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지무지 오랜만입니다. 다들 잘 지내셨나요.
지난 식단 공개 이후 거의 반년만에 인사 드리네요.
멘붕 끝에 밝은 모습으로 만나자고 약속 드렸건만 과연 오늘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생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단 공개를 한 터라 가을부터 사진이 밀려 있었습니다.
꽃게철의 어느날이었군요.
꽃게랑 키조개, 바지락을 잔뜩 사와 깨끗이 씻습니다.
자작하게 부은 물에 좀 익히다가,
콩나물을 올려주고 양념장을 고루 둘러줘요.
뚜껑 덮어 보글보글 끓여주면,
꽃게찜 완성!
청양고추 넣어 칼칼하게 먹었지요.
찹쌀풀을 풀어서 걸죽하게 해먹어도 좋지만 국물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밥 비벼 먹어도 맛나요.
콩나물 사온 김에 다음 날은 냉동실에 쟁여뒀던 동태를 꺼냅니다.
동태가 푹 익을 정도로 물에 삶아 주고 그 물에 다시 콩나물을 데쳐요.
온기가 가시기 전에 양념장에 조물조물 무쳐주면 동태뽈찜이 됩니다.
그리하여 차린 상.
모시조개 두부 국에 동태뽈찜, 현미밥.
애호박-표고버섯 나물, 계란찜, 김치, 감자채 볶음.
간만에 동생이랑 먹은 아침인가 봅니다.
애호박이랑 표고버섯 먼저 넣고 볶아 주다가 집에서 만든 맛간장 넣고 졸였더니 생각보다 꽤 맛있었어요.
뿌듯해서 단독샷.
아마도 혼자 먹은 아침인듯 합니다.
계란찜에 푸성귀. 현미밥이랑 소고기 국.
갈치구이, 파김치, 총각김치, 고들빼기 김치예요. 김치 삼종 셋트는 엄마 협찬품.
꽃게철 지나고 날이 슬슬 쌀쌀해져서 혼자 끓여 먹은 떡국인가 봅니다.
반찬은 명란젓 무침, 고들빼기 김치, 깻잎장으로 단촐하게.
양념 안된 명란 사와서 참기름에 김이랑 쪽파랑 넣어서 조물조물 무쳐내면 요만한 밥 반찬도 없지요.
그리고 명란 사온 김에 만들어 본 안주.
늘 먹던 토마토 샐러드에 생크림+명란젓을 올려 보았습니다.
생크림은 스파게티 할 때처럼 낮은 불에 끓여주다 마지막에 명란을 넣고 샐러드 위에 뿌려주면 되어요.
고소하고 짭쪼롬하면서도 상큼하고 따뜻한데 또 아삭아삭 맛있습니다. 요거 아주 괜찮은 맥주 안주.
살찌라고 제사를 지냅니다 그려.
뺨을 치며 멘붕을 극복하려 발악하던 시월이 지나고 주체할 수 없는 십일월이 왔을 때.
집에 있는 화분을 다섯개나 죽이고 하루종일 누워지내기를 반복하다 제주에 또 다녀왔습니다.
네, 준비하던 시험에 떨어졌었거든요. 당연한 결과라면 당연한 결과지만 예정된 다음해를 받아들이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화분에게도 미안하고요.
여튼, 그리 또 제주에 다녀와서 깨달은 것은..
면세점에서 립스틱 나부랭이를 사는것보다 양주를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라는것!
발렌타인 21년산 한 번 맛보고 양주의 늪에 빠져 마트에 갈때마다 힐끔 거리다 싼 걸로 하나 사온 날.
연어구이에 딸기. 스카치 블루.
슬슬 겨울이 다가오니 오뎅탕 만들어 먹을 준비도 해놓고요.
내친김에 분식 퍼레이드도 한 번 벌여 봅니다.
떡볶이에,
남은 김밥.
그냥 먹으면 섭섭하니까 계란물 묻혀 맛있게 냠냠.
이것은 맥락없는 오뎅볶음.
부산오뎅 주문해서 버섯이랑 부추 잔뜩 넣어 먹었습니다.
