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일로 소셜워커들(복지사?)과 계속 부딪치는 중이어서 장을 보러 갈 시간이 나질 않았어요.
메뉴는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식재료만으로,
두 분이 가끔 접해보시는 중국 음식이나 일본 음식과는 다른 우리나라만의 음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미처 정리도 못한 난장판 부엌에서 제가 동동거리는 참에
두분 도착하셨어요.
제가 카메라를 만질 틈이 없어서 제인할머니께 사진을 찍어주십사 부탁을 드렸거든요.
카메라가 무거워서 그러셨는지 사진을...거의 안 찍으셨어요.
일단 부엌에서는,
좀 맛이 강한 걸로 하나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닭가슴살하고 감자, 버섯, 양파만 드시기 수월하게
작은 크기로 잘라서 닭매운찜(닭도리탕) 양념을 한 뒤, 불에 올려놓고.
너무 매워서 할머니들 속 불편하지 않으실까 하는 걱정에 달걀찜 하나 그 옆에 올려놓고.
감자전과 겉절이는 미리 적어놓은 레시피를 드리고 할머니들께서 직접 만드시도록 했어요.
감자전 만들기 간편하고 맛있다고, 감자를 이렇게 해먹는 거 생각 못했다고
바삭하고 부드러운데 쫄깃한 식감이 독특하다고 그러시면서
그냥 프라이팬에서 익는대로 바로바로 초간장 찍어서 다 드셔버리셔서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요~ 그랬더니 딱 네개를 갈등 끝에 남겨 주셨어요.
겉절이 비비고, 새로 지은 밥에 미리 끓여 둔 된장국, 대충 볶은 잡채 상에 올렸는데
매운 거 잘 못 드신다더니 닭을 정말 맛있게 드셔서 깜짝 놀랐어요.
이 정도면 로켓트 연료로 써도 되겠다고 하시면서도 계속 그쪽으로만 손을 뻗으시더라구요.
시금치, 무우생채, 숙주 나물 무쳐놓은 거는
채소를 이런 방식으로도 먹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이렇게 먹으면 채식도 할만하겠다고 말씀은 하시면서 계속 닭고기만 드심. ㅎㅎ
김치는 제가 도마에 종*집 포기 김치 올려놓고 썰 때 한쪽 드셔보시고는
두 분 다 얼른 돌아서셔서 아무 말씀이 없으시길래 상에 올리지 않았어요.ㅎ
히트 친 로켓 연료닭,
생고추, 고추가루, 고추장 잔뜩 넣고 큰 솥으로 하나 가득 했는데,
두 분이 거의 반 솥쯤 드셨고, 남은 거 싸드릴까요? 했더니 사양을 하지 않으시길래, 싸드렸어요.
배추를 미리 사다놓지 못해서 그냥 집에 있던 잎 채소들에 겉절이 양념
감자전과 닭고기를 주로 드셔서 나중에 밥 한공기 큰 대접에 넣고 된장국 조금에 나물 넣고 비벼 먹었어요.
밥 비비는 걸 아주 재미있어 하셨습니다.^^
부실한 잡채, 다행히 간은 맞았어요. 남은 건 다음날 군만두로 거듭남.
할머니들 솜씨로 부친 감자전^^
큰 감자 두개를 갈아서 부쳤는데 저는 맛볼 틈도 없이 두 분이 다 드셨어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fire extinguisher 모냥 빠지게 푹 꺼져가지고는...--;
비주얼 때문이었는지 별로 인기는 없었어요.
밥과 겸손하기 짝이 없는 된장국도 거의 손을 안 대셨는데 맨 나중에 비벼서 맛있게 드셨어요.
식사 중에 제가,
포르투기즈 워터독처럼 생긴 할머니네 재스퍼는 shedding (털갈이)을 하지 않냐고,
그렇게 생긴 녀석들이 털갈이 않는다고 들었다고 할머니께 여쭤봤어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이쁜 귀걸이를 하고 오시느라 보청기를 빼놓고 오셔서 shedding을 shitting으로 들으시고는
아니 그게 가능하냐고, 신통한 개들이라고, 정말 편리하겠다고,
이 놈들 배변 뒤치닥거리하느라 힘드시다고 열변을...
제가 계속 shedding 이라고 말씀을 드려도...--;;;
좀 있다, 다시 생각해봐도 기특한 놈들이라고 또 한참 말씀하시고, 또 하시고...ㅎㅎㅎㅎ
생명공학의 승리라고 까지 진도를 나가셔서 저도 포기하고 그냥 웃었어요.
(키톡에서 맨날 뽀킹, shitting 이러고 있어서 퇴출당하지 않을까... 걱정...)
허접한 포스팅에 보너스로 저희집 밥도둑. ^^;;;;
무죄 추정의 원칙을 도저히 적용할 수 없는 저 명백한 증거.
아참, 백조들이 날았어요.~~~~~~~~~~~~~~~~~~~~~~~~~~!!!!!
꽤 날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제 눈 앞에서 날았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과 함께...음 ..이건 쫌 오바..^^;;;;
무슨 소리인가 찾아 헤매실까봐 미리 링크도 ㅎㅎ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775588
아이들 학기 중 방학이라 다른 때보다 쫌 더 정신이 없습니다.
백조들 안부는 따로 들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