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리에 맛을 들여서요,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 아주 열심히 없애고 있습니다.
집에 어느 구석에라도 두면,
언제일지 모르지만, 여하튼 언젠가 한번쯤은 쓸 수 있는 물건들,
예전에는 버리지 못하고 몽땅 이고지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억을 더듬어서 최근 3년에 한번이나 썼을까 말까 한 건 모두 처분중입니다.
우리집에서는 애물단지지만, 누군가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것들,
그 누군가를 찾아주려고 애쓰는 중이지요.
정리를 하다보니, 오늘 저녁이 또 부실했습니다.
내일 아침, 제가 무지하게 싫어하는
일요일 아침에 마트가기
를 해야 하나 봅니다.
요즘 저희 집에 쫌 많은 게 멸치여요.
국물멸치, 볶음멸치 할 것 없이 멸치가 풍년인데요, 그래서 오늘 반찬도 없고해서 좀 볶았습니다.
아몬드 슬라이스, 음식에 넣는 걸 kimys가 좋아합니다.
그래서 멸치 반, 아몬드 반 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몬드를 듬뿍 넣고 볶았어요.
멸치를 볶다가 얼마전 kimys가 해준 얘기가 생각나서, 혼자 비실비실 웃었습니다.
kimys, 친구들과 한달에 하는 모임, 항상 같은 식당을 정해놓고 만나는데요,
한정식집이라 할 수 없는, 가정식 백반보다 약간 더 좋은 정도의 식당인 모양이에요.
이 식당에서 얼마전 반찬으로 멸치볶음을 내놨는데요, 그렇게 맛있더래요.
평소 집에서 멸치 볶으면 손도 안대는 kimys도 두접시 이상 비웠다는 거에요.
멸치를 대여섯번씩 더 달라고들 하니까, 주인 아주머니가 멸치를 갖고 오면서,
"아, 이 양반들, 댁에서 마나님들이 멸치도 안 볶아주나, 왜 이렇게 멸치볶음만 드신대요" 하더라는 거에요.
아무렴 집에서 멸치를 안볶아주겠어요?
집에서 해놓으면 안먹고, 나가서는 잘먹고...남편들의 청개구리 심뽀인게죠. ^^
오늘,
아무 생각없이 희망수첩에 들어왔다가,
문득 딱 9년전 82cook 문을 열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날이 오늘 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82cook이 벌써 9번째 생일을 맞았어요.
처음 시작할 때, 저 자신도 82cook을 이렇게 오래 유지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그저 2~3년 유지해도 잘하는 거라 생각했는데..참 세월이 빠른 듯도 싶고, 만 9년이나 버텨온 것도 참 대단하다 싶고...
82cook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제게는 고민이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희망수첩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는 희망수첩을 덮어야할텐데 그걸 언제로 해야할 지...
딱 1년만 더 쓰고, 2012년 9월30일날 덮는 것이 좋은 건지,
아님 무작정 갈데까지 가보는 것이 좋은 건지...
사실, 저도 판단은 잘 안섭니다. 떠날 때를 잘 알아야 하는건데...
9년 동안 희망수첩을 쓰다보니, 별별음식을 다 하고, 별별 얘기를 다 쓴 것 같아요.
요즘 히트레시피, 요리의 기초, 살림의 기초의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우리 관리자가 그러네요,
희망수첩을 다시 보니 없는 요리가 없고, 별별 사진이 다있다고...
자료가 9년이나 쌓이다 보니 그런 모양이에요.
아무튼,
만으로 아홉살이 된 82cook의 생일을 많이많이 축하해주세요.
그리고 이제 초등학생 정도인 82cook이 잘 자라서 훌륭한 성년이 될때까지 많이 성원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