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제가 담그는 간장게장, 참게장이 맛이 없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맛있는 것 같다가도, 좀 먹다보면 뭐랄까 떫은 감을 씹었을때처럼 떫은 맛이 돈달까?
게다가,
작년 가을, 살아있는 암게로 게장을 담갔음에도 불구하고 살도 차있지 않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바람에 요즘들어 통 게장을 담그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몇㎏씩 담그던 참게장도 담그지않구요.
며칠전 대명항에서 사온 꽃게 중 암놈도 그냥 쪄먹거나, 찌개 끓여먹고 말까 했는데,
간장게장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간장을 들이부었습니다.
간장게장에 자신이 없어져, 오늘 별 기대하지 않고 꺼냈는데요,뜻밖에도 오랜만에 제대로 맛이 났습니다.
그 맛내기의 포인트는, 부재료를 넣지 않았다는 것 입니다.
예전 간장게장에는 그저 진간장만 부었었는데, 자꾸자꾸 뭔가 부재료들을 더 넣게 되었습니다.
마늘 고추 파 생강 같은 향신채에 감초니 황기니 하는 한약재,
여기다가 사이다를 넣기도 하고, 맛술을 붓기도 하고, 간장도 이것저것 섞고...
혹시 제가 담그는 간장게장의 맛이 변한 건, 이렇게 마구 넣는 부재료 탓이 아닌가 싶어서,
이번 것에는 간장과 물, 다시마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팔팔 끓인 후 게에 부었는데요,
이것저것 넣은 것보다 오히려 맛이 순수한 것이 괜찮았습니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늘 생각하며 사는 듯 해도, 실은 살다보면 점점 교만해져서,
음식에도 이것저것 자꾸 넣게 되는 것 같아요.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건데..
간장게장과 더불어 자그마한 옥돔도 한마리 구웠습니다.
급하다고 서둘러 구우면 뒤집다가 옥돔이 으깨져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데,
오늘은 좀 느긋하게 구워주니까 제대로 구워졌습니다.
늘 침착하게,
늘 겸손하게 살고 싶은데, 왜 이런 결심은 사흘도, 아니 하루도 못가는 것일까요?
벌써 9월도 휘리릭 지나가고 있습니다.
얼마있으면 또 한해가 다 갔다, 뭐 그런 말을 할 것 같은데요,
뒤를 돌아다보며, 자신을 닦으며 나이먹어가는 그런 늙은이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