2012년에만 제주에 다섯번을 다녀 왔는데 크리스마스에 한라산을 오르기 위해 여섯번째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겨울 산행에 익숙한 편도 아니고 그간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어리목 코스로 올라 영실로 내려 오려 마음 먹었었죠.
저는 이브날 올랐는데 아침에 눈이 많이 와서 오르는 내내 장관이었어요.
만세동산에서 보는 백록담이예요. 눈이 거의 허벅지 까지 왔었지만 완전무장하고 간 덕분에 무사히 다녀왔습지요.
어리목, 영실, 돈내코 코스는 모두 윗세오름에서 만나게 되는데 여기까지가 종점입니다. 백록담까지는 갈 수 없는 코스지요.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점심 삼아 사먹은 사발면.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맛이었습니다.
원래 한라산을 가기 위한 제주여행이었기 때문에 3박 4일 정도만 있다가 오려고 했는데
아니 이게 뭐야. 묵고 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생 일대의 스승님을 만납니다.
그것은 바로 만두 스승님!!
곧 새해고 하니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두를 빚으시겠다는 겁니다.
만두야 저도 겨울이면 빚어 먹지만 원래 고향집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이 아니라 피는 사오고 소만 만들어서 빚어 먹었습지요.
하지만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만두 스승님께서는 직접 피를 반죽해서 만두를 만드신다는 겁니다.
이것은 기회다 신이 주신 기회야! 하며 일정을 며칠 더 늦추어서 만두 스승님이 만두를 빚는날 시다로 써달라고 간청을 올려 함께 만두를 만들었습니다.
그 날 저를 처음 본 만두 스승님은 저녁이면 술 마시고 낮에는 산에 다니는 왠 젊은 아가씨가 만두를 빚겠다고 서울에 안간다고 하니 어리둥절한 모양이셨지만 말이죠.
게스트 하우스 근처에서 5일장이 열리는 날에 맞춰 만두를 빚기로 하고 장에 따라가 이것저것 만두속에 들어갈 것들을 사왔습니다.
아아 이것은 시다의 몫. 모두 다져 줍니다.
만두 스승님께서는 처음에 저를 반신반의 하며 일단 썰어나 보라고 하셨지만... 훗 이 정도 칼질은 할 수 있다고요!
그렇게 둘이서 오전에는 장봐오고 오후에는 재료 다지고 허리가 휘어져라 만두소를 만들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저희 말고도 많은 게스트들이 묵고 있어서 양껏 만든 만두소.
만두 스승님께서는 나중에 자기집 만두 만들때도 데려가고 싶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엉엉.
정작 중요한건 만두피를 만드는 과정이었는데 제가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붙어 있느라 정작 사진은 찍지 못했네요.
만두피는 밀가루에 적정한 물을 넣어 반죽을 한 뒤 치대고 치대고 치대서 잠시 휴지를 시켜 준 뒤 또 치대고 치대야 하더군요.
중요한건 찰기와 농도. 담번에 집에서 만들 때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사하게 만두피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녁쯤 되서 돌아온 게스트들 손을 빌려서 빚은 만두들.
제일 오른쪽 줄에 있는 만두가 거의 1초에 하나씩 빚어낸 만두 스승님 만두.
사람이 많으니 모양도 제각기네요.
만두 스승님은 그날 제게 만두 지분 50프로를 하사하시는 은혜를 주셨지만 결과적으론 자기가 빚은 만큼 먹었습니다.
빚는대로 삶아낸 물만두.
비쥬얼은 별로지만 맛있었어요. 슴슴하니 속이 꽉찬 이북식 만두!
다들 열개씩은 넘게 먹었을테니 그 날 만두가 200개는 나왔나 봅니다.
뿌듯함을 뒤로 하고
어차피 늘어진 일정 한라산이나 한 번 더 가려고 나선 날.
여자 혼자 내려와서 한 번에 한라산 두 번 오르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들 하셨지만 뭐 어때요.
안그래도 이브날 오를 때 어리목에서 영실로 내려가려던 걸 시간이 촉박해서 어리목에서 어리목으로 가는 바람에 아쉬워서
이번엔 영실에서 어리목으로 오르려고 작정하고 갔었지요.
영실에서 보이는 산방산. 구름위를 걷고 있었지요.
