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으로 생활을 하시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손주뻘되는 우리아이들을 늘 귀여워해주시지요.
일년전쯤 일인데 센트럴 에어컨 (중앙공급식?)을 설치하면서
그간 고장이나서 쓰지않았던 구형 에어컨을 철거했답니다.
고장난 에어컨을 철거하고나니 에어컨주위가 습기로 나무가 다 삭아서
떼어내고 그 일부분만 나무벽을 새로 대셨다네요.
이쪽지역의 중산층 가옥에서 많이보는 나무판을 곁대가며 이어붙이는 건축공법인데
돈이 없으신지 몇달동안을 내내 방치해두셨지요.
퇴근하면서 집앞을 지날때마다 보면서 늘 맘에 걸렸는데
휴가기간중 날을 잡아서 페인트를 해드리기로 했어요.

(애들하고 집사람이 페인트칠 구경왔다가 찍은 사진)
프라이머라는 초벌체인트를 칠하고 다 마른다음에 본 페인트를 칠하는데...
처음엔 롤러로 휙휙하면 30분이면 다 되겠지...했더니만
나무에 섬세한 골이 많이 파있어서 일반솔로는 페인트가 잘 먹질 않더군요.

한 세시간 걸렸나... 초벌페인트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할머니가 비닐봉다리에 뭘 한꾸러미 주십니다.

그날 아침일찍 Farmer's Market (읍내의 장같은데) 에서 산 야채라고 가져가 먹으라고 하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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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일주일...
초벌페인트가 완전히 마른후 그위에 덧칠을 해드렸는데
덧칠한날엔 애들하고 먹으라고 군고구마를 한봉지 건네주셨어요. ^^

첨보는 보라색 고구마...
맛은 일반 군고구마하고 95%비슷한데
밤고구마처럼 퍼석하지도 않고 물고구마처럼 물컹하지도 않고
달콤하면서 어딘가 살짝 쫀득한 맛도있고.
꽤 맛있네요. ^^

저 고구마는 사진찍고 사월이한테 뺏김. ^^;;
근데 본론은 그게 아니고
그동안 그렇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셨던 옆집할머니께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올해 초부터 기운이 없어보이시더니
작년쯤 우울증진단을 받으시고 처방약을 드시더군요.
그러다가 좀 나아지시겠지.. 했더니 요즘엔 점점 연세가 들어가시는게 눈에 보일정도로 달라지십니다.
요전 겨울때까지만해도 참 정정하셨는데 마음도 많이 약해지시고 카랑카랑하던 목소리도 변하시고
눈빛도 어딘가 촛점이 없으세요..
저번주에는 집사람에게 전화가 왔다던데
"시급을 줄테니 자기집에 와서 청소하고 음식좀 해달라"고 하셨데요.
그런 부탁을 하시는 분이 아닌데 무슨일인지...
물론 애들 뒤치닥하는라고 그럴 시간도 안나거니와
그간 친하게 지내던 이웃인데 돈받고 일해줄 사이도 아니고...
집사람은 잠깐 고민을 하더니 저한테는 이야기를 않하는데
그때부터 음식을 준비해서 저녁에 전해드리고 있는것 같네요.
집사람 성격으로는 아마 옆집할머니 돌아가실때까지 수발해드릴것 같은...
저야 인간이 안됬으니까 솔직한 심정으로 조금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엄니도 자식신세 안진다고 혼자사시는데 엄니생각하면 남일 같지가 않네요.
뭐 건강하실때 할수있을만큼 잘 해드려야죠.
우리엄니 살아계실때 잘해드려야하는데 이놈에 주둥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