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침 동지라길래, 오랫만에 팥죽을 쑤어 먹었어요.
요즘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에 나온 걸 따라 만들었어요.
'다가오는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하는 마음으로 나름 꽤 공들여 만들었어요.
밥알이 들어간 팥죽은 오랫만이라 그런지, 참 맛있게 먹었어요. ^ ^
겨우 팥 2컵 끓였는데, 네시간쯤 걸린 것같아요. 사실 기다린 시간이 길어서 더 맛있었을 수도요. ^ ^
아무튼 내일의 끼니도 남은 팥죽으로 때울랍니다. ㅎㅎ
아침에는 화양연화님이 며칠 전에 올려주신 참깨크래커를 해먹었어요.
집에 양귀비씨도 있고, 검은깨도 있고. 먹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재료가 집에 다 있기가 쉽지 않은데 말예요.
맛이 어떤가하면요, 담백 그 자체에요! ㅎㅎ
안달아서 너무 좋았어요. 꽤 많은 양이었는데, 한개도 안남았어요. (아, 우리 너무 많이 먹는거 아냐. ㅡㅜ)
이건 반죽 자투리 남은 걸 그냥 구운 거에요.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 반죽이요.
처음에는 다시 뭉쳐서 밀어펴곤 했는데, 막판에 좀 귀찮아져서 그냥 뚝뚝 떼어서 구웠버렸어요.
나름 재밌는 모양이네..라고만 생각했는데, 남편이 이걸 보더니 만화 '하레와 구우'에 나오는 포쿠테 같다 그러네요.
그 말 들으니 그런 것같기도 하고, 암튼 둘이서 재미나게 먹었어요. (하레와 구우 안보신 분들껜 죄송.. ^_^;)
저는 검은깨가 그렇게 비싼 줄 몰랐어요.
중국산은 쌌지만, 그냥 깨에 색소 입힌 것도 있단 얘길 들어서, 암만 싸도 중국산은 못사겠더라구요.
비싼 검은깨 한주먹 사서 그래도 이것저것 잘 해먹었어요.
검은깨죽이에요. 쌀 두큰술과 검은깨 한큰술을 하룻밤 불리고, 잣과 호두를 함께 갈아 만들었어요.
저만큼 두그릇 나오네요. 아침에 먹을거라 간을 특별히 안해서 심심하고 담백한 맛이었어요.
제 입맛에는 꽤 좋았는데, 남편이 반응이 별로라 한번 해먹고 말았어요.
비교적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말이에요. 흥. 그냥 싼 누룽지나 끓여주죠, 뭐. ㅎㅎㅎ
검은깨 쉬폰도 만들어 먹었어요. 반죽에 검은깨와 참기름이 들어간 쉬폰이에요.
오븐에서 구울 때 참기름 냄새가 좀 걱정됐었는데, 막상 먹을 때는 괜찮더라구요. 어른들도 좋아하시구요.
먹을 때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정윤정님 레시피에요.
동지팥죽에서 쉬폰까지... 쓰다보니 참 두서 없네요.
이왕 두서없는 김에 한가지만 더! ㅎㅎㅎ
저번에 생강차 만드려고 갈은 생강 찌꺼기를 말려서, 믹서에 한번 갈아준다음 체에 내렸어요.
엄청 고운 생강가루가 만들어졌어요. 즙을 짜낸 나머지에 향이나 남아있을까 싶었는데,
아! 향도 너무 좋고 색도 참 고와요. (낮에 찍었으면 색이 더 예뻤을텐데. ^ ^;)
작은 병으로 한병 반. 저만큼이 생강 600g이 남기고 간 흔적이에요.
생강이 가진 모든 것을 마지막까지 짜낸 느낌이랄까, 뿌듯하니 기분이 참 좋았어요.
두고두고 잘 쓸 거에요. 내년 생강차 만들 때까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