사진으론 다 표현이 안되는 오백장군 바위. 폭포가 얼어서 절경이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영실에서 어리목 코스를 완주하고
다가온 31일. 성산 일출봉에서는 해마다 일출제를 하는데 밤 12시가 넘어가면 카운트 다운을 하면서 불꽃놀이가 진행 됩니다.
그래서 게스트 하우스 손님들과 함께 찾았습죠.
사람이 무지 많았으나 저희 일행은 언덕쪽으로 무단침입-_-해서 여유롭게 카운트 다운을 즐길 수 있었어요.
이십여분간 쏟아지는 불꽃들이 어찌나 황홀하던지.
멘붕이고 나발이고 모두 잊게 되던 간만의 환희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1월 1일엔 떡만두국을 먹어야지요.
미리 만들어 뒀던 만두소로 일찍 일어난 만두스승님과 게스트 하우스 주인 언니가 어느새 떡만두국을 끓여 놓으셨더군요.
사..상냥해!
떡국 맛있게 잘 먹고 새해복도 듬뿍 받고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10박이 넘는 제주여행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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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에 들리지 않았겠습니까?
처음엔 위스키로 맛을 들이다 이번엔 싱글몰트에 입문하기 위해 조언을 얻어 사온 맥켈란.
간만에 쌍문동에 들러 한우 파티를 열었습니다. 맥켈란과 한우는 모두 저의 협찬이지요.
여자 셋이 모인 자리었는데 깔끔하게 맥켈란 1리터짜리 다 비우고 즐겁게 수다 떨며 맛있게 저녁 먹었던 날.
이것이 바로 연말연시!
그리고 오랫동안 집을 비운 탓에 간만에 만난 동생과 맥주 한 잔 마셨지요.
안주는 장어구이에 샐러드 쌈배추.
원래는 요렇게 맛있는건데 사진이 어둡게 나와 버렸네요.
그렇게 2012년은 훌쩍 지나 버리고 어느새 1월이 와서 닥쳐온 동생 생일.
잡채도 만들고 미역국도 끓였는데 어째서인지 잡채 사진만 덩그라니 남아 있네요.
연말연시, 연말연시, 노래를 부르며 멘붕을 탓하며 일상의 끈을 너무 놓고 있었던 것 같아
반성하는 의미로 만들어 본 밥통 요구르트.
왠지 이런걸 만들면 굉장히 살뜰하게 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냥 우유랑 불가리스 넣어서 밥통에 넣어두면 완성되는 간식인데도 말이죠.
계절학기를 듣는 동생이 시험을 친다기에 시험기간에 요렇게 과일이랑 요거트 섞어서 도시락도 싸주고 저도 심심하면 퍼먹..었습니다.
과일은 집에 있는거 아무거나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요거트는 한 번 만들면 2-3일은 가니까 손쉽게 먹을 수 있어요.
거의 플레인 요거트 맛이 나기 때문에 약간 심심하다 싶으면 쨈이나 꿀을 같이 올려 먹으면 좋아요.
전 제주에서 사온 키위쨈이랑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혼자 먹는 저녁.
카레에 시래기국.
반찬은 무나물, 멸치볶음, 시금치-표고버섯 나물, 김치.
이것도 아마 혼자 먹은 아침인듯 하네요.
갈치조림에 강된장 끓여 내고 현미밥.
오뎅 볶음이랑 브로컬리 데침, 토마토 샐러드에 김치예요.
애호박 잔뜩 썰어넣어 살짝 단맛이 돕니다.
그리고 동생이랑 같이 먹는 아침.
선지국에 현미밥.
엄마가 선지를 삶아서 보내주셨길래 시래기랑 국거리 넣어 선지국 한 번 끓여 봤어요.
직접 삶은 선지라 냄새도 하나 안나고 고소한게 아주 맛있었습니다.
반찬은 꽁치찜에 깍두기. 남은 무나물, 청양고추.
무말랭이에 콩나물 무침, 배추나물입니다.
그간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았는데 워낙에 식단공개가 오랜만이다 보니 어김없이 스압이네요.
늘상 하는 말이라 겸연쩍지만 다음에는 좀 더 자주 인사 드리고 싶어요.
그럼 또 뵙겠습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