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쿠키를 자주 구워 먹었는데 만들어놓으니 식구들이 오며가며 먹느라 다들 살이 쪄가더군요..
그래서 접었는데 제 친구 중 하나가 레스토랑을 하다가 접으면서 5kg짜리 밀가루새것이 남았다며 다른 재료들과 함께 줬습니다.
저 큰 걸 어쩌지 하면서 하루하루 먼지만 쌓여가는 밀가루 봉지를 째려만 보고 있다가 어느날 대형 마트에 가게 되었습니다. 저 원래 대형마트 싫어라 해서 동네에서 조금씩 장봐서 쓰는 여자 입니다.
그런데 그만............................거기서 쿠키용 초콜렛칩 1kg짜리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먼지 쌓여가는 밀가루로 쿠키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그 큰!!!! 초콜렛칩을 사온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는 것이 오늘의 키톡입니다.......ㅡ.ㅡ
룰루 랄라 집에 돌아온 저는 먼지 폴폴 쌓인 밀가루 봉지를 탁자에 놀려놓았습니다.
올려 놓는 순간 보이는 세글자 강!력!분!
그렇습니다...이 밀가루는 식빵이나 피자를 만드는 용도의 강력분 이었던 것입니다.
밀가루를 처리하기위해 사왔던 초콜렛칩이.... 다시 초콜렛칩을 처리하러 다목적용 밀가루를 사러가야하는 상황으로 저를 내몬 것입니다. 우짜겠습니까?
다시 주방을 둘러보니 베이킹 소다도 없고 바닐라향도 없었습니다...대체 이일을 왜 시작했는지...전 대형마트의 탓이라며 마트에 대한 욕설 드립을 하면서 다시 동네마트로 가서 밀가루와 베이킹 소다는 샀지만 동네에는 바닐라향이 없을뿐이고....
이것은 필시 대형마트의 저주일게야...하면서 전 바닐라향은 빼버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시 대형마트에 가긴 싫었고.. 가서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말안대를 하지 않는 이상 바닐라향만 사는 건 초콜렛칩을 덥썩 문 저에겐 불가능한 미션이지요..
휴우....기나긴 쇼핑고행이 끝났습니다.
자 이제 쿠키를 만들어봅시다.
큰 볼을 꺼내고 중탕으로 녹인 버터를 넣고 1번부터 시작합니다.
설탕 두가지를 넣고 반죽기를 꺼내려고 장을 연 순간.......아무리 찾아도 반죽기가 없는 겁니다. 누굴빌려준것도 아니고 대체 어디로 간거야...씩씩대며 찾는 걸 본 남편이 지나가며 무심하게 한마디 합니다...네가 몇년전에 안쓴다고 버.렸.잖.아....!!!
아.....10년 넘은 반죽기라며 요샌 쓰지도 않는다고 제가 버린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전 이 일을 시작한 겁니다...
녹인 버터와 대용량초콜렛칩, 베이킹소다. 다목적밀가루가 절 비웃는 듯 합니다. 해볼테면 해보라며....
전 도전합니다. 수작업으로...
작은 거품기하나 손에 들고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볼을 허벅지에 꽉 끼고 버터와 설탕을 풍차돌리기 마구 마구 젓습니다.
달걀까진 할만 했습니다. 그러나 밀가루를 넣으면서 저의 팔은 손저림부터 시작해서 어깨까지 아파옵니다.
저 목디스크 환자입니다..ㅜㅜ....하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멈추는 순간 반죽은 더 힘들어질 것이 뻔하니까요.
얼굴이 시뻘개지고 호흡은 가빠옵니다...하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게 다 대형마트 때문이야.. 아니지 공짜로 주는 밀가루라고 덥썩 받아온 것이 나의 백팔 번뇌의 시초였어...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어...이런 생각이 108배속으로 머리 속을 휘몰아치면서 전 반죽을 마쳤습니다.
초콜렛칩을 넣고 집에 있던 오트밀도 추가로 넣고 주걱으로 섞어줍니다 그 와중에 작은 거품기는 반죽하다가 부러지고 말았으니 제가 얼마나 분노의 풍차돌리기를 했는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구웠습니다..쿠!!!키!!!
3/4컵 버터
1/2컵 설탕
1컵 황설탕
달걀 2개
1tsp 바닐라향 액기스 (바닐라 엑스트랙트)
1 tsp 베이킹 소다
1/2 tsp 소금
2컵 다목적 밀가루
2컵 초콜렛칩
1. 큰 볼에 녹인 버터를 넣고 (액체화시켜야 합니다 안그럼 반죽이 안되요)
2. 설탕, 황설탕을 1번에 넣어서 반죽기를 돌립니다.
3. 달걀2개와 바닐라향 액기스를 넣고 반죽기를 돌립니다.
4. 밀가루를 한꺼번에 넣지말고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기를 돌립니다.
5. 반죽기를 빼고 초콜렛칩을 넣고 주걱으로 섞어줍니다
6. 오븐을 예열하면서 오븐에 넣을 판에 오일을 바르거나 기름종이를 깔고 쿠키 반죽을 주걱으로 떠서 쿠키 사이즈를 만들어 놓습니다.
7. 190도로 예열해놓은 오븐에 12분간 굽습니다.
저 이제 다시 수명다한 거품기사러 갑니다.....버린 반죽기를 다시 사기엔 제 자존심은 너무 셉니다...건투를 빌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