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가 넘는 긴 방학이라 첫째와 둘째를 캠프에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작년 가을 저희집에 와서 지낼 때,
첫째 생일이 끼어 있어서 소원하던 기타를 사줬는데 제대로 레슨을 받는 적이 없다고 해서
이번 방학을 이용해서 집중 레슨을 받으라고 했더니 좋아하며 갔고,
둘째는 축구 캠프인데 카약도 하고 승마도 하고 카트도 탈 거라고 룰루랄라 갔고,
막내한테는 빌리 엘리어트를 생각하며, 발레를 한번 해보지 않을래? 했다가 욕 한바가지 얻어먹었습니다.ㅜㅜ
꽃접시에도 분노하는 녀석을 뭘로 보고 저는 그런 제안을 했던 걸까요.--;
그냥 집에서 뽀삐를 독차지 하는 걸로 만족한다고.
(뽀삐도 그런지는 알 수 없음--;)
남편까지 출장을 가서 집이 아주 조용해요.^^
뽀삐는 포기를 못하고 계속 창 밖을 확인하고 또 하고.
아빠랑 오빠들이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는 걸 엄마가 혹시 모르는가 싶어 자꾸 와서 찡얼대는데,
제가 잠자리에 들면 뽀삐도 포기하고 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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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새끼들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지난 1월쯤부터 훈련할 때 조금씩 날기 시작했는데 다른 한 마리는 영 진전이 없었습니다.
흰 백조들이 나타나 이 녀석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조금씩이나마 날 수 있었던 녀석은 다른 연못으로 옮겨갈 수도 있었을텐데,
그럼 남은 한마리는 날지도 못하는 상태로 혼자 남아 갈대숲에서 이렇게 꼼짝없이 갇혀있었을텐데,
떠나지 않고 함께 핍박을 견디고 있어줘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너라도 훨훨 날아가서 자유롭게 살지 그러냐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번 짝을 이룬 백조들은 절대 짝을 버리지 않는다고 해요.
엊그제 오후 산책을 나갔을 때,
연못에서 쫓겨나서 들판 한가운데 서성대고 있던 녀석들이 우리 일행을 보자마자 달려왔어요.
흰 백조들이 연못의 이쪽과 갈대숲까지 날개죽지를 들어올린 전투모드로 계속 순찰을 돌면서 으시대고 있는 걸 보고
우리 모두는 그쪽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들판을 따라 연못의 반대쪽으로 걸었어요.
뭐든지 걸리는대로 툭툭 발길질을 하면서 걷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 다닥다닥 첫째,
달려가다 핸드브레이크 유턴으로 돌아오는 뽀삐와 함께 팔락대는, 빨간 머리에 주근깨 다닥다닥 둘째,
백조들과 너무 가까워서 좀 긴장했던, 빨간 머리에 주근깨 다닥다닥 셋째,
차이니스(라고 오해받는) 저,
두 눈이 없는 나키,
그리고 덩치만 컸지 겁 많은 백조 아가들이 엉덩이를 실룩샐룩.
그때는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이렇게 쓰고보니 재미있는 행렬이었네요.
연못의 반대편, 제가 옆집 리트리버에 떠밀려 빠졌던 그 지점까지 올라간 뒤,
새끼 백조들을 물에 들어가도록 해주고, 먹을 걸 줬는데 흰 백조들이 나타났습니다.
새끼 백조들을 보자마자 앞가슴으로 꿀렁꿀렁 물을 차면서 위협적인 모습으로 재빨리 미끄러져 오더니
애가 탄 아이들이 NO 라고 소리지르는 것쯤 가볍게 무시하고
새끼 백조들을 부리로 쪼아대려고 하자 새끼 백조들이 퍼덕거리다가 날아올랐어요.
흰 백조들도 곧 함께 날아올랐기 때문에 아기 백조들은 연못 반대편 끝의 갈대숲에 도착하자 바로 숨어버렸지만
겨우내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어서 그래도 위급한 순간에 도망이라도 칠 수 있구나 싶으니 안스러우면서도 기특했어요.
안개가 낀 연못에 발을 담그고 흰 백조들과 백조 새끼들 사이에 서서 긴 장대를 흔들어대는 순간에 문득
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가 하는 고민을 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들 틈에 살긴해도 야생인 녀석들인데 거기 끼어들어 이런 간섭이라니...
그런데 날기만 하면 내가 할 일은 다한거다 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저 새끼 백조들이 흰 백조들한테 반란까지는 아니어도
반항, 아니 앙탈이라도 부리며 대들어서 연못의 한 귀퉁이를 떳떳이 차지하고 사는 걸 보고 싶어요.
