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솔로인 친구들과 연인들 사이에서 우울하게(?) 생일 파티를 하기도 했었지요.
생일이라면 북치고 장구치며 노래해주던 모 레스토랑에서 친구들이 억지로 씌운 꼬깔모자에....
솔로부대의 처절한 몸부림? 정말 창피했던 기억도 있네요 ㅎㅎ

저희 엄마가 꺾어놓은 꽃을 싫어하세요. 죽어가는 생명이라 불쌍하다고.
어째 똑같은 생각을 가진 남자랑 결혼을 했네요 -.-
꽃은 들판에 피어야 예쁘다네요....(사자니 돈도 아깝고? -.-;;;)
이번 생일엔 제가 꼭 꽃을 받고 싶다고 노래를 했어요.
그래서 비록 억지 춘향이지만 군 말 없이 사들고 들어온 꽃다발.
꽃이 비싼 걸 아니까 받으면서도 좀 그랬지만 이럴 땐 무조건 궁디팡팡 해줘야죠?
며칠 지나고 나서 꽃집 앞을 지나가다 슬쩍 얘기했어요.
손바닥만한 거 사와도 좋다고. 세송이라도 좋다고.
본인은 그리 내키지 않더라도 받는 사람의 기분을 생각해서 해줄 수 있는 마음이 받고 싶은 거니까요.
엄청 억울해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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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저희집엔 헤드폰 끼고 조용히 오락하는 남자와 그칠 줄 모르는 꿈나라 여행을 하는 여자가 있어요.
전 안깨우면 10시는 우습게 자거든요. 사실 11시도 우습죠;
아침잠이 없는 신랑은 혼자 일어나 조용~~히 오락을 해요.
서로 하고 싶은 걸 하는 아주 평화로운 시간 ㅎㅎ
제 생일날도 그런 평범한 주말의 아침이었어요.
그런데...

일어나서 꼼지락거리다 나와보니 이렇게 아침상을 차려놓았네요 ^^
점심 저녁도 차려야하는 데 아침까지 차릴 엄두가 안나니까 빵을 사다놓는 꼼수를 부린 게지요 ㅎㅎ
사온 빵에 기계가 뽑아주는 커피일 뿐이지만 기분이 참 좋았어요.
조용히 가서 설거지하는 것도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쳐다만 보고 ㅎㅎ

점심은 짜장면! (이쁘게 좀 담아주지...)
자스민님표 가루짜장으로 만드는 짜장이에요.
사천짜장이라 더 맛있었어요.
내 손으로 만들지 않아 더 맛있었다는 게 정답인지도 ^^
적당하게 면 삶는 걸 어려워하는 신랑이라 많이 낑낑대면서 만들었어요.
참견하고 싶어 죽겠는데 꾹 참느라 힘들었다는 걸 신랑이 알까요?
부엌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으면 시간은 어찌나 오래 걸리고 부엌을 얼마나 엉망으로 만드는지
그거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일이랍니다-.-;;;
하지만 무조건 우리 신랑 최고~!!!를 외쳐야 또 써먹을 수 있다는 것! 명심하세요 ㅋ
점심 먹고 커피 한잔 하면서 또 한번 느긋~~하게 설거지하는 신랑을 지긋히 바라봐주었지요. ^^

예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만 요즘 <Top Chef>라는 요리사 뽑기 리얼리티쇼에 푹 빠져있거든요.
그 프로그램에 보면 매번 도전 과제가 주어지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얻어!
세 코스로 이루어진 식사를 요구했어요 -.-;;;;
얼마전에 키톡에 lakeland님이 올려주신 남편이 차린 생일상 사진이 너무 부러웠던 것도 있구요 ^^
<Top Chef>라는 프로그램에도 자주 나오지만 양식(프랑스식) 코스 요리 시작전에 나오는 아뮤즈부쉬(Amuse-bouche).
정식 코스가 시작되기 전에 레스토랑 측에서 준비해주는 한입 크기의 전채요리인데요
이것도 한 번 해봐~~~ 했더니....

이만~~~~큼 차렸다는 거 아니겠어요 ㅜㅜ 못살아~~~
저도 모르는 손님들을 초대했나 했어요.
둘이 먹자고 이만큼이나 하면 어떻게 해!!!
...라는 말은 물론 입안에 가두어둬야죠?
안그러면 다시는 못얻어먹을 생일상이 될 지도 모르니 ㅎㅎ

알콜도 살짝 부어가며 꾸역꾸역 먹었어요 ㅋ

본격적인 전채요리.
프로쉬토 햄으로 싼 (하지만 다 흘러나온;;) 염소 치즈와 블랙올리브를 올린 토스트에 오븐에서 익힌 꼬마토마토.
신랑이 3박4일 요리책을 싸들고 다니며 고른 메뉴에요.
요리책 사진과는 좀 다르지만 ㅋㅋ 맛있었어요.
이쯤에서 이미 배는 불렀지만...

메인은 양갈비와 야채볶음?
맛있었는데 정말 배 불러서 다 먹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ㅜㅜ
회향(fennel)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데 이렇게 많이 먹어도 과연? ㅋ
앞으로 수십년 남은 생일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먹었답니다;;;

디져트는 사다해도 돼? ㅜㅜ
케익 만드는 건 기대도 안했던지라 흔쾌히 승낙을 해주고 ^^

발렌타인데이 기념 케익인데 생일이라니 급조해서 같이 붙여준 <Happy Birthday>ㅎㅎ

이렇게 이쁜 냅킨도 포장해주네요.
한조각 드실래요? ^^
참, 생일 선물도 공개할까요? 선물까지 공개하면 저 정말 돈 내야할텐데 ^^;
꽃과 케익
신랑표 마사지 쿠폰 5매
요리 쿠폰 5매 (코스요리 불가 ㅎㅎ)
장보기 쿠폰 5매 (같이 가자면 군말없이 가는데 혼자 다녀오라 그러면 싫어하거든요-.-;;)
자유 쿠폰 5매 (아마도 마사지 5회 추가될 듯 싶어요 ㅋ)
....에 플러스 알파 ^__________^

서방님 고마워요...^^
나도 자꾸 삐지지 않고 잘 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