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걱정하지 마라 남들도 다 하는데 니라고 왜 못하겠노?”
“그렇겠제?? (안심) 근데 엄마는 내 낳다가 죽을뻔 했다면서.”
“((잠시 회상에 잠긴듯…)내가 니 낳는거 보고 너거 할머니가 니처럼 애 낳는사람 살다살다 처음본다 했다 아이가. 하긴 피 너무 많이 흘려서 수혈하고 진통하다가 X , 오줌 다 싸고..생각도 하기싫다.”
“(덜컥) 지금 겁주나? 엄마. 그러면 고모들은 애 잘 낳았나?”
“큰고모는 무섭다고 처음부터 수술했고 작은고모는 한번 보자........... 어.작은고모도 수술했다. 진통하다하다 안되가지고.”
“ (헉) 고마해라.. 괜히 물어봤네.”
“겁먹지마라. 니가 우리집안에서 처음으로 한번 순풍낳아봐라.우리딸 화이팅”
며칠전 한국에서 도착한 엄마와 이슬이 비친날 저녁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고 마지막 밤을 보내러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서 맘속으로 화이팅을 외치고 잠을청하는데 점점 간격을 좁혀오는 진통때문에 잠이 쉽게 들지가 않는다.
결국은 곤히자는 남편을 깨워 새벽3시 병원으로 향했다.
간단한 검사를 하고 관장을 했는데 (독일은 관장은 선택사항. 음모제거와 회음부절개는 없다.) 집에서 화장실을 많이 간 덕에 거의 나오는게 없다. 근데 어라? 물을 내렸는데 소리가 영 약하다. 한번 더 내리니 이젠 아예 안되네..이걸 어쩐다.. 일단 휴지로 흔적없이(?) 덕지덕지 덮은다음 간호원을 불렀더니.. 지금 수도관이 잠시 수리중이라며 그냥 두란다. 왠지 예감이 안좋다.
그렇게 새벽6시쯤이 되니 겨우 잠에서 깬듯한 파릇파릇한 인턴이 와서 혈관주사를 놓아준다. 그 와중에 그 의사가 멋있어 보인걸 보니 진통은 견딜만했나보다. 잠시후 분만실로 올라가니 산파가 와서는 (독일은 산파와 산파실습생이 한조각 되어 아기를 받고 의사는 나중에 후처리(?) 할때나 들어온다.) 호흡법과 진통완화법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호흡해봐도 진통이 진행되자 전혀 효력이 없다. 진통이 시작된지 어느덧 6시간이 지났는데 자궁문은 여전히 3센치라네...내 기분엔 벌써 애기가 나올것만 같은데..
이게뭐람.. 옆집언니 만삭20키로 증가에 3시간만에 순풍. 뒷집언니 40에 초산 4시간만에 순풍이였는데 난 아직 20대에 몸무게도 겨우 7키로 늘었을 뿐인데 왜 이런거야?? 게다가 임산부 사이트에 올라온 순풍바이러스란 바이러스는 다 받았는데 말이지..
혼자 씩씩거리며 진통을 견디는데 .. 점점 참을수가 없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무통주사 놓아달라 해야지 했는데 무통주사가 PDA인지 PAD지 POD? 도통 생각이 안나는거다. 아무래도 PDA가 맞는거 같은데 그건 조그만 컴퓨터 같은것도 PDA인데?? 아무래도 아리쏭하다. 그냥 틀려도 얘기하면 될걸 소심한 성격탓에 못물어보고 그냥 생으로 참았다..그저 애꿎은 남편손만 물어뜯고 몸을 비틀고 견디는데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3시. 이제서야 6센치가 열렸단다..
이제 두시간만 지나면 한국은 다음날로 넘어가는데,,그럼 날짜계산 복잡한데 어쩌지?? 빨리 나와야되는데 ...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는데 시간이 지나도 8센치에서 더이상 열리지 않고.. 그렇게 오후 5시가 넘어버렸다.. 이젠 정말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말도안되는 독일어로 배째배째하고 외치니 산파가 불쌍한지 “조금만 참아 지금 PDA를 놓아줄게” 한다... (아..PDA가 맞구나..아까 그냥 얘기해볼걸..ㅜㅜ)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내진 한번 더 하자 하더니 이제 다 열렸다며 무통은 필요없데네..그냥 힘주란다.(아..허무해라) 어쨋거나 분만실은 분주해지고 나도 드디어 아기를 본다는 생각에 다시 힘이났다. 한시간을 미친듯이 몸을 비틀고 소리지르다가. 마지막으로 온몸이 찢어질 듯 힘을주니 뭔가 물컹거리면서 엄청난 머리카락을 달고 우리아들이 세상에 태어났다.. 선물 주고받기 곤란하게 어버이날 말이다.. 나중에 의사가 들어오자 산파가 " 선생님..얘 무통도 없이 낳았어요..힘들었을텐데 참 잘했죠??" 하니..(그게아닌디...)
선생님왈 "어머..잘 참으셨네요..그럼 회음부 수술은 보너스로 마취시켜드릴께요.ㅎㅎ "하신다.. (이제 마취를 하던말던ㅜㅜ)
어쨋든 그때의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마취하던 감동말고..아들낳았을때^^)
정말 달콤한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눈을뜨니 내 침대식탁에 아침이 놓여져 있었다.
딱딱한듯 부드러운빵에 살구쨈을 발라 Fenchel차와 함께 먹는데 그 빵이 어찌나 맛있던지..게다가 점심은 또 어떻고..스파게티. 돈까스. 송아지고기. 연어구이...맛있는건 물론 골라먹는 재미까지..(엄마 미역국 안해갖고 와도 돼..엄마 힘들자나..히히)
아들이 맥박이 약하고 황달이 오래가서 3주를 꼬박 병원에서 보냈는데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오는 병원밥이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서(아마 공짜밥이여서 더 맛있었나보다.ㅋㅋ) 아픈 아들때문에 밤이면 눈물로 지새우다가 내일먹을 밥 생각하면서 힘내고 그렇게 견뎠던것 같다.
덕분에 그 고생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때 겨우 2키로 빠져 있었다는 사실..아들이 3.2였는데 우찌된건지..ㅋㅋ
그때 매일 아침으로 먹었던 살구쨈 바른 빵은 지금 내 아침메뉴 단골이다. 물론 병원에서 분위기 잡으면서 먹었던 것보단 별로지만 여전히 내 식욕을 자극한다.

