 개념인 것 같아요.) 사유 부동산을 싸악 나라에 반납하는 걸 보면...그래..유럽은 거의 사회주의 개념이 강하구나.. 싶기도 하구요. 한국 같음 난리가 날 것 같네요... 그나저나 그 할머니... 청소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 에효..늙는 건 참 두려운 일이네요..

  • 19. 녹차잎
    '09.9.16 8:50 PM

    젊었을때는 젊었을때 나름힘들고 늙으면 늙어서 힘들고.. 힘냅시다. 그래도 좋은 세상입니다.
    요즘 ~`~~행복합니다. 새로 직장을 구했는데. 약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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