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꼰누나 또 왔어요.
자꾸 도배해서 죄송해요. 근데 제가 뭐 하나 숙제처럼 남아있으면 딴 일을 못하는 성격이라;;;;;;
줌인줌아웃에 저희 스플리트 이야기 올렸는데요
저 개인적으로 이번 여정 중에 좀 힘들다고 느꼈던 장소가 바로 스플리트였어요.
그래서 스플리트 이야기를 뒤로 돌리고 남겨뒀는지도...
(멋진 스플리트... 그러나...)
스플리트에서 힘들게 느껴진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두 개로 나뉘었던 숙소.
줌인줌아웃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꽃보다 누나>에 등장했던 올드타운 중심에 있는 시계탑 밑 숙소를 예약했어요.
(바로 이곳!)
그런데 이곳에 수용할 수 있는 최대인원이 5명이래요.
그래서 같은 아파트 주인이 소유한 다른 원베드룸 아파트 하나를 더 예약했거든요.
두 숙소가 비슷한 위치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한 곳은 아주 멀어요.
계단도 많고 ㅠㅠ
(큼지막한 캐리어를 들고 여행 다니다 보면 계단이 제일 무서워요)
이 꽃누나 숙소도 사실은 만만치 않은 계단을 올라가야 해요.
(이....이런 계단이 3층까지. 엘리베이터가 뭔가요?? 먹는건가요?)
아무튼...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희 일행 중에 50세 이상 언니들 다섯 분이 시계탑 숙소를,
50세 이하 동생들 세 명과 태호군이 멀리 떨어진 숙소를 택하게 되었어요.
또 다른 숙소 한 곳을 가보니 3인 침실과 거실 겸 부엌이 따로 있었는데
화장실도 1개뿐이고 해서 태호까지 함께 묵기엔 좀 무리였어요.
(태호군은 거실에 자도 괜찮다고 했으나.... 우리가 불편해서 거절)
(그곳은 달동네스러운 계단과 골목을 구불구불 지난 후에 나왔다)
(숙소 인근에 선 시장)
마침 저희 숙소 아래층이 비어 있어서 하룻밤 60유로에 태호군 방을 급하게 잡아주고 해결.
(태호군은 이날 밤, 저희의 저녁초대도 뿌리치고 혼자 조용히 FC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며
하루 종일 아짐들때문에 혼미했던 정신을 가다듬었나 봅니다)
참고로 저희가 사전에 예약했던 숙소는 두 군데 합쳐서 1박에 $210 (유로 아니고 미화)이었어요.
저희가 짐가방을 숙소에 올려다놓고 자리잡았을 때는 이미 기진맥진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맘 같아서는 스플리트 구경이고 뭐고 그냥 뻗어서 자고 싶었다는...
그러나 불사조같은 50+ 온니들의 성화로 저희들은 다시 종탑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스플리트 시내 구경과, 종탑 오른 얘기 등등은 줌인줌아웃 참고)
저녁은 시계탑 바로 아래 광장의 Central 이라는 이태리 음식점에서.
(Central)
(음식 사진이 제대로 없다는 건 대개 일행이 허기져서 게눈 감추듯 먹은 날이에요;;;)
이곳의 피자와 트러플 파스타. 평작 이상이었고 가격도 적당했어요.
다만, 크로아티아의 다른 많은 곳에서도 그랬듯이
밀크 커피를 주문하면 우윳값은 따로 받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분노하거나 놀라지 마세요.
다 합쳐도 착한 가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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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들은 각자의 숙소로...
(언니들 방. 4인 침대 + 간이침대... 침대 제비뽑기부터 분위기 안좋았다...)
(언니들 숙소... 스플리트 전투의 결전지)
저희도 숙소로 돌아와 비에 젖은 옷을 말리고
막 온니들 뒷담화를 시작하려는데....
(우리 일행은 밥먹다 누구 하나 화장실 가면 사정없이 씹어주는 단체에요 ㅎㅎㅎ
그래서 웬만하면 참고 안가는게 좋아요.)