조금은 부드러운 브뢰첸을 반으로 갈라 말랑말랑한 버터를 꼼꼼히 바르고 살구쨈을 살짝 발라서..
덧붙이는 이야기
18시간 진통동안 남편을 꼼짝못하게 붙들어두는 바람에 집에 혼자 걱정하고 계신 엄마에게 아기를 낳고 겨우 전화를 드렸는데
남편 : 장모님
엄마 : 그래 수고했네 방금 낳았지?
남편 : 어떻게 아셨어요?
엄마 : 다 아는수가 있지
알고봤더니 나와는 달리 너무 대범한 울엄마. 기다리다 기다리다 너무 궁금해 옆집 관리인 할아버지 집을 찾아갔단다.
엄마 : 마이 도터. 베이비 베이비(손으로 배부른 모양을 흉내내며) ------- 내 딸이 애기 낳으러 갔는데
타임 타임.. (시계를 손으로 가르키며 지루한 표정) ---------- 너무 오래되었다.
텔레폰 하스피탈 (전화하는 시늉을 하며) ------------- 병원에 전화좀 해주라.
일흔노인 센스쟁이 우리 관리인 할아버지 척하고 알아듣고서는
유 텔레폰? 마이 텔레폰? (역시 독일사람 답다.. 그냥 자기전화로 해줘도 될걸) ---------- 니전화로 할까? 내 전화로 할까?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한 2시간 정도 후면 애기낳을거 같다고 병원에서 얘기해줬단다. 그 얘기 듣고 남편이랑 얼마나 웃었던지..여기까진 좋았는데 엄마가 덧붙이길 너무 고마워서 엄마가 구운 미숫가루쿠키를 몇개 쥐어줬단다..갑자기 남편이랑 얼굴이 굳어졌다..그거 진짜 맛없는데..인제 할아버지 피해다녀야겠다..;;

우리아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찍어준 즉석사진
엄마가 우리아들 보자마자 주책맞게.. 어머...ET 다 ET 그러는 바람에 우리신랑이 장모를 확 째려봤더니..
아니..내말은 이쁜티가 팍팍난다고 .. (역시 울엄마ㅋㅋ)

우리아들 요즘모습
정말 ET였는데 지금은 용됐다.
아들아 사랑해.
남편도 사랑해.
엄마는 더 많이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