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 좀 많으니 차 한잔 우리면서 천천히 보셔요 ^^
홍차는 새해 선물로 친구가 보내준 건데 무식한 이 친구는 플라스틱인 줄 알고 찝찝해했건만...
저게 실크라네요^^;;; (친구야 미안~~~)
환경호르몬 걱정마시고 드세요 ^^;

어릴 때(결혼전까지^^) 저희집엔 '생일주간'이란 게 있었어요.
가족 생일이 평일이면 생일 기념 외식을 주말로 미뤄서 했거든요.
처음 시작은 그랬던 거 같은데 어쩌다보니 '생일주간'이란 게 생겨서
생일이 있는 주에는 저녁 메뉴도 내 맘대로 고르는 건 물론!
주말이면 깰 때까지 잠을 자는 호사도 누렸답니다 ㅎㅎ
말도 안되는 땡깡을 부려도 '나 생일인데...' 이러면 대충 넘어가주시고 ㅎㅎ
여튼 이런 생일 주간의 전통을 이어받아...일년에 딱 일주일!만 신랑 왕만들기 프로젝트 ^^

신랑이 좋아하는 백김치도 만들....리는 없고 ^^
진부령님 옆구리 쿡쿡 찔러 해외배송 받아두고

마블링이 예술이었던 고기 구워 밥에 척 걸쳐주고....
평소엔 "밥~~~"하던 걸 "서방님 진지~~~" ㅎㅎ
....했더니 "지지~? 더러워?"
역시 하던대로 하는 게 좋아요;;;

마침 신랑이 좋아하는 수정과를 덤으로 받아서
곶감화되어가는 감말랭이 꽂아 후식으로 올려드렸네요.
정말 딱 일주일만 왕노릇...처음엔 겨우 일주일이라 억울하다더니
그래도 왕대접해주니까 좋아해요 ㅎㅎ

올해 약속한 대로 달력에 있는 '이달의 요리'도 해줬는데...
제 입엔 너무 짰어요. 그래서 레시피는 패스!

이게 그 달력인데... 요리가 닮았나요? ^^
벽에 주렁주렁 거는 게 싫어서 작년까진 벽에 달력 한장 없었는데, 그러다보니 놓치는 일이 많더라구요.
다이어리에 백번 적어놓는 거 보다 들락날락하면서 보게 되는 부엌에 적어놓는 게 훨씬 좋네요.
자꾸 머리를 써서 기억해야하는데 말이에요.

서방님이 어느날 도야지가 땡기신다하믄

맨날 먹는 양파나 숙주로 양을 불린 제육볶음이 아니라
삼겹살 재워 무쇠팬에 지글지글 구워드리고...

평소엔 뭉개지거나 말거나 그냥 뚝뚝 썰어넣지만 그래도 생일주간이니까
당근도 무도 알밤처럼 깎아주고 가을에 삶아 쟁여둔 밤도 넣어 갈비찜...
좀 색다르게 먹어보자고 해서 밥 말고 쿠스쿠스랑 먹어봤어요.
밥이 낫네요 ^^;

고기 몇점 남겨두었다가 기름 걷은 양념에 각종 야채와 볶아주고

고추장 넣어 볶아주면 아~~~주 맛있어요.
전 갈비찜보다 이게 훨~~~ 좋거든요 ^^

신랑 생일날 점심에 생일인 것을 모르는 분께 초대를 받아서
일찍부터 평소 아침엔 저랑 잠만 쿨쿨자는 오븐 깨워 돌려주고
초코칩 스콘에 밤향이 폴폴 나는 홍차를 곁들였지요.

