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집을 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국물이 뽀~얗게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집에서 사골을 끓이면 이런 색이 나오지 않던데,
혹시 색을 내기위해 뭘 넣는게 아니냐는 분도 있으시지요.
오죽하면 어머니 친구분께서도 언젠가 어머니께 넌즈시 물어 보더랍니다.
'아들네 설렁탕이 어떻게 그렇게 찐하데? 혹시 뭐 타는거 아닌지 아들한테 슬쩍 물어봐~'
그런 말을 들으면 그냥 웃고 말지요. ^^
그런데 의외로 설렁탕 전문점에서 끓여내는 설렁탕의 색갈에 대하여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끓여내는 모습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집에서 끓이는 사골국과 비교하면
먼저 불의 세기(화력)와 끓이는 방법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집에서는 약불, 혹은 중불에 3-4시간 은근히 끓여 남은 국물을 따라내고
다시 찬 물을 부어 같은 방법으로 끓이고 따라내길 3-4번 반복한 후
국물을 하나로 합하여 고기와 함께 드시는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설렁탕 전문점의 가마솥에 달려있는 가스 버너는 터보 노즐로 되어있어서
엄청나게 강한 화력을 냅니다.
약 250인분의 대형 가마솥의 물을 단 20분 만에 끓게 할 정도의 화력이지요.
저의집 사골 가마솥에서만 대략 하루 3만원 정도의 도시가스 연료를 소비합니다.

찬물에 담그어 충분히 핏 물을 뺀 사골을 끓는물에 30분 정도 튀긴 후 건져내어
맑은 물로 헹구어 낸 후 가마솥에 담고 물을 담습니다.
그리고 가마솥에 불을 붙여 끓이기 시작합니다.

가마솥에 불을 붙이고 약 20분 정도 지났습니다.
물이 끓기 직전입니다.

약 4시간 정도가 지났습니다.
가득했던 국물은 절반 정도로 줄어 들었군요.

얼핏 국물이 진한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냥 그렇습니다.

찬물을 다시 가득 채웟습니다.

국자로 국물을 떠 보면...
멀~겋지요?
뚜껑을 덥고 계속 불을 지핍니다.

다시 3시간 정도가 지났습니다. (7시간째)
처음엔 4시간 정도에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두번째 부터는 3시간이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제법 진해 보입니다만......

물을 다시 가득 부으면 그 색이 아직 흐린걸 알 수 있지요.
(두번째 물 투입)
터보 버너는 요란한 굉음을 내며 여전히 가마솥 아래에 불길을 쏘아대고 있습니다.

또 다시 3시간이 지났습니다. (10시간째)
솥의 국물은 또 다시 절반으로 줄었고 국물은 제법 진해지고 있군요.

물을 또 다시 가득 받았습니다.
(세번째 물 투입)
그리고......

기름을 걷어냅니다.
국자로 휘이~휘 저어 파도를 일으켜서 기름을 한 곳으로 모으고......

이렇게 떠서 걷어냅니다.
몇번이고 반복해서 거의 90% 정도의 기름을 이렇게 걷어 냅니다.

국자로 국물의 농도를 가늠해 봅니다.
많이 진해졌군요.
그래도 아직 미흡합니다.
푸른 불꽃은 여전히 솥 바닥을 휩씁니다.

또 다시 3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13시간째)
이젠 얼핏 보기에도 진해 보입니다.
이 즈음엔 진하고 고소한 냄새가 곰국실을 진동합니다.

거의 다 되어 갑니다.

물을 다시 가득 받습니다.
(4번째 물 투입)
아직 가마솥의 불은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자로 농도를 가늠해 봅니다.
제법 진해졌군요.
그래도 마무리로 한번 더 끓입니다.

한 시간이 더 지났습니다. (14시간째)
끓는 모습이 마치 하얀 용암을 보는듯 합니다.

색갈이 마음에 드는군요.

이제 가마솥의 불을 끕니다.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집니다.
가마솥의 불을 껏다고 사골국이 완성 된것은 아닙니다.
곰국실의 가마솥에 담긴 저 사골국물을 주방으로 옮겨야 합니다.

일단 주방에 있는 대형 스테인레스스틸 통에 사골국물을 옮겨 담고,
이때 미처 걷어내지 못한 10%의 기름을 마저 걷어냅니다.
보통 이 작업은 그 다음날 아침에 이루어집니다.
전날 온종일 끓인 가마솥의 국물을 옮기고 가마솥을 닦은 다음 새로운
뼈를 투입하고 또 다시 끓이기 시작하지요.
이렇게 매일의 일과가 반복됩니다.

음식물이 담긴 그릇을 옮기면 반드시 한 번 끓입니다.

이렇게 한 번 끓이고 식으면 그 양이 대략 10% 정도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 국물을 다시......

작은 통으로 적당량 옮깁니다.
큰 통에서 직접 국자를 자주 대면 쉽게 상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곳으로 옮긴 후에도 역시 한 번 또 끓입니다.
(역시 양이 줄어들며 농도는 더 진해집니다.)
이렇게까지 끓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대략 16-7시간 정도 됩니다.
위 사진은 끓인 후 식은 모습입니다.

이제 정말 뽀~얗게 되었습니다.
손님께서 주문을 하시면 저 국자로 듬뿍 뚝배기에 담아
역시 기름기 완전히 제거해 얇게 썰어둔 쇠고기(양지)와 국수사리를 담아 뜨겁게 끓여서냅니다.

이렇게 설렁탕이 완성되었습니다.
제가 오늘 아침에 한 그릇 먹기 전에 찍은 모습입니다.
맛있겠지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강두선표 설.렁.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