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과 함께 저희 커플이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 중 하나가 "골뱅이"입니다.
원래 이번 주에는 다른 요리를 하려고 레시피를 몇 가지 골라놨었는데,
(사실 그 레시피는 참으로 뻑적지근한 것이었습니다. -_-;;;;;;;;;;;;)
여자친구가 갑자기 "골뱅이"를 먹고 싶다는 거예요.
특히, 을지로 입구역에서 내리면 명동 들어가는 초입에 골뱅이 골목이 있는데 혹시 아세요?
파채와 소면과 함께 골뱅이를 정말 그득그득 담아주는 그 골뱅이집........
그리고 매운 맛 때문에 계란말이를 주문하면 진짜 무슨 칠면조 다리만한 계란말이가 나오는 그 골뱅이집......
(친구들끼리 계란말이 하나에 계란이 몇개나 들어갈지 내기한 적도 있었죠.)
그 골뱅이집에 가서 골뱅이랑 맥주를 먹고 싶다는 겁니다.
그런데 토요일에 시간이 안됐어요. ㅠㅠ 분향소도 그렇고 다른 약속도 그렇고.........
을지로 앞에 가서 그걸 먹을 시간이라든가 체력이라든가...... 안 될 것 같았지요.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그럼 이렇게 하자. 요리를 하나 하는데 내가 준비한 레시피를 포기하고 대신에 골뱅이 요리를 하나 준비해볼게" 했죠.
그리고 뒤적뒤적 레시피를 찾았더니 어? -ㅁ-!!! "을지로 골뱅이"의 레시피가 있는거예요.
우리가 먹으려다가 만 바로 그 "을지로 골뱅이"의 레시피가요.
물론 뭐 같은 비법으로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이 날거고 을지로 골뱅이는 유명한 만큼
일반적인 방법 외에 각자의 추가비법이 있겠지만서두 그래도 어딥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당장 뽑아서 장을 봤는데 재료도 얼마 되지 않았어요. ㅎ

뭐 요런것들?
골뱅이는 우리가 흔히보는 "유X 골뱅이" 캔을 썼어요. 원래 그 달달하게 조미된 맛이 비법 중 하나니깐요. ㅋ
골뱅이 국물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따로 걸러내어서 이제부터 만드는 음식들에 모두 기본으로 들어가서 풍미를 살립니다.


우와호!!! 을지로 골뱅이랑 맛이 똑같아! 아니! 제 손으로 만들었더니 더 좋아요! ㅎㅎㅎㅎ
이건 기본으로 파채랑 골뱅이만 양념에 섞었는데
파채 특유의 풋내나는 알싸한 매운맛과 비릿달달하고 쫄깃한 골뱅이에 매운 양념이 더해지니 감칠맛이 아우 그냥!
파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파채를 만들어보자! 해서 파채를 안 사고 대파를 사서 가져왔는데 -_-;;;;
파채 칼은 있는데도 세 움큼을 만드는데 10분도 넘게 걸렸습니다. -_- 욕도 두어마디 하고 말이죠. ㅋ
다음부터는 그냥 파채 사려구요. ㅋㅋㅋㅋㅋㅋ


골뱅이가 있으면 소면이 있잖아요? ^^ ㅋㅋㅋ
을지로입구에 있는 골뱅이집에서는 아마 이것들을 다 한데 섞어서 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안 간지 좀 됐습니다. ^^;;;;;;;)
인터넷에서 찾은 레시피에는 이걸 따로 만들더라구요.
뭐 한데 섞으려면 섞고, 변형하려면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었지만,
저희가 저녁대신 먹을거라 어차피 많이 만들 것이었기에 이걸 한데 섞었다가는 담을 그릇이 ㅎㄷㄷ하여.
그냥 레시피에서 시킨대로 따로 만들기로 했지요. ^^;;;;;;;;
양념은 같은 걸 썼구요. 골뱅이 국물 따로 담아놓은 거 충분히 넣어줬구요.
소면과 함께 황태포와 쥐치포를 잘게 찢고 잘라서 30분 이상 골뱅이 국물에 담가놓았던 것을 섞었어요.
골뱅이와 소면을 먹고 나면 입이 온통 매운 맛으로 난리가 납니다.
원래 이것을 을지로 골뱅이집에서는 계란말이로 달래는데............
그 몽둥이만한 계란말이를 만들 자신은 없었습니다. -_-;;;;;;;;;;;;;;;
그리고 그걸 그대~~로 만들려면 들어가는 계란의 양이나 재료는 골뱅이에 비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듯 ㅋ
레시피에서도 계란말이 대신에 몽글몽글한 계란탕을 추천하는 것이 아마 레시피 만든 분도 비슷한 생각이셨나봐요. ㅋ



계란찜도 아니고 탕도 아닌..........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계란요리가 나왔습니다. ^^
이게 성공적인 겁니다. ㅎ 간은 일부러 싱겁게 했어요. 본요리가 짜고 매우니까요. ^^
그리고 반 이상 먹은 후에는

뒤섞기!!!!
시너지 효과가 뭔지를 보여주지요.
하나 빠졌죠? ^^

예! 입안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매운 맛에는 차가~~~운 맥주로 ^^/
워어! 원래 하려고 했던 이번 주 요리보다는 조금 간소하게 준비했지만
여자친구는 먹고 싶었던 것을 먹은데다가, 멀리 안나가고 집에서 해결했다는 것까지 덧붙여서
역대 해봤던 음식 중에서 베스트랍디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요리 스킬을 떠나서 술안주 레파토리가 하나 늘었네요. ㅋ
얼른 그 묵직한 계란말이도 연습해야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