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임신을 하면 유난스럽게 입덧을 합니다
임신5주째 부터 아무것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먹을수 없고 토하기만 합니다
95년 봄 그러니까 제가 26살이던 때입니다
힘들게 힘들게 첫아이를 가진 저는 그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이
입덧이 시작된것입니다
무방비 상태이던 제게 입덧 공격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당시 전 은행에 근무했었고
휴직기간이 최대1년이었기에 출산 전 까지 최대한 버텨야 했습니다
술 빼고는 모든 음식을 잘먹는 제게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차멀미를 모르던 제가 차로 5분 거리인 은행에 출퇴근 하면서 남편이
차를 몇번씩 세워야 했고 하루에도 열댓번씩 토해대니 정말 죽을지경
이었습니다
먹는 것이 없어도 토하기는 계속됐고 나중엔 노란물(쓸개즙이라던가?)까지 나와
내 입 안은 온통 쓰기만 해서 입안을 헹구는수돗물이 그렇게 달게 느껴질수가 없었습니다
은행에서 손님과 이야기 하다가도 갑자기 손으로 입을막고 뒤에 세면실로 달려가야했고
냉장고 광고만 봐도 냄새가 나서 토했습니다
오로지 몸에서 받는건 이온음료인 -토레이 밖에 없었습니다
출근할때 남편이 그음료캔을 4개씩 싸주면 전 그걸들고 제 생명수인양
들고 나갔습니다
보다 못한 어머님이 한의원에 가서 입덧 가라앉히는 약을 지어오셨지만
먹자마자 바로 토해내니 참 죄송스럽고 어찌할길이 없더군요
그렇게 죽기 직전까지 입덧을 하고 나니 체중이 5kg이 줄었고
얼굴은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졌습니다
결국 탈진 직전까지 가게 되어 병원에 가 링겔을 맞아야 했으니까요
어쨋든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습니다
그즈음 시골 친정부모님댁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학창시절 엄마가 소풍 가는 날 싸 주었던 내겐 상처로 남은
김밥이 먹고 싶은 거예요
왜 상처가 됐냐구요?
1남5녀를 둔 우리집은 참 어려웠습니다.
늘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것이 저를 주눅들게
했고 뭐를 하고 싶어도 마음약한 저는 부모님께 말조차 할수 없었습니다
소풍가는 날 역시 기쁨 반 슬픔 반이었습니다
다른날은 몰라도 아무리 힘든 가정 형편이라도 소풍날만큼은 색색깔로 싼 김밥을 즐겁게
먹는 기쁨은 그당시 우리 모두의 호사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겐 그런 호사도 허락칠 않았습니다
다른집보다 유난히 여려웠던것도 아닌데 엄마는 소풍날 딸의 마음을
헤아려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다른친구의 김밥에 들어 있던 향긋한 소세지와 계란과 단무지들이
정말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내 김밥에는 무짠지를 우려서 채썰어 고춧가루와 깨소금과 집에서 짠
들기름을 넣어 무쳐낸 다음 밥에 그걸 넣고 비벼서 김밥김이 아닌
그냥 김으로 둘둘 말아 썰어낸 김밥이었지요
엄마도 보일게 없던 김밥이 미안했던지 차마 김밥을 세워서 담지 않으시고
자른채로 뉘어서 도시락에 꾹꾹 눌러 두단으로 담아 주셨습니다
소풍날 주눅이 잔뜩 든 마음으로 도시락을 열면 얇은 김이 습기가 생겨
젖어서 찢어진채로 밥알이 나오기 일쑤였습니다
창피함에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며 먹었던 누운 김밥!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지만
그때도 친구의 김밥보다 챙피한 내 김밥이 담백하면서 맛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맛보다는 모양이 훨씬 더 중요했던 때였으니 제겐 상처가 될수 밖에요
그런데 잊고 싶었던 그 김밥이
아무것도 먹히지 않던 입덧할 때 생각 난 것입니다
엄마는 세째딸의 말에 그자리에서 바로 짠지 김밥을 싸 주셨고
너무도 맛있게 몇달만에 밥다운 밥을 먹었습니다
물론 하나도 토하지 않고 거짓말처럼 속은 편하게 가라앉았지요
남편은 내가 연기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럴만 하지요
저도 신기했으니까요
그러면서 김밥에 대한 어릴적 상처가 씻은듯이 낫는듯 했습니다
그렇게 심한 입덧을 하고 나니 3개월이 지났고 조금은 입덧이 가라앉아
먹으며 토하기를 반복했고 체중도 불기 시작했습니다
무사히 첫아들을 낳았고 그 고생을 또 한번 하고 둘째 아들까지 낳은걸 보면 제가 생각해도
엄마의 힘은 대단한것 같습니다
그뒤로 입맛을 잃을때면 전 제손으로 그 짠지 김밥을 싸 먹곤 합니다
어느날 제 큰아이가 제가 먹는 그 김밥을 먹더니 너무 맛있다며 또 해 달라고 합니다
지난번 소풍때도 김밥 싸줄까 유부초밥 싸줄까 했더니 짠지 김밥을 싸달라고 하여
혼자 웃었습니다
아마도 뱃속에 있을때 저와 엄마를 살린 음식이란걸 본능으로 아나 봅니다
전 지금도 단무지 햄 넣은 김밥을 잘 먹지 않습니다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하고 속이 좋질 않습니다
단무지의 강한 단맛과 햄의 첨가물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합니다
세상일이란게 참 신기합니다
어릴적 그렇게 아팠던 일들이 어느날 감사한 일로 다가오기도 하니까요
세상은 그렇게 매순간 제게 행복과 불행을 보여주며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가 슬픔으로 받아들여서 슬픈것이지 기쁨으로 읽어낸다면 언제나 행복속에
머물수 있다는 우주의 법칙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일겁니다
전 오늘도 기쁨을 끌어당기려 합니다
온 우주에는 행복의 물결이 넘치고 있기에 그저 열어놓기만 하면 되는것을
아니까요
참 감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여러분도 마음의 밸브를 활짝 열어 보세요
행복의 물결이 가득 넘쳐 흘러 들어올수 있도록....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공모)나를 살린 상처의 짠지김밥
이경옥 |
조회수 : 4,508 |
추천수 : 61
작성일 : 2006-10-30 15:17:35

- [키친토크] (이벤트공모)나를 살린.. 3 2006-10-3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환스
'06.10.30 3:25 PM입덧할때 꼭 친정엄마의 음식이 그리운건... 그속에 사랑을 가득 담아주셨기 때문일겁니다
저도 늘 엄마 맛이 그립습니다2. 카민
'06.10.30 5:38 PM저도 먹고 싶어져요.....
3. 멜라니
'06.10.30 5:57 PM'세상은 그렇게 매순간 제게 행복과 불행을 보여주며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가 슬픔으로 받아들여서 슬픈것이지 기쁨으로 읽어낸다면 언제나 행복속에
머물수 있다는 우주의 법칙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일겁니다'
마음에 담아둘 얘기네요.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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