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모기채를 보내왔다.
모기가 별로 없는 대도시 아파트 사는
띠동갑 누님이 시골에서 모기에게 뜯기고 사는
동생이 불쌍해 보였던지 모기가 손쉽게 잘 잡힌다는
전기 모기채를 구해 보내준 것이다.
나도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장난감 같은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러 보내온 거라 한번 시연을 해보니
이거 참 재미나다.
보통 모기가 실내에 들어오면
벽에 붙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파리채로 탁 때려잡게 된다.
만일 모기가 식후라면 유혈이 낭자하게 되므로
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힘 조절에 실패하면 (아이고~ 이 괘씸한 놈이
귀한 내 피를 많이도 빨아 먹었네~)하며
물휴지로 박박 닦아내야 한다.
그런데 전기 모기채는 그냥 쓰윽하면 빠지직하고 끝이다.
공중에서 바로 처리가 되니 힘 조절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그냥 쓰윽하면 된다.
게다가 팟하는 불꽃과 함께 모기가 타는 냄새까지 훅하면
야릇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모기가
전기구이로 빠지직하는 것을 보고
내가 처절하게 복수했다는 느낌에
엔돌핀까지 마구 솟는 것이다.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재미 좀 보려고 하니 모기가 통 안 보인다.
이건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다.
그 흔하던 모기가 다 어디로 가버린 거지?
전기 모기채를 이동식 싸드처럼 장착하고
의기양양하게 모기를 찾아 다니는데
제기랄~당최 모기가 보이질 않는다.
아들도 전기 모기채 휘두르는데
재미가 들었는지 일부러 웃통을 벗어 던지고 마당으로 나선다.
마치 노련한 권투 선수가 가드를 내리고
상대를 유인하듯 옷까지 벗어던지고 모기를 유혹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모기는 보이질 않는다.
한번은 아내가 욕실에서 모기가 나타났으니
퍼뜩 전기 모기채를 달라고 들뜬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그냥 손바닥으로 짝하고 잡아도 될 것을
굳이 전기 모기채를 달라고 하는 것을 보니
아내도 모기 전기 구이에 단단히 재미가 들은 모양이다.
마당에서는 강쥐 세 마리가
막대기 하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이제 갓 두 달밖에 안된 것들이라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을 때이긴 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막대기 하나로 정말 재밌게 놀고 있다.
한 넘이 물고 온 것을 또 한 넘이 반대편 끝을 물고 늘어지고
마지막 한 넘이 훽 가로채 달아난다.
모기 한 마리 출현에 농부네 세 가족이
서로 전기 모기채로 재미 보겠다고 다투는 것 같다.
강쥐들은 막대기를 뺏고 뺏기고 뛰고 달리다가 시들해졌는지
이번에는 모과나무 밑에서
썩은 모과를 하나 물고 와서 놀고 있다.
분양을 해야 할 강쥐들인데
인연이 따로 있는지
아직까지 입양하겠다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마리 정도는 내가 더 키울 여력이 되겠지만
만일 좋은 가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 집은 그야말로 개판이 될 것이다.
농부네 가족 셋은 전기 모기채를 가지고 놀고,
강쥐 세마리는 막대기나 썩은 모과를 가지고 노는
은근히 웃기는 그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