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으신 조상님들은
마님과 함께 기차타고 외가로 떠나시고
홀로남아 산채를 지키던 나날들~
출타하시며 그냥 가실 마님이 아니시기에
장마철에 장작을 거의 다 썼으니 보충해 놓으라시고......
습하고 더운날씨에 땀은 삐질거리는데
그렇게 방수공사 하자가 생겨도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으니
어디다가 하자보수해달라 손내밀곳도 없고......
그래도 타이밍은 정확한 배꼽시계가 뻐꾹대고 있으니
풋고추 몇개 따다가 찬밥에 물말아 아침을 때웁니다.
2% 부족한듯하여
오전참에 먹을 옥수수도 미리 먹어치우고......
3년간 정들었던 솥단지가 밑창에 구멍이 나서
새로 장만한 솥에 청치를 앉히고 청치밥을 합니다.
더운날 아궁이앞에 앉아 장작불을 지피며 밥하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따뜻함의 정도를 가늠하기 힘듭니다.
나름 부지런히 움직이며 땔깜을 준비하지만
얇은 반팔티셔츠는 뭔노무 새로운 패션인지
온통 땀에 흠뻑젖어
거울에 비친 모습은
제눈에도 보기 거북한 몸통라인이 드러나는 상황에
오전내 마련한 땔깜은 사진처럼 코딱지 반만큼이랑
불소시개로 사용할 잔가지 몇박스정도입니다.
전날 저녁에 싸온 밥은
깜빡하고 더운데 놓아둔 덕분에 상해버려
할수없이 냄비밥을 했습니다.
요리는 못해도 밥짓기는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코펠에 지은 밥은 아주~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삼층밥의 시대는 지나갔나니~
까만색에서 노란색까지 두루 아우른 색감에
생쌀에서 부드러움을 거쳐 탄내가 진동하는 식감에
종합예술의 경지를 창조하였으니......
에라이~ 이노무 손모가지를 그냥 콱~ ㅠㅠ
달구들 청치밥은 눈감고도 하는데
왜 하필이면 내가 먹을 밥은 이꼬라지로......
그래도 안먹을 수는 없는 일이니......
꽁치김치찌개에 풋고추 몇개 따서 억지로 억지로
입에 쑤셔넣다시피 코펠을 비웠습니다.
오후의 일과는 콩순따주기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윗밭과 새로만든 밭의 서리태와 백태는
-유해조수방지용 울타리를 허들쯤으로 여기는-
고라니놈들이 아작을 내서 따줄것도 없고
산채주변의 텃밭만 순지르기를 하는데
그것도 장난이 아닙니다.
시기를 놓쳐 칡넝쿨마냥
혹은 미친년 머리끄댕이처럼 뻗은 콩순을
포기마다 손으로 살살 끌어모아
인정사정 볼것없이 전지가위로 팍팍 잘라냅니다.
그렇게 잘라낸 콩순은
작두로 잘게 잘라 달구들 간식으로 먹이고
거의 홀딱벗은채 옆으로 누운 콩대는
다시 흙을 북돋아 제대로 일으켜 세워주는데......
내 몸은 웬지 슬슬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왼종일 땀에 찌든내가 몸에 밴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차린 저녁은 진. 수. 성. 찬~
된장과 고추장을 풀고
감자와 호박, 돼지고기를 썰어넣은 토장국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여름이면 즐겨드시던 음식입니다.
물론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저 또한 상당히 좋아하는 메뉴~
술안주감으로 만들어 놓은 김치등갈비찌개는
2등으로 밀려 김치만 몇조각 먹고......
이것저것 배가 터지도록 먹고 상을 물리니
텅빈 집안에 웬지모를 쓸쓸함이 엄습합니다.
여보~ 얘들아~ 벌써 보고싶다아~
웬만하면 하루이틀 있다가 빨랑와라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