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산에 가기 전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하루 높은 산에 다녀오니 장미가 많이 피었다.
기다릴 때는 기다린만큼 피어주지 않더니
애태운 날만큼 많은 꽃이 일시불 보상처럼 핀다.
갑자기 부자가 된다는게 이런 거인 모양이다.ㅎㅎ
그런데 먼저 핀꽃은 벌써 하나 둘 꽃잎을 떨어뜨린다.
제길...바람도 불지 않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피고난 뒤 다 져 버리지말고
연금식으로 매달 나누어 피어주면 좋으련만
장미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고
향기는 아래로 아래로 흘러 내린다.
아내가 저녁반찬으로 장미부침을
만든다고하여 꽃송이를 조금 털었다.
보기좋은게 먹기도 좋다고
여러 품종을 섞어 부치면 더 맛날거 같아
일부러 이것 저것 털었다.
안젤라, 함부르크 피닉스, 몽자르뎅 마메종,테라코타...
이름을 적고보니 세계각국 퓨전요리가 될거같아
우습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장미가 향은 있지만 맛은 어떨지?
오늘 무지더운 하루였다.
이곳 엄천골도 한낮에는 32도까지 올라갔는데
나는 감나무 밭에서 풀베다가 더워 죽는줄 알았다.
이럴 때는 맥주가 오십배는 맛있는데
지금 냉장고에는 차가운 맥주가 소개팅이라도 하는지
장미부침개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장미부침개한테 이번에 잘보이면 애프터도 기대할 수 있는데...
첫인사는 어떻게하지?
뽕? ㅋㅋ 이거 너무 상투적인가?
퍽? 아니면 팍?
착한 맥주가 고민하는 동안 장미부침개는 꽃단장하느라 바쁘다.ㅎㅎ)
꽃잎을 따서 물에 한번 헹구려고 걸름망에 담았다.
공기 맑은 곳에서 핀 장미를 굳이 씻을거 까지 없지만
요즘 송화가루가 날리는 때라 헹구는 시늉이라도 해본다.
하마 향기까지 씻길까봐 조심스럽게.ㅋ
씻은 꽃잎은 부침한장 만들만큼만 덜고
남은 것은 낼 아침 샐러드 만들어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장미는 버릴게 없다.
꽃잎을 따고난 뒤 꽃술과 꽃받침을 모아 모아 접시에 담아두니
천연 방향제가 된다.
장미부침 레시피는 별거없다.
장미잎 조금
계란 한개
소금 쪼매
들깨 약간
입으로 먹는게 아니고
눈과 코로 먹는 거라
재미로 먹는 거라
뭐든 조금씩만 하면 된다.
배불리 먹을게 아니니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