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자 적어봅니다.
제가 결혼한지 7년째 채워가요. 결혼후 맨처음 맞은 설날엔 입덧중이라 음식냄새를 못맡고
어머니랑 시누이가 준비하시면서 제게는 카운터만 보라고 하셨었지요.(그땐 시댁이 장사를 하실때예요)
두번째 명절이 추석이었어요. 젖먹이는 시누이가 카운터보면서 돌보고 이젠 어머니랑 저랑
둘이서 명절준비를 했지요. 그때까지도 어머니가 어려워서 실없는 농담을 하거나
큰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질 못하고 네네... 대답만 열심히 하던 새댁이었는데...
하루종일 얼굴 마주보며 일하다 보니 어느순간 대화 소재가 떨어지고 적막만 흐르더군요.
전도 부치고 생선도 구워내고 나물거리도 다 다듬어서 볶아놓고 ...
마지막으로 송편을 빚을 차례가 되었어요.
엄니는 크게크게 저는 예쁘게 예쁘게(둘째는 딸이길 빌며...) 빚어서 한 쟁반이 만들어지자
제가 냉동실에 넣어 굳히려고 일어서니 어머니께서 뭐하러 여러번 여닫느냐 한번에 끝내지
하더라구요, 겉이 마르기전에 얼른 넣어야할텐데 싶어서 " 어머니, 마르면 잘 터져요. 지금부터
얼리면서 만들어야해요" 했더니 엄니는 " 내가 송편 한두번 하냐, 한꺼번에 얼리면 돼..." 그러시더라구요.
암만해도 우리집 냉동실크기와 송편양이 비례가 안되는데...
더구나 명절이라 이것저것 많이도 넣어뒀는데...
온갖 상상을 하며 고개만 갸우뚱 했지 끝까지 우기질 못했어요.
그러다 송편이 다 돼고 빚었던 자리를 치우는데 울엄니 팩을 두어장 뽑으시더니
아직 촉촉한 송편을 막 집어넣고 입구를 봉하시고 냉동실에 척 넣어두십니다. 어... 이게 아닌데....
그러나... 어머니가 한두번 하신게 아니라는데... 하나씩 나중에 떨어지나봐... 그래도 아닐텐데...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상황이었지요.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나고 식구들에게 맛보일 송편을
찌자 하셔서 꺼냈어요. 이미 돌처럼 딱딱해져 있는 송편을 꺼내어 찜기위에 늘어놓아야하는데...
역시나 덩어리져서 도저히 떼어내질 못하겠더군요. 울상이 되어 어머니를 쳐다보니 울엄니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시고 다시 녹일수도 없고... 진퇴양난이 그거더만요.
할수 없이 덩어리채로 한참을 쪄서 익히고 나니 이젠 차라리 떡이더라 이말입니다.
하나씩 들고 먹는것도 안돼고 아예 수저로 한술 떠 올린 송편... 송편을 들고 보시던 울엄니 갑자기
푸하하.... 아이고배야 푸하하...
지금도 그렇게 맛나게 웃으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제야 저도 조금 웃을수 있는 여유를 갖을수 있었어요.
"아이고... 식구들은 고사하고 상에는 어떻게 올리냐... 그래도 웃긴다. 푸하하..."
"엄니.. 죄송해요. 제가 알아서 했어야하는데 저도 잘 몰랐어요. 푸하하..."
그날 우리식구들 입이 댓나발이 나와서 수저로 두어번 떠먹고 만 송편...
며칠을 두고 울엄니랑 저랑 둘이서 퍼먹으면서(!!!) 엄청 웃었답니다.
요즘도 추석이면 송편을 꼭 하고 그때 추억을 떠올리며 웃고는 하죠.
요새는 제가 아닐거라고 하면 제 말씀을 들어주세요. 근데 그게 가끔 제 말이 틀릴때도 있더군요.
그래도 같이 웃고 말죠 뭐.

그때의 실수이후로 우리는 요렇게 송편을 얼렸다가 겉이 딱딱해지면 한 봉지씩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하지요.
먹을때 바로 쪄내면 돼요.
재밌게 읽으셨는지... 송편 하나씩 드시고 가시지요^^
(혹시나 이벤트에 당첨되는 영광이 제게 온다면... 선물은 울 엄니껍니다.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