식사자리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어둑어둑해져서야 집에 들어왔어요.
후다다닥 준비하다보니 무너지고 난리도 아니네요 ㅜㅜ
최근에 즐겨본 <Top Chef>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왠지 나도 후다닥 빨리 할 수 있을 거 같더라구요.
근데 그냥 부엌만 엉망이 되더라는 슬픈 현실;
그래도 본 건 있어가지고 만두피도 채쳐서 튀겨 올렸네요 ㅎㅎ

메인은 Smoked cheese sauce를 곁들인 송아지요리와 옆에는 집에서 만든 Roasted pepper를 색색깔로 살포시...^^
Roasted pepper는 오븐에서 브로일기능으로 겉이 까맣게 될 때까지 굽거나 가스렌지위에서 구운 다음에
뜨거울 때 종이봉투에 넣어 30분 가량 두면 껍질이 홀랑홀랑 벗겨져요.
요걸 올리브오일에 재워 병에 넣어두면 샐러드에도 얹어먹고 피자에도 얹어먹고...달큰한 게 맛있어요.
파는 건 비싸서 만들었는데 여긴 파프리카도 비싸고 만드는 공을 생각하면 파는 게 비싼 것도 아니네요;

전 케익 데코하고 그러는 거에 전혀 취미가 없어요.
되도록 설거지거리가 적게 나오고 오븐에서 나오면 바로 완성인 걸 좋아하지요 ㅎㅎ
최근에 자주 굽고 있는 오렌지피코님의 가또쇼콜라에요.
초만 그냥 알록달록한 거 꽂아주면 끝! ㅋ
초가 좀 민망하지만;;; 신혼초초기에 사둔 게 있어서 얼른 써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사진에도 얼핏 나왔지만 이 놈들이 어찌나 빨리 녹는지...케익에 촛농이 후두둑...ㅠㅠ
그거 걷어내고 나니 이것은 바로 달표면!;

슈가파우더 슉슉~~으로 대충 무마;

생일 다음날은 남은 재료 쓱쓱~~
연어가 반액세일하길래 사다가 어제 먹던 roasted pepper랑 무순 올렸어요.
양파도 한조각 ^^

클램차우더에 파스타 몇개 넣어줄려던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펜네가 와르르 물속으로 퐁당퐁당;;
클램차우더를 소스화 시켜버렸어요.

퐁듀에 관한 책을 하나 구입했는데 맛나보이는 게 참 많네요.
요건 브리치즈로 만든 퐁듀인데 사진엔 참 지저분 너저분하지만 맛있었어요.

빵을 치즈에 넣어 휘휘 젓다가 이렇게 양파 한두조각 걸쳐올리는 ^^
브리 치즈 한가지만 들어가니까 만들기도 쉽고 꼬리꼬리한 치즈가 아니라서 부담없어요.
레시피는 곧 올라옵니다 ^^
좀 느끼했나요?

그럼 저희집 마지막 남은 신김치 한조각 ^^
생일 주간이 끝나고 왕좌에서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려는 권력의 맛을 본 대형어린이...
하지만 어쩌겠어요....순리에 따라야지.
신랑 생일 지나고 곧 제 생일이라....자연스럽게 제가 다시 권력을 움켜쥐게 되는 거지요.
내년 신랑 생일이 돌아올 때까지 쭈욱~~~~~~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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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조금 멀리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그래봐야 한시간 거리지만 ^^

혼이 빠져나가는 김치라면 한대접 후루룩 먹고 나선 곳은~~~

도쿄 외곽의 한 아웃렛.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소냐...^^

신랑이 구닥다리 디자인이라고 싫다고 했었지만...
2600엔짜리가 700엔으로 내 앞에 나타났는데...
운명의 만남을 거부할 수가 없어서 두 개 집었어요. 배째~~

같은 쇼핑몰내에 있는 커피원두 전문점.
이 예쁜 봉투안에는 뭐가 들었을까요?

푸라면이야 동네슈퍼에도 다 있지만 그건 느끼해서 영...요런 건 레어아이템이지요 ㅋ
원두만 파는 게 아니라 수입식품을 다양하게 파는 곳이어서 한국 라면도 몇가지 있길래
꼴랑 300엔도 안쓰고 저런 이쁜 봉투에 라면 사왔네요 ㅎㅎ
라면은 사이좋게 나눠먹으려고 세 개 사왔어요.
나 두개 신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