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둘이 사는 살림이라서 그닥 살 것이 많지도 않은데 5일장 서는 날은 꼭 구경가서 양손에 한아름 장을 봐서 오곤 합니다. 이제는 그래도 몇번 다녔다고 무엇을 사는게 좋은지 무엇을 사면 무거워서 들고오기 힘든지 조금 터득이 되긴하지만 가서 구경하다보면 물건이 어찌나 싸고 다양한지 사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아요.
싱싱한 생선도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어차피 해동해서 먹어야 하니 그때그때 조금만 사서 해먹는게 맛있고, 냉장고 안복잡하고, 또 냉동실에 뭐가 있으니 저걸 해먹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인걸 알면서도 또또 사버리고.. ㅠㅠ
암튼 어제는 장이 서는 날이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갈까말까 무척 망설였답니다. 딱히 뭐가 급한 건 아닌데 생각해보면 감자도 없고. 대파도 없고. 양파도 딱 2개 남아있고..
근데 저녁이 되니 비도 그치고 어찌나 선선한지 샤워하고 나가면 딱 여행지 도착해서 씻고 편한옷으로 갈아입고 근처에 뭐가 있나..하고 돌아보는 그런 느낌일 것 같더라구요. 더군다나 신랑이 요즘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저녁시간이 엄청나게 한가해요^^(좋아하는게 느껴지시나요?ㅋㅋㅋ 미안미안)
그래서 저녁에 장을 보러 갔답니다. 그랬더니 이게 왠일@@ 그 시간에 장보러 간 건 첨인데 무시무시한 "떨.이.천.국" 이 벌어지고 있더라구요. 게다가 오전에 비가 와서 많이 못팔았다고 다들 싸게싸게 가져가라고 외치고 계셨어요. 과일도 너무 싸고..정말 뭐든 다 집어오고 싶었으나..휴가때 가져가려고 사둔 과일도 아직 많이 남아있고 냉장고, 김치냉장고 모두 다이어트 시키고 싶어서 정말 꾹꾹 참았어요.
일단 가벼운 손으로 한바퀴 장을 쓰윽 둘러보면서 무얼 살까~~속으로 혼자 생각하고, 여기저기 가격도 비교해보고(시장은 물건 값 물어보기가 참..죄송하더라구요. 물어보고 안 사기가..민망..그래서 소심한 저는 남들이 물어보는 거 듣고 비교하곤 해요--;;) 살 물건 리스트를 정했어요.
꼭 사야할 건, 감자랑 대파, 양파, 바지락과 순두부
사고 싶은건, 고등어(남해로 휴가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어머님이 해산물을 많이 사시더라구요. 그리고 저희도 조금씩 나누어 주셨는데 고등어 한마리가 끼어있었어요. 얼마나 맛있고 살이 포동포동한지 신랑이랑 저랑 연이틀 구워서 정말로 열심히 뜯어먹었어요)
아침에 순두부찌개를 끓이고 싶어서 바지락을 찾았는데 비가와서 바지락을 못 잡으셨대요. 그래서 순두부찌개에 그럼 뭘 넣어야 하냐고 여쭈니, 홍합살과 미더덕 같이 생긴 녀석을 가져가라고 하시네요.
미더덕보다는 좀 작은 것 같은데...전 미더덕은 국물만 내고 먹지는 않는 건 줄 알았는데 생으로 먹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용기내어 먹어보니 이게 왠일. 꼭 멍게처럼 비릿~한 바다향이 나면서 쫄깃한게 맛있더라구요!
요 아래 사진만큼이 2천원 어치에요. 순두부는 천원. 저는 왠지 찌개를 한 번 끓여서 두 끼를 주기가 뭐해서..아예 한끼 만큼만 끓이려고 하는데 다 해도 3천원 들어가는 거잖아요.(근데 결국 저 재료의 반만 끓였어요. 그래도 뚝배기가 넘치더라구요) 너무 싼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아침 눈을 떠서 순두부찌개를 끓였어요. 지난 번에 한 번 끓여봤는데 뭔가 조금 밍밍한 것이.2%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묵은김치를 약간 넣어보았어요. 그렇게들 끓이시더라구요.
조금 맛있어 보이나요? 홍합살과 미더덕 그리고 새우살 조금 넣고 끓였는데 새우젓으로 간을 하니 제 입엔 맛있는 것 같더라구요. 므흣^^
그리고 어머님이 주셨던 갈치도 한토막 꺼내서 구웠어요. 생선 굽는게 아직 미숙해요. 오븐에도 구워보고, 그릴기능으로도 구워보고, 후라이팬에도 구워봤는데 요녀석으로 굽는게 그나마 빠르고 간편한 것 같아요. 냄새도 덜나고. 고등어는 밀가루 조금 묻혀서 구우라고 하시던데 갈치도 그렇게 하는건가요? 모르겠어서 갈치는 그냥 구웠어요.
