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어머니들의 음식 찬조를 부탁받았는데, 게으름 떨다 늦게 가 보니 비교적 만만한 잡채, 떡볶기, 샐러드, 음료수, 치킨, 피자...뭐 이런건 벌써 다들 맡아 가셔서, 저는 별 다른 아이디어도 안떠오르고 고민도 별로 하고 싶지 않고 해서.-.-; 그냥 쿠키를 몇가지 구워 가마, 했었습니다.
덕분에 한나절 서너시간 오븐을 돌려 한아름 만들어 놓았네요.

메뉴는 그냥 단순 & 베이직 모드..- 애들이 아직 어려서 말예요..거긴 주로 4세반이랑 2-3세 반이랑 운영되거든요. 애들이 어린애들이 많아서 견과류 넣기도 좀 뭣하고(알러지 때문에), 손에 묻을 만한 장식을 올리기도 뭣하고, 또 너무 딱딱해도 안되겠고.. 그렇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딱히 또 생각나는 것도 없고 해서 마들렌, 조금 덜 단 초코칩 쿠키에 엠엔엠 얹은것(일명 몬스터쿠키), 숏브래드 반죽을 모양틀로 찍어 구운거랑(미애님 블로그에서 아이디어 참조. 보통 숏브래드는 통으로 구워서 조각조각 자르는데, 첨부터 모양틀로 찍어서 굽는거예요), 버터링 모양으로 짜낸 황치즈 쿠키.. 요렇게만 했어요.

애들이랑 선생님 세분 명수대로 하고 몇개씩 여분을 더 두어 담으니 염두에 두었던 통이 작아서...결국 이렇게 빈 김치통 꺼내서 하나가득 담아 보냈지요.
실은 쿠키에 김치 냄새 벨까봐 사뭇 긴장했답니다. ㅎㅎㅎ
이걸 아침에 들려 보내는데, 울 큰아이가 발걸음이 아주 날아갈듯 한거예요. 그 자랑스러운 어깨하며 으쓱한 표정하며 반짝이는 눈하며...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이런게 다 살아가는 재미~라는 말이 참으로 실감이 났답니다.
그 날 선생님하고 친구들한데 울 엄마가 만든거라고 엄청 생색을 냈다는 후문입니다.
덕분에 저도 아주 행복했어요. ^^

작업 하고 있는 사이 작은 넘, 까치발 들고 식탁위에서 날쌔게 한개 건졌어요. ㅜ.ㅜ;;
이젠 말리지도 못해요. 걍 포기했어요.... 맘대로 해라~~그렇게 먹고 싶음 먹어야지.....ㅠ.ㅠ;;

남은 찌꺼기들로 오후의 커피타임입니다.
한개씩 모아놓으니 제법 그럴싸하죠??
맛은요?? 그냥 쿠키 맛이 다 거기서 거기죠, 뭐...
사람이 참 간사하지요? 저도 예전에 처음으로 오븐사고 손수 만든 쿠키를 먹었을때는 그 감동이 정말 전율이었답니다. 근데 이제는 쿠키 맛은 다 거기서 거기란 생각이 드네요.
어지간해서는 별로 감동을 안하는 경지에 도달했다고나 할까..ㅎㅎㅎ

참, 그리고 주말에 드디어 오십여일만에 장도 갈랐어요.
건진 메주는 매 으깨 고추씨 간거랑 메주가루 한봉지 섞어 치대서 된장 항아리 하나 채워 두고,

간장도 다렸어요. 온 집안에 냄새를 풍겨가면서...
혹시라도 이웃분들께 폐를 끼칠까봐서 문도 조금밖에 못 열고 팬을 틀고 다렸더니 이 냄새가 며칠이 지나도록 구석구석 남아 있답니다.
잘 다린 간장은 식혀 빈 패트병에 담아 볕 좋은 곳에 쪼르르 늘어 놓았어요. 저렇게 하면 볕이 투과가 되기 때문에 곰팡이가 안 생기고 먹을떄도 간편해서 좋아요.
지난번에 간장이 좀 많다 싶어 이번에는 장물을 조금 적게 잡았더니 간장이 딱 7병 뿐이네요. 양이 적어서 여기저기 인심은 못쓸것 같아요.

