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친듯이 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때 맞춰 바닷가에 나가
호미 한자루로 갯벌의 조개 숨구멍을 찾아 조심스럽게 파고들어가
조개와 딱 마주치면 그 순간이
마치 사냥을 한 듯 짜릿했습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를 때는 호기심에 다니고
그러다가 잘 모르지만 남들 하는걸 어깨너머 볼때는
오기가 나서 마구 쑤석거리느라 다니고
그러다가 어느 정도
어느 것이 게구멍이고 어느 것이 지렁이 구멍인지
언제쯤 가야 조개가 나오는지 알 때는
무슨 전문가라도 된 기분으로 다니고
한군데 삼봉 해수욕장만 정해두고
꽃지 밧개 드르니항구를 옵션으로
신나게 다녔습니다.
오죽하면 그동네 분들이 그 기름값이면
집을 한채 사겠다고 혀를 끌끌 차셨죠^^
제가 좀 그래요^^;;
그 당시 정해놓고 밥을 먹던 식당이 있었습니다.
간월도의 *동산인데
굴밥에 청국장 고추 장아찌에 간재미 회까지 입맛에 딱맞는데다
갯벌을 쑤시다가 꾀죄죄해서 가면
인심좋게 돌솥에 굴밥을 넉넉하게 해주셨습니다.
갯벌에서 바닷바람을 맞다가 먹었던 구수한 굴밥 숭늉은
온몸을 나른하게 만들었습니다.
삼월이면 굴에 살이 빠지고 알이들어 먹을 수가 없어집니다.
올 겨울 마지막 굴잔치다 생각하고
굴전에 굴밥에 안담던 어리굴젓까지 해보았습니다.
굴전이랑 굴밥을 냉동실에 얼려놓은 굴로 다음에 해서 사진찍기로 하고
오늘은 어리굴젓만 찍어보았습니다.
*****************어리굴젓******************
재료:굴 1500g, 고운 고추가루 250g, 소금 40g
마늘 한통, 생강 한톨, 매실액 1/3컵
우선 싱싱한 굴에 옅은 소금물로 살랑살랑 껍질이 없도록 씻어
채에 받혀 한시간 정도 물기를 뺏습니다.

버무릴 그릇을 아예 뚜껑이 있는 걸로 준비해서 굴을 담고
고운 고추가루를 굴에 버무려 둡니다.
-저는 고추가루 고운게 없어 미니믹서에 확 갈아서썼습니다.
-굴에 고추가루를 먼저 하는 이유는 소금을 먼저 넣으면
겉물이 나와 고추가루와 굴이 완전히 어우러 지지않기 때문입니다.
한시간 쯤 뒤의 모습입니다.
물기가 좀 나왔죠??
아예 뚜껑을 덮어 그냥 식탁에 두고 하루 밤을 재웠습니다.

다음날 아침입니다.
뒤적거려보니 물이 많이 나왔습니다.
고추가루랑 굴이 착붙어 뒤적거리기도 힘듭니다.

굴에 굵은 소금 40g을 뿌려 다시 한번 버무립니다.
소금의 양은 굴 자체의 짠기를 보시고 가감하셔야 합니다.
이제 마늘과 생강을 미니믹서에 넣고
매실액 1/3컵을 같이 부어 곱게 갈았습니다.
믹서의 고추가루를 씻지않고 뚜껑채 그대로 두었다가
마늘을 갈았습니다.
그릇의 고추가루가 씻기는게 아까웠거든요^^

매실액에 갈은 마늘과 생강을 굴에 넣어 다시 한번 버무린후 한나절을 그냥 두었습니다.
저녁식사전 다시한번 간을 맞추어 보관용기로 옮겨두고
바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어리굴젓은 처음 해봤는데 아직 곰삭지 않아 약간 뻑뻑하지만
먹을 만 했습니다.
저처럼 너무 삭지 않은 어리굴젓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 까다롭지 않게 해볼만한 음식이라 생각됩니다.
삭혀봐야 완전한 성공인지 알텐데
삭힐 새도 없이 다 이곳 저곳 퍼 돌리고
작은 그릇으로 한그릇만 남기고
첫 어리굴젓담기는 끝났습니다.

이번주에 한번 더 해볼까말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