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받아온 것이라..가야 한다는 남편과.... 별로 내키지 않아서 날씨 핑계대고 가지 말자는 저랑.. 약간의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언제나처럼..... 독재자인 남편이 결정하면 따른다... 이런 체제속에 사는 저인지라... 주섬주섬 챙기고 나갔지요.
주부가 집을 떠나 하루건 일주일이건 집을 비울 땐.. 참 챙겨야 할 일도 왜 그리 많은지요...
집안도 치워놓고 나가야 하고 집에 남겨진 애들 먹거리도 살펴 봐야 하고....떠나기 전부터 어떨 땐 지쳐버리는 것 같아요.
주말이라... 영동 고속도로 초입부터 어찌나 막히던지요..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우여곡절 끝에 티업 시간 조금 넘어서 도착을 했는데... 우천관계로 그랬는지 줄줄이 지연되어... 기다려야 하더라구요.
또... 첫 홀부터 엉망이었어요.
사실...전 왕초보이거든요. 운동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탓도 있고, 저랑 별로 맞지 않는다 싶었던 운동이 골프인지라... 참 늦게 시작을 해서 아직도... 어설프기 그지 없어요.
이런 절.. 가끔 남편이 데리고 나가 주지만.... 첫 홀부터 역시나 엉망이었죠. 뭐...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하고...괜히 왔다 싶고...골프라는 운동은 특히 심리 상태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는 터라.. 더욱 그랬어요.
그래도 몇 홀을 돌고 나니깐 몸도 슬슬 풀리고 비도 그쳐서 비 개인 하늘도 너무 이쁘고.. 그래서 그런지 그나마... 좀 되더라구요.
더구나... 전 야간 조명을 받으면서 처음 해 보니깐.... 스코아야.. 어찌 되었건간에 어찌나 환상적이던지... 급기야 오길 잘했다 싶은 생각까지 드니..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 같아요.
결국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팀원들이 그만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2홀을 남기고 16홀만 돌았어요.
그 시간이...저녁 9시 40분...
저녁도 굶은 채..... 운동을 했지만... 야간 조명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또 마지막 팀이었기 때문에 거의 텅빈 골프장... 저만을 위해 환하게 밝혀진 불빛들...
좀 낭비다 싶기도 하고..미안한 감도 있긴 했지만... 또 이런 일이 언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너무 좋다 ...싶기도 하더라구요.
속초에서 자고... 오늘은... 양양 미천골에 있는 자연휴양림에서... 산림욕도 하고... 계곡에 발도 담그고 앉아서 정말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 왔어요. 여름 휴가를 미리 다녀온 셈이 되었어요.
주말이라 길도 좀 막히고... 국도로.... 고속도로로.... 괜히 잔머리 굴리며... 뺑뺑이를 돌다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는 두 딸들이 있었고...
대충 먹을 반찬들은 충분히 있긴 했지만... 어떻게 끼니를 먹었나 궁금하기도 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어요.
큰 딸아이... 28살이니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총 4끼중에 한끼만 시켜 먹고.. 나머진 다 해 먹었더라구요.
반찬까지 입맛대로 만들어서요.
큰 아이..원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아이는 된장찌개도 끓여서 먹고.... 어묵조림도.... 감자채 볶음도 해서 먹었더라구요.
약속이 있어 외출하면서 동생 밥까지 챙겨놓고 나가니..역시 큰 딸은 큰 딸인듯 싶어요.
어제 점심에는 탕수육과 짜장 세트를 시켜 먹었대요.
배달 음식을 잘 시켜 먹진 않지만 가끔 탕수육 시켜 먹을 때는.... 다 먹지 못할 것 같아서... 꼭 먼저 덜어내고... 나서 주곤 하는데...
미리 딱 덜어서... 냉장고에.... 튀김이랑 소스를 별도로 넣어놓고, 깔끔하게 설겆이까지 다 해 놓아서.. 집에 와서도 주방일을 별로 할 게 없더라구요.
물론 매번 이런 것은 아니지만...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남편도 절 집에 내려주고 약속 때문에 나가고...
막내랑 저랑 저녁을 먹는데... 한결 수월했죠.
딸 아이가 해 놓은 반찬, 찌개하고... 탕수육을 데우고 하니깐 별로 준비할 게 없어서 아주 좋았어요...ㅎㅎ
참.. 탕수육 같은 것..뎁혀서 먹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다시 튀기기는 번거롭기도 하고.... 기름도 많이 먹잖아요. 전...그냥 예열한 오븐에 살짝 돌려주면 다시 바삭해지더라구요.
그래도.... 있는 것만 차려주긴 뭐 해서
어제 집 떠나기 전에... 냉장실에 있는 콩나물을 데쳐 놓고 갔어요. 콩나물이 비닐에 포장된 것은 금방 물러지더라구요.
데쳐 놓은 콩나물은 그냥 무쳐먹으면 맛이 없으니깐... 콩나물 잡채를 해서 먹었지요.
아이들은 잡채를 좋아하잖아요.
집에 돌아와 큰 아이덕분에 간편하게 차려진 저녁 밥상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