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설국열차 때문에 먹게 된 ‘아점’ 상차림이다.
8시 조조할인을 보려고 일찍 극장에 갔더니 매진이란다.
11시 이후나 가능하다 하기에 예매하고 곧장 텃밭에 갔다.
풀 좀 뽑고 가지와 고추, 깻잎, 호박 등을 따왔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가지는 낮은 불에 후라이팬 올려 기름 없이 굽고
호박과 깻잎은 촉촉하게 낮은 불에서 볶았다.
역시 아침에 텃밭서 걷어 온 고추, 방울토마토, 미나리, 차조기와
구운 가지는 젓가락으로 쭉쭉 찢어 간장에 찍어도 먹고 맨입으로 먹기도 한.
H씨 호박 볶을 때 나는 깻잎 볶아 찬밥과 먹은
단순하고 수고롭지 않아 좋았던 밥상을 물리고 설국열차를 보러갔다.
영화를 보고 “어땠어요?”라고 묻는 H씨에게
“그냥, 필요이상으로 폭력적인 장면과 친절한 해설이 힘을 빼네…….”라고 했다.
사실 영화는 환경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 부른 예기치 않은 사건이라는 도입부 때문인지,
배우 때문인지 자꾸 괴물과 비교돼서 몰입하며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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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동서울 터니널에서 23시 59분 버스를 타고 인월에 3시 30분쯤 내려,
편의점에서 나는 커피 한 잔 마시고 일행들은 컵라면 하나씩 하고
인월~금계구간을 걸었다.
해뜨기 직전 5시쯤 무인 막걸리 판매대가 있는 계곡에서
막걸리 한잔씩 하기도 하고
이런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맥주 마시며 실컷 떠들기도 하고
바위에 누워 이런 하늘을 보기도 하고
소나기 온 뒤 지리산 능선을 멍하니 원없이 구경했던 지난주다.
*지리산(뱀사골) 쪽에서 구름이 몰려오면 금방 멈추는 비고 이쪽(삼봉산)에서 비가 오기 시작하면 오래 오는 비란다. 인월~금계구간 어느 식당 아주머니 말이다. 시집와서부터 겪어보니 쭉 그러더란다. 이날 비는 뱀사골 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며 시작되더니 1시간도 안돼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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