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라더니...
정말 그렇더군요.
퀴즈) 이게 어떤 식단일까요?
보기에도 허여밍밍한... 산모식입니다.
네, 제가 출산을 했습니다.
엄마의 급한 성격은 안 닮았으면 했는데,
이 녀석... 한 달 반이나 일찍 나왔어요.
임신 책도 40주까지 다 못 봤다니까요.
아빠랑 한 주씩 차근차근 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34주차까지 밖에 못 봤는데...
준비할 시간도 안 주고 6주는 자체 생략해 버리네요.
급하기도 하여라...
촛불집회로 개념태교를 하고 있었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나봐요. ^^;
별 다른 징후 없이 갑자기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출산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도 다행히 자연분만을 했고,
예상보다 건강하게 (2.13kg) 태어났어요.
물론 인큐베이터에 있었지만 내일이면 나온다네요.
저는 출산가방 싸 놓고 지루해 하면서 기다릴 줄 알았거든요.
그런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일이 이렇게 되었어요.
오래 못 품어줘서 미안하기도 하고 잘 버텨주어서 고맙기도 하고...
여튼 한 주간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주 주말이면 퇴원이라니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이건 가정식 산모식단.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기 없이 들어가기가 싫어서 집으로 가겠다고 했어요.
어차피 병원에 면회도 가야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신랑이 고생 좀 했죠.
더운데 선풍기도 에어컨도 못 틀고... ㅋㅋ
(보일러 안 트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네요)
친정에서 공수한 반찬으로만 차릴 줄 알았는데 그래도 뭔가 즉석 조리를 하려고 식사 때마다 도닥거려요.
이 날은 계란찜~
회사 스케쥴도 조정하면서 산바라지 중이에요.
아무 것도 못 하게 하는데 자꾸 손이 가서 큰 일이에요.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해요.
할 말도 못하고 누워있는 거 고역이에요.
자기 딴에는 한다고 하는데 그릇을 몽땅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려버리니...-.-;
(손 설거지가 필요한 그릇도 있잖아요... 그래도 입 꾹 다물고 참고 있어요)
빨래도 안 말라서 건조까지 하는데 몽땅 집어 넣고 건조하니까...-.-;
평상복으로 격하되는 외출복이 속출!!!
홈웨어 완전 많아지게 생겼어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무식하고 성실한 거라는데...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대략...-.-+
그래도 딴에는(!) 열심히 하는 건데... 기특하게 여겨야죠.
내일부터는 선글라스라도 쓰고 누워있어야 겠어요.

어마어마한(!) 진통을 이겨내고 욘석을 낳았습니다.
사실 진짜 극심한 진통은 2시간 남짓이었어요.
오랜 시간 진통하신 어머님,
아니 사부님들... 모두모두 너무너무 존경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 짧은 진통 중에도 고해성사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면죄부는 당근 발부됐죠.
그 어떤 것도 용서되는 상황!
이번에 르쿠르제 지른 것도 얘기하고~
(싱크대 구석에 숨겨둔 상태였음)
그런 거 가지고 뭐라는 사람은 아니지만 너무나 담담해서 스톤웨어도 몇 개 더 지를 껄... 하는 후회가~
반지 잃어버린 것도 얘기하고~
뭔가 자꾸 슬슬 나오니까 옆에서 가슴 아파하던 친정엄마의 표정이...
이 철딱서니를 어쩌나... 이러면서 저를 아주 한심하게 바라보시더라구요.
그래서 모녀의 애틋한 감정은 애저녁에 날아갔어요.
병원에 있는 동안,
집에서 지내는 동안,
82cook이 너무 궁금했어요.
병실에 노트북도 있었고 랜선도 깔려있었는데 한번 들어오면 주체 못 할 거 같아서 꾹꾹 참았답니다.
이거 참 지독한 중독이죠?
산후조리원에도 방에 컴퓨터가 있으니 종종 소식 전할게요.
요즘 시국 미사나 법회를 드린다지요?
기도 드리실 때 저희 가족의 안녕도 살짝 빌어주세요.
모두 모두 건강하시길...^^
p.s:
르쿠르제를 처음 본 신랑의 말.
"이게 그거야?"
"(너무나 뿌듯하게) 응! 여기에 음식을 하면 맛도 있고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 이거 삼대를 물려준대!"
르쿠르제 냄비에 미역국을 한 번 데우더니,
"이렇게 무거우니까 안 쓰고 처 박아두다가 아래 애들 물려주는 거지. 물려주는 게 아니라 서로 떠미는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