언냐들한테 이런 카톡이 오네요.
딱~ 감이 와요.
또 누군가 하나 우기기 시작했구낭 ㅡ.ㅡ
여기서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희가 10명이었던 시절, 첫 여행으로 3박 4일 크루즈를 다녀온 후였어요.
느즈막한 시간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어요.
꼰누나1: XXX(내 이름) 뭐 물어볼게 있어. 빨리 답해줘.
나: (......뭘까...) 네. 뭔대요?
꼰누나1: 우리 크루즈 갔을 때 XXX가 나 빌려줬던 빤짝이 티셔츠 있자나.
그거 시어머니가 주셨댔어? 아니면 친정엄마가?
나: (....이 시점에 왜 그게 궁금할까....?) 왜....왜요?
꼰누나1: 아주 중요한 문제야. 빨리 대답해줘.
나: 시어머니요....
꼰누나1: 뭐! 친정엄마 아니고?!!!!
진짜 시어머니가 주신 거 맞아????? 확실해?????
나: (....나는 누구인가.....)
(뒤에서 들려오는 환호성)
네, 시도때도 없이 사소한 일에 목숨거는 언니들입니다.
팩트 자체 중요성의 경중과는 전~혀 관계 없이
누가 하나 우기기 시작하고, 그 반대되는 의견이 대두되면
이렇게 외나무 다리 결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근데 이상한 것이, 대개의 경우 틀린 주장을 하는 사람 목소리가 더 커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늘 무시무시한 결과를 맞이하곤 하죠.
스플리트에서의 이 날 저녁은 집에 돌아가는 뱅기편이
직항이냐 갈아타느냐를 놓고 시비를 가리기로 했나봅니다.
근데 다음날 플리트비체 가는 차안에서 들어보니
이 밖에도 크고 작은 군소전투가 다발적으로 벌어진 밤이었나봐요.
그동안 동생들 앞에서 체면 차리고 있던 언니들이 긴장이 풀어져서인가...
(사실, 이 언니들끼리의 역사는 근 20년에 달하는 매우 끈끈한 관계거든요)
우리 일행 중에 가장 가냘프고 젤 조용하고 말도 없던 한 언니는
가장 배포가 큰 또 다른 언니를 잡고...
(타올에 물 잔뜩 묻혔다고 잘 때까지 쫓아다니면서 왜 그랬냐?고 추궁했다는;;;)
남다른 대륙의 풍모를 지닌 그 언니가 쩔쩔맸다고 하네요 ㅎㅎ
뱅기 직항편을 두고 묵사발 되었던 언니는 또 다른 반격을 시도하고
그 중간에서 중재를 시도하던 언니는
너도 씨끄러우니 가만 있으라는 핀잔을 받고....
근데 이 날 저녁은 저희 동생들이 언니들에게 준 숙제가 하나 있었어요.
낼 플리트비체 가서 먹을 점심을 준비해 놓으라는 것.
그래서 우리가 싸간 음식이 들어있는 먹이가방도 아예 언니들 숙소에다 내려놓고 왔거든요.
분위기 안좋은 건 안좋은 거고, 또 내일 밥은 먹어야 하니
언니들 일단 수습하고 삼각김밥 제조에 나섭니다.
멸치볶음과 우엉조림, 그리고 참기름과 통깨를 아낌없이 투척한 삼각김밥.
결투에 진 언니가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다가
다른 일행의 삼각김밥 싸는 모습이 시원치 않자 비닐장갑을 끼고 합세.
이 모습을 우리의 기록담당 온니가 또 비됴로 찍고...
그러자 갑자기 주거니 받거니 요리강습에 나선 두 언니.
"여러분~ 이렇게 야무지게 마무리를 해줘야 합니당~~"
"어때요~ 맛있겠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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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저희 일행은 다음날, 플리트비체에서 삼각김밥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든든하게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끝으로
폭풍같은 전날밤을 뒤로 하고
무려 84쿠나짜리 아침식사를 하는 간 큰 언니들 사진 투척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