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8시에 누웠는데, 바로 잠이 들어서 11시반이나 거의 다 되어서 일어났어요.
잠자리에 들어야할 시간에..눈이 말똥말똥해졌으니..여행이야기나 할까봐요.

벚꽃놀이 나온 사람들로 발 딛을 틈이 없었던 우에노공원.
후배들과 처음 여행이야기가 나왔던 건 4~5년 전쯤이었어요.
도쿄에 무박3일 도깨비여행이 유행할 때였어요.
처음엔, '우리도 도깨비여행 한번 가보자!' 이렇게 시작됐던 건데,
그건 그저 아이디어였을 뿐, 잠을 비행기에서만 자고, 돌아다닌다는 건, 너무 무리니까,
제대로 호텔잡아서 여행을 하기로 했었어요.
그랬는데, 그후 후배 하나가 직장에 나가게 되서, 연기되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사정이 생기고,
다 갈만하니까, 환율이 다락같이 올라서, '환율 떨어지면 움직여보자!'하고 미루고, 암튼 이렇게 저렇게 미뤄지다.
이번에 가게 된거에요.
처음에는 태국으로 갈까했는데, 마땅한 태국패키지상품이 없는거에요.
저희들이 가고 싶었던 곳은 방콕이었고,
기왕이면 현지 가이드의 팁이 포함되어있어 물건 파는 곳으로만 돌리는 일이 없는,
그런 패키지를 찾았는데, 뜻밖에도 그런 패키지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럼, 대만을 갈까 하다가, 갑자기 도쿄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도쿄를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이 12년전이라서 어떻게 변했을 지 궁금했고,
한 후배는 일본의 다른 도시는 이곳저곳 여행했으나 도쿄는 가본적이 없다며 좋아라했고,
또 한 후배는 도쿄를 아주 좋아해서, 20여차례 드나들었고, 3개월씩 머물면서 이곳 저곳을 쏘다기 좋아해,
딱 알맞는 여행지였습니다.
그래서 이 일본통인 후배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행기와 호텔 예약에서부터, 3박4일의 전 일정을 짜서, 우리를 안내해주었습니다.
물론 그 후배가 일본어에도 능통하니까, 저는 '스미마셍' 딱 한마디로, 영어는 단 한마디도 할 필요없이 3박4일을 지냈지요.

오다이바를 가기위해 아사쿠사에서 탄 워터버스에서.
제가 도쿄에 처음 갔던 건 1987년이었구요,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이 제가 한 패션잡지의 창간편집장이던 시절,
창간작업중 필요한 책과 소품을 사러 갔던 1998년이었습니다.
87년과 98년 사이,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패션쇼 취재차, 아트페어 취재차 등등 해서,
5번 정도 도쿄를 드나들었는데, 그때는 갈때마다 도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싶었어요.
왜냐하면 기노쿠니아니 도큐핸즈니 하는, 자주 가던 곳 언저리는 찾아갈 수 있었고,
일본어는 한마디 못해도, 지하철 노선도를 들고, 혼자 미술관을 찾아다닐 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까, 상상하지 못할 만큼, 도쿄가 더욱 팽창해 있었어요.
12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곳은 긴자 정도?!
첫날은 우에노공원, 아사쿠사의 센소지, 그리고 매립지를 개발했다는 오다이바엘 갔었어요.
일본은 석가탄신일인 4월8일도 양력으로 하는지,
센소지에서는 석가모니 목욕시키는, 우리네 절에서는 음력 사월초파일날 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석가모니 목욕에 동참!
둘쨋날은 신주쿠고엔과 시부야, 지유가오카를 거쳐서 요코하마까지 내려갔습니다.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 모토마치를 거쳐, 미나토미라이에 갔었는데,
십여년전 아트페어 때문에 갔었던, 제 기억속의 요코하마와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 이었어요.

신주쿠고엔.

지유가오카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
세쨋날은 도쿄에서 한시간쯤 떨어져있는 가마쿠라라는 곳엘 갔어요.
그곳 하치만구 신사에서 일본식 결혼식도 슬쩍 볼 수 있었구요,
주택과 주택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에노덴전차를 타고 태평양에서 서핑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다시 도쿄로 올라와서, 신주쿠엘 갔는데, 제가 제일 놀라웠던 곳이 바로 신주쿠역이었습니다.
어찌나 큰지, 어찌나 철도노선이 많은지...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정신이 하나도 없었지요.

하찌만구 신사.

한창 진행중이던 일본식 결혼식.

바다에 점점이 박혀있는 검은 점이 서핑을 즐기는 이들.
마지막날은 아침엔 황궁을 들러서, 긴자에서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그저께 희망수첩의 인증셧은...네, 맞습니다, 황궁 앞 안경다리 앞에서 찍은 거에요.
우리나라 청와대앞에 관광객이 많듯이, 황궁앞에도 일본의 지방에서 올라온듯한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한 장소에서 수십명씩 단체사진을 찍는 거에요.
가보니까, 그곳이 포인트 였던 거죠, 그래서 저도 한장!

일본인 관광객과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나던 황궁앞.
이번 여행의 목적이,
관광도 아니었고, 쇼핑도 아니었고,
그냥 우리 세명이 우정을 다지면서,
도쿄는 요즘 어떤지 뭔가 재밌는게 있는지, 뭔가 새로운게 있는 지 그냥 싸돌아다니는 것이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쓸만한 이야기는 없네요.
다만, 은하철도 999를 연상케하는, 우리들이 묵었던 시오도메의 거리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50층에 가까운 고층 빌딩들 사이로 달리는 유리 카모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