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기간 종료가 다가오면서 그동안의 수많은 요리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남자친구 면회갈때 싸갔는데.. 가면서 옆구리 다 터져버린 김밥,
중학교때 레시피 하나 없이 만들었던 모두에게 외면받은 쿠키..
여고시절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만들어먹던 비빔밥..
처음으로 해본 초등학교 가사시간의 떡볶이 실습..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추억이 없었습니다.
요리와 함께 내가 참 많이도 컷구나..
얼마 지나오지 않은 세월이지만 다시한번 한걸음 한걸음 기억을 더듬으며 미소지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결혼전에는 엄마랑 얼마나 싸웠는지.. 엄마한테 대놓고 나는 엄마가 싫다고 밉다고 이야기 했었고,
엄마처럼은 안살꺼라고 마음아픈 소리도 참 많이 했었답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처음에 너무나 반대하던 엄마때문에 속상해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구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내가 왜 그랬을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더란 말입니다..
내가 살림을 해보니 그동안 엄마한테 빨래며 반찬이며 잔소리했던 일들이 다시 제 마음에 돌아와 박히더라구요.
내가 집에 혼자 앉아 신랑을 기다리며 티비를 보고있을때 엄마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결혼을 해봐야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아봐야 부모마음을 안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봅니다.
훗날 제게 아이가 생기면 지금 아픈 큰 덩어리들이 조금씩 더 작은 덩어리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이겠지요.
이런 엄마의 생신이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올 2월에 결혼한 저에겐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친정 부모님의 생신이었지요.
내년 3월에 결혼할 여동생에겐 결혼 전 마지막으로 갖는 엄마 생신이었구요..
동생이랑 전화로 계획을 세우면서 "엄마 생일날 어디서 밥먹을꺼야?"
"엄마가 토다이나 바이킹스 가고싶다던데? 집에서 밥하기 싫대."
아차 싶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다같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거나 외식을 할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엄마는 식구들 생일은 물론 시댁 제사에 대소사까지 혼자서 모든걸 해오셨었지요..(아빠가 외아들 이세요.)
아무렇지않게 생각했던 제가 참 부끄러워 졌습니다.
그래서 고민고민 끝에 신랑과 상의해서 제가 직접 생신상을 차려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시댁 생신상 차릴 일은 많아도 친정 부모님을 손수 챙겨드리기는 쉽지 않겠다 싶더라구요.
얼마 전 시아버님 생신때 해드린 것이 없는터라 말꺼내기가 좀 미안했는데,
신랑이 잘 생각했다고 칭찬하면서 자기도 돕겠다더라구요.
몇일동안 장도 보고 메뉴도 짜고..
물론 엄마는 상차리는게 얼마나 힘든데 됐다고 그냥 나가서 먹자고 사양을 하셨지요.
그래도 간단하게 할꺼니까 너무 기대는 하지마 엄마~ 하면서 일단 그날 오라고 했어요.
왠지 일반적인 생일상 보다는 좀 특별하게 외식 기분을 내보고 싶어서 양식기를 꺼내어 셋팅하고 와인도 고심해서 한병 고르고..
금요일엔 엄마가 좋아하시는 보라색으로 케익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생신인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직접 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념이니 제일먼저 미역국도 끓였어요.
신랑은 엄마를 위해서 51송이 장미꽃바구니도 준비해오고,
저와 결혼해서 행복하다고, 저희와 함께 오래 오래 살자고 카드도 적어 놓았더라구요.
초밥도 만들고 무쌈도 말고.. 하루 종일 의자에 한번 앉지도 못했지만 마음은 즐거웠어요.
9시가 되어서야 도착한 식구들..
간단하게 밥이랑 국만 했다고 했는데, 양식기 셋팅이 되어 있으니 깜짝 놀라더라구요.
엄마도 "야~ 이게 뭐야~ 왜 고생스럽게 이랬어~"하시면서도 얼굴에 환한 미소가..
케익에 촛불도 켜고 노래도 불러드리고, 신랑이 짠~! 하고 꽃바구니랑 용돈도 가지고 나타나고..
준비한 음식들도 하나 둘 상에 올리고나니 감탄을 하시면서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그동안 철없던 내가 그렇게도 미울 수가 없었어요..
"이걸 어떻게 다했어. 고생스럽게.." 그러시면서도 제 손에 붙인 반창고를 보며
이거 준비 하다가 다친거 아냐? 약은 발랐어?"이러면서 오히려 저를 걱정해 주시더라구요..
식구들이랑 즐겁게 식사도 하고,
엄마랑 아빠는 친구들한테 자랑한다고 남동생한테 사진 찍으라고 막 그러시구. ^ㅡ^
설겆이 하고 가시겠다는걸 빨리 가시라고 밖으로 모시고 갔어요.
엄마는 고맙다고 너무 행복하다고 하시고.
아빠는 마지막으로 차에 타시기 전에 저랑 신랑을 한번 꼬옥 안아주시고는 수고했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동안 부모님께받은것에 비하면 머리카락 하나 만큼도 안되는거지만..
너무나 기뻐하시는 부모님 모습을 뵈면서 뿌듯하고 행복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죄송스럽더라구요..
사랑하는 부모님..
사랑하는 내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였으며 여자이기 이전에 부모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ㅡ^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결혼해보니.. 엄마도 여자였다...
얄루~ |
조회수 : 4,686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6-10-31 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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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생강나무꽃
'06.10.31 6:41 PM - 삭제된댓글눈물나요.. 님... 어머님 정말 행복하셨겠어요~!
2. 물푸레나무
'06.10.31 6:53 PM정말 잘하셨어요.
저도 3년전부터 엄마생신 챙겨드리고 있는데
넘 감격해하시더라구요.
행복하셨겠어요.3. 오카리나
'06.10.31 10:41 PM행복한 모습 보면서 글 읽는데 왜 눈물이 날까요...
늦었지만 어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세요^^4. 솜사탕
'06.11.1 5:08 AM저렇게 예쁜 생일상을 차릴줄아는 따님이 잇는 엄마는 얼마나 행복하겟어요?
축하드리고, 저의 친정어머니에게 조금 미안해지네요5. 엘마
'06.11.1 7:24 AM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께 반성하고 갑니다.
멀리 계시다는 핑계로 요즘은 찾아뵙지도 못하는데..6. 팝콘
'06.11.1 7:39 AM뭔가 벅차오르고 눈물이 나네요~
아직까지 친정엄마와 다투는 제가 미워지네요~7. 줌마렐라~~
'06.11.1 9:40 AM내년에도 엄마생신 꼭 챙겨드리세요. 얄루님 정말 착하셔요^^
8. 달구네
'06.11.1 9:49 PM저두 눈물나요..한번도 친정부모님, 시댁부모님 제손으로 차려드린 일 없는데...한번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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