자반 김,파래,해초 무침이에요. 이것도 이번 휴가가서 어머님께서 사주신 건데 간장,참기름,통깨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서 먹으면 입안에 바다내음이 가득~
간단버젼으로 오이,양파,당근만 넣고 버무린 감자샐러드
마른오징어를 안먹는 저희 부부..양쪽 집에서 주신 마른오징어가 합쳐서 한축이 더 되더라구요. 하루를 불리니 거의 물오징어처럼 통통해지더라구요. 꽈리고추 넣고 조렸는데 맛있게 되었어요^^
이건 시어머님표 깻잎이에요. 먹기편하라고 한장씩 떼어서 굴려놓았는데 딱 세장 꺼내놓아도 남았네요. 깻잎이 좀 짜다보니 밥을 조금 먹는 저희는 다른 반찬에 조금 밀립니다.
이런!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노른자가 깨졌어요. 순두부찌개에 계란은 필수!
바로 요녀석이 미더덕이에요. 이거 미더덕 맞나요? 굉장히 작던데..멍게 맛이 나면서 너무 맛있었어요..
어렸을때부터 저희 집은 전기밥솥은 안썼어요. 그래서 지금도 가장 어색한 표현이 밥통에 밥있으니 챙겨먹어라~ 에요. ㅋㅋ 압력밥솥 예찬론자이신 저희 엄마. 저 시집가기 2년 전부터 휘슬* 압력밥솥 사놓고 기다리고 계셨지요. 첨엔 쓰기가 무서웠는데 써보니 이녀석 너무 좋던걸요. 물을 조금 넣어도, 많이 넣어도 밥이 희한하게 잘되더라구요. 신기하게..조금 질다 싶어도, 주걱으로 한번 휘휘 해주면 어느새 밥이 보정이 되요. 기분때문일까요?
암튼 밥을 많이 안먹는 저희는 매번 밥하기가 번거로워서 저렇게 압력밥솥에 밥을 해서 뚜껑있는 밥그릇에 덜고, 급냉을 시켜버립니다. 그리고 밤에 자기전에 내놓아 자연해동시키고 전자렌지에 돌리면 정말 갓 지은 밥 처럼 윤기있는 밥이 되더라구요. 괜히 냉장고에 넣었다 데우는 것보다 맛있어요.
잡곡 넣어 먹는데,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요. 현미밥이 좋다는데 이제 현미를 섞어 먹을까 해요. 현미밥은 하기가 까다롭나요? 현미를 더 오래 불려야 한다던지 머 이런...
이렇게 아침상 차려주었어요. 공들여 끓인 순두부. 두둥~~ 신랑이 김치가 좀 많이 들어간것 같다고..김치찌개 맛이 약간 난대요. ㅠㅠ 그래서 제가 부지런히 김치를 건져먹고 말했지요.
"신랑아. 내가 김치 다 건져 먹었어.이제 순두부찌개 맛 나지?--;;"
보통 아침 8시 출근할 때에는 토마토 쥬스 갈아주고 샌드위치나 주먹밥을 싸주는데 이번 주는 내내 이렇게 한식으로 아침을 차려주었어요. 괜히 뿌듯^^*
요건 어제아침 전복죽~
이렇게 과일도 챙겨주고.
복숭아가 어디가서 맞고 들어왔는지 멍이 엄청 들었지요? 근데 전 이런게 맛있어요. 왜 껍질이 샤샤삭 벗겨지면서 입에서 녹아내리는 맛. ㅎㅎ
요 체리는 휴가 전 엄마가 놀러오셔서 같이 남포동 갔다가 할머니가 길에서 팔고 계시길래 산거에요. 저거보다 한 5-6개 더 많은 양이 5천원 @@ 체리가 원래 비싼건 알지만 좀 너무 비쌌어요. 더운데 할머니가 고생하시는 거 같아서 사드린건데..쩝..
결혼 전 엄마랑 여행을 자주다녔는데 홍콩에 갈때면 저녁에 항상 체리를 한봉지씩 사서 호텔로 돌아와 씻어 먹으면서 수다도 떨고, 쇼핑해 온 거 구경도 하고, 발 마사지도 하고 그랬었어요. 체리가 참 싸고 맛있었는데..
그래서 엄마랑 저는 체리만 보면 그때 추억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래요..
정말...엄마랑 많은 시간 보낸 것..너무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저 어제 이것도 사왔어요^^ 반찬을 조금씩 내놓고 먹는 편이고, 신랑이 거의 물장수 상을 만들어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김치류나 짠 마른반찬이 가끔 남아서 프리님처럼 사각반찬통 찾고 있었거든요.^^ 별거 아닌데 괜히 기분이 좋아요.ㅎㅎ
아침상 치우고 빨래도 널고, 화초에 물도 주고, 청소기도 한바퀴 돌리고 샤워하고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뽑아서 요렇게 수다를 떨고 있네요.
길면서 아무 팁도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다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