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전기 모기채

| 조회수 : 1,868 | 추천수 : 0
작성일 : 2017-07-05 15:49:11
얼마 전에 다녀간 사촌 누님이 
전기 모기채를 보내왔다. 
모기가 별로 없는 대도시 아파트 사는 
띠동갑 누님이 시골에서 모기에게 뜯기고 사는 
동생이 불쌍해 보였던지 모기가 손쉽게 잘 잡힌다는 
전기 모기채를 구해 보내준 것이다. 
나도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장난감 같은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러 보내온 거라 한번 시연을 해보니 
이거 참 재미나다. 

보통 모기가 실내에 들어오면 
벽에 붙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파리채로 탁 때려잡게 된다. 
만일 모기가 식후라면 유혈이 낭자하게 되므로 
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힘 조절에 실패하면 (아이고~ 이 괘씸한 놈이 
귀한 내 피를 많이도 빨아 먹었네~)하며 
물휴지로 박박 닦아내야 한다. 
그런데 전기 모기채는 그냥 쓰윽하면 빠지직하고 끝이다. 
공중에서 바로 처리가 되니 힘 조절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그냥 쓰윽하면 된다. 
게다가 팟하는 불꽃과 함께 모기가 타는 냄새까지 훅하면 
야릇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모기가 
전기구이로 빠지직하는 것을 보고 
내가 처절하게 복수했다는 느낌에 
엔돌핀까지 마구 솟는 것이다.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재미 좀 보려고 하니 모기가 통 안 보인다. 
이건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다. 
그 흔하던 모기가 다 어디로 가버린 거지? 
전기 모기채를 이동식 싸드처럼 장착하고 
의기양양하게 모기를 찾아 다니는데 
제기랄~당최 모기가 보이질 않는다. 

아들도 전기 모기채 휘두르는데 
재미가 들었는지 일부러 웃통을 벗어 던지고 마당으로 나선다. 
마치 노련한 권투 선수가 가드를 내리고 
상대를 유인하듯 옷까지 벗어던지고 모기를 유혹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모기는 보이질 않는다. 
한번은 아내가 욕실에서 모기가 나타났으니 
퍼뜩 전기 모기채를 달라고 들뜬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그냥 손바닥으로 짝하고 잡아도 될 것을 
굳이 전기 모기채를 달라고 하는 것을 보니 
아내도 모기 전기 구이에 단단히 재미가 들은 모양이다.

마당에서는 강쥐 세 마리가 
막대기 하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이제 갓 두 달밖에 안된 것들이라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을 때이긴 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막대기 하나로 정말 재밌게 놀고 있다. 
한 넘이 물고 온 것을 또 한 넘이 반대편 끝을 물고 늘어지고 
마지막 한 넘이 훽 가로채 달아난다. 
모기 한 마리 출현에 농부네 세 가족이 
서로 전기 모기채로 재미 보겠다고 다투는 것 같다. 
강쥐들은 막대기를 뺏고 뺏기고 뛰고 달리다가 시들해졌는지 
이번에는 모과나무 밑에서 
썩은 모과를 하나 물고 와서 놀고 있다. 
분양을 해야 할 강쥐들인데 
인연이 따로 있는지 
아직까지 입양하겠다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마리 정도는 내가 더 키울 여력이 되겠지만 
만일 좋은 가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 집은 그야말로 개판이 될 것이다. 
농부네 가족 셋은 전기 모기채를 가지고 놀고, 
강쥐 세마리는 막대기나 썩은 모과를 가지고 노는 
은근히 웃기는 그림이 될 것이다.




쉐어그린 (sharegreen)

시골에서 농사짓기 시작한 지 13년입니다. 지리산 자연속에서 먹거리를 구해, 시골스런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곶감만든지 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애플
    '17.7.20 5:49 AM

    ㅋㅋㅋㅋ 개판.....갸들은 파라다이스!!
    막대기 가지고 놀 던 꾸러기들
    전기채가지고 싸우던 주인들
    갸들은 그냥 같이 살고 싶어 할 듯하네요.
    소소한 큰 행복함이 묻어나는군요.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201 우리냥이 2탄. 우리집 샴 자매님들 2 루루루 2025.11.10 124 1
23200 입양간 페르시안 사진 공개해요. 남은거 탈탈 5 챌시 2025.11.10 178 1
23199 비오는 날의 가을 도도/道導 2025.11.09 163 0
23198 코스트코 트러플 초콜릿 상태 봐주세요 꽃놀이만땅 2025.11.09 728 0
23197 내게 보이기 위해 도도/道導 2025.11.08 191 0
23196 어서 데려가세요. 집사님들, 페르시안 고양이 맞죠? 3 챌시 2025.11.07 1,024 0
23195 어중간하게 통통하시면 롱스커트 입어보세요. 7 자바초코칩쿠키7 2025.11.06 1,486 0
23194 히피펌 스폰지밥 2025.11.05 2,104 0
23193 수목원 가는 길 4 도도/道導 2025.11.03 668 0
23192 10월의 마지막 날을 기대하며 2 도도/道導 2025.10.31 611 1
23191 고양이 하트의 집사가 돼주실분 찾아요 3 은재맘 2025.10.30 1,400 0
23190 ,,,, 1 옐로우블루 2025.10.30 405 0
23189 내 행복지수는 2 도도/道導 2025.10.30 425 0
23188 우리 냥이 9 루루루 2025.10.30 983 0
23187 개프리씌 안부 전해요 11 쑤야 2025.10.29 669 2
23186 견냥이들의 겨울나기 10 화무 2025.10.29 762 2
23185 봄...꽃. 그리고 삼순이. 13 띠띠 2025.10.24 1,164 3
23184 설악의 가을(한계령~귀때기청봉~12선녀탕계곡) 6 wrtour 2025.10.21 789 2
23183 고양이 키우실 분~~ 1 주니야 2025.10.21 1,381 0
23182 어미고양이가 버린 새끼들 사진 3 현경 2025.10.19 1,845 1
23181 구조냥들 2 단비 2025.10.13 1,774 2
23180 숏컷 웨이브, 갖고 간 사진이요. 8 erbreeze 2025.10.09 3,958 0
23179 불 구경하는 사람들 2 도도/道導 2025.10.08 1,255 0
23178 출석용---죽변 셋트장 2 어부현종 2025.10.06 979 0
23177 멀바우 트레이입니다 4 아직은 2025.10.06 2,252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