여름을 잘 견뎌내고 겨울이 오면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갔다가
성숙해져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하는 욕심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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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백조들을 괴롭히는 흰 백조들에 대한 분노로 잔뜩 흥분 상태였던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서 배 고프다고 성화라 조리 시간이 비교적 짧은 메뉴로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Chicken a la King
1800년 대 말 king 이라는 이름의 유명 쉐프가 만들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
느끼한데, 안 느끼한 이상한 닭고기 요리 ^^;
(꼭 해보시고 정말 느끼한데 안 느끼해요~ 이런 포스팅 부탁드려요~~~~~)
집에 있는 재료들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간단한 메뉴로 집에 고기 먹는 식구들이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만듭니다.
버섯과 양파, 브로콜리, 세가지 색깔의 피망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채소는 집에 있는 것들 중에서 잎채소를 제외한 아무거나 응용하시면 됨.)
불에 팬 두개를 달군 후 오일이나 버터를 넉넉히 두르고,
둘 다 중불에서 하나는 채소를 볶고, 하나는 채소들과 비슷한 크기로 자른 닭가슴살이나 안심을 볶습니다.
(채소와 닭고기의 양은 먹고 싶은 만큼? 혹은 필요한 만큼?)
양파만 넣기도 하고,
버섯하고 양파 두가지만 넣어도 되는데
저는 브로콜리와 피망을 항상 듬뿍 넣는 편이예요.
제가 브로콜리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저희집 리트리버 니치가 함께 장을 보러 가면 꼭 브로콜리를 물고 오겠다고 고집을 부렸었어요.
그래서 단골 채소 가게 아저씨가 항상 이 녀석이 물고 가기 좋게 브로콜리만 따로 싸주시곤 했지요.
좋아하지 않아도 그 녀석 때문에 거의 매번 브로콜리를 사다보니 저희집 냉장고엔 늘 브로콜리 여러 송이가 굴러다녔고,
녀석이 떠나고 난 후에는 그 녀석 생각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또 항상 브로콜리를 집어오고 있습니다.
채소와 닭고기의 표면이 익기 시작하면 소금 후추로 간을 먼저 하고 좀 더 볶다가
저 위에 사진처럼 밀가루 한 큰술씩 각각 뿌려서 옷을 입혀줍니다.
그리고 닭고기를 채소 팬에 합칩니다.
물론 팬 하나에 닭고기 먼저, 혹은 채소 먼저 이런 식으로 볶아도 되고
그것도 귀찮으면 그냥 팬 하나에 잘 안 익는 것부터 차례차례 넣으면서 볶아도 됩니다.
그리고 이 음식의 느끼한데 안 느끼한 독특한 맛을 내는 Clove (정향)가루를
1/2 작은술 정도에서 시작해서 맛을 봐가면서 본인의 취향에 맞게 더 넣으세요.
저는 저 정도 양에 1 작은술 정도 넣었어요.
너무 많이 넣으면, 음...
치과에 가서 이 뽑고 아직 마취 덜깬 채로 솜까지 물고 있는 상태에서
뭔가를 먹으면 그런 맛이 나지 않을까 싶은 맛이 날 수 있습니다.
정향은 치과에서 쓰는 마취제의 원료인가 그렇다고 해요. ㅎㅎ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fine dinning에서는 정향을 양파에 꽂아서 닭과 함께 삶아 육수를 내는 방식으로
은근한 맛을 내는데 저는 대충 다이닝이므로 패스
재료들이 거의 익었을 때, 육수 아무거나
하지만 닭고기 요리니까 닭육수가 제일 좋습니다.
(치킨 스톡 큐브 하나 쓰시면 됨 )재료가 살짝 잠길 정도로 넣고 중불에서 끓입니다.
저는 이 요리를 시작할 때부터 콘길리에 (소라모양 파스타)를 옆 화구에서 삶았어요.
씹었을 때 약간 심이 남는 상태 정도로 삶은 파스타를 넣은 뒤 각자 좋아하는 파스타 취향대로 더 중불에 둡니다.
저희 가족은 알단테보다 조금 더 익은 걸 좋아해서 2분쯤 뒀어요.
불을 끈 뒤, 생크림이나 크림 치즈 중에 손에 먼저 잡히는 걸로 ^^
이것도 원하는 만큼 취향대로 넣습니다.
저는 생크림 200ml 정도 넣었던 걸로 기억해요.
각종 파스타 아무거나 상관없고, 저렇게 함께 끓이지 않고 따로 담아내도 됩니다.
밥과도 잘 어울려서 밥 위에 얹어 김치와 함께 먹어도 맛있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이것은 Chicken a l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