지난 번 장 담그던날 묵은 고추장에 박아 두었던 마늘쫑을 꺼내 보았어요.
고추장을 털어내고 설탕, 참기름, 꺠소금 넣고 조물조물 무쳐 두면 밥도둑이 따로 없지요.
털어낸 고추장은 쌈장 대신 먹어도 너무 맛있고, 찌개에 넣거나 초고추장을 만들면 달착지근하고 칼칼한 향이 베서 아주 좋아요

이 날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묵은 된장 꺼내 된장 찌게 보글보글 끓이고요..
자랑이 아니고.. 저희 된장 찌게 진짜 맛있어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된장찌게 맛있게 끓이는 비법, 이런거는 잘 몰라요.
친정에서 배우길 된장찌게에는 그냥 멸치나 몇마리 넣고 애호박에 두부 정도 썰어 넣고 물 붓고 펄펄 끓여 먹기만 하면 되는건줄 알았어요. 그래도 늘 맛있었거든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저는 그냥 그렇게 단순 그 자체로 끓이는데, 너무너무 맛있답니다.
제 생각에 김치찌게가 맛이 없다, 그런건 김치가 맛이 없어 그런거고 된장찌게가 아무리 해도 맛이 안난다, 그건 기본적으로 된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파는 된장을 먹어본건 결혼전에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서 딱 한번 이었는데, 오만것을 넣고 아무리 해도 맛이 없어 결국 버리고 온 기억이 아직까지 나는걸요.

하여간 그래서 이 날의 저녁은 된장찌게에 상추쌈이었습니다.
구색은 맞추려고 불고기도 조금 볶아 놓았는데, 고기 없어도 그냥 된장찌게에 슥슥 비빈 밥을 상추잎위에 척 하나 올리고, 여기에 마늘쫑 박은 고추장 올리고 마늘이랑 풋고추랑 싸먹으면 그야말로 한정없이 먹어진답니다.
저흰 평소에도 별다른 찬은 없어요. 울 남편은 원래 김치만 맛있으면 되는 사람이라...요새는 배추김치 보다도 오이소박이가 맛있게 익어 제몫을 한답니다.

휴일이라 오늘은 아침은 찬밥으로 대충 때우리고 조금 일찍 서둘러 점심으로 김밥을 말았답니다.

딱 날씨도 그렇고 시기적으로 소풍의 계절이잖아요.
워낙은 지난 노동절에 아이들 데리고 가까운 곳에 나들이를 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날 마침 날씨가 궂어서 포기했었지요.
이번주말은 워낙 가는곳마다 사람도 많고 길도 막힐듯 해서 또 안가기로 했고..
그런데 나들이는 못가도 김밥은 먹고 싶더이다. ㅡ.ㅡ;

어른 김밥과 아이 먹을 꼬마 김밥을 만들어 마루에서 티비 보면서 먹었답니다. 사이다도 마시고...

그리고 저녁엔 모처럼 우럭 한마리 사온 걸로 매운탕 끓여 먹었어요.
저흰 시댁이 바닷가라 가면 매운탕을 자주 먹어요. 시댁에서 먹는 매운탕은 워낙 생선이 물이 좋다 보니 그냥 암케나 끓여도 항상 맛있어요. 그런데 도회지에서야 어디 그런가요??
확실히 도회지에서 매운탕을 맛나게 끓이려면 육수도 정성껏 준비하고 부재료도 넉넉히 빠짐없이 넣어야 하는것 같아요.
오늘 남편 왈, 제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관계로 결정적인 감칠맛이 안난다고 합니다.(이것은 언젠가 제가 지나가는 말로, 울 동서들이랑 시댁에서 음식을 할적에..형님들은 꼭 찌게에 미원을 넣어야 하는줄로 안다고, 안그래도 충분히 맛난데 말이야...하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한말. )
그래서 제가 그랬죠, 조미료 안써도 충분히 감칠맛 나게 하는 비법을 알고는 있으나... 이몸이 귀찮은 관계로 대충 맹그렀소, 먹기 싫으면 굶던가~~ㅡ.ㅡ++
그랬더니 암말도 안하고 다 먹더이다. ㅎㅎㅎ

후식으로는 올해 처음의 수박을 맛봤습니다.
수박이 맛있는 계절이 되다니..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