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미꾸라짓국 먹고 용트림한다

| 조회수 : 8,954 | 추천수 : 235
작성일 : 2010-03-10 23:54:57


이런 볶음밥 보셨어요?
한참 전에 찍어놓은 사진인데요...이게 어디서 나오네요.

이날 점심,kimys와 둘이 집에서 먹었어요.
집에 찬밥도 있고, 돼지고기불고기 먹다남은 것도 있고, 나물도 좀 있어서,
밥을 들들 볶고, 각자 하나씩 먹을 달걀프라이도 2개 했는데요.
그릇 두개에 담으려니까 그릇 하나라도 더 설거지거리 만들기 싫은 거에요.
그래서 큼직한 볼에 볶음밥 한꺼번에 담고, 달걀 프라이 2개를 다 얹어서,
한그릇을 놓고 둘이 먹었습니다.
나온 설거지는 밥그릇 하나, 수저 두벌, 물컵 하나...

지난번,
'치마폭이 스물네폭이다'에 이어지는 속담놀이 입니다.
얼마나 재밌는지...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기지넘치는 분들이었는지...

거문고 인 놈이 춤을 추면, 칼 쓴 놈도 춤을 춘다
→ 못난 주제에 남의 흉내만 내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걸 빗댄 속담이라는데요,
    '숭어가 뛰면 망둥이도 뛴다'와 같은 뜻인 것 같아요.

거적문에 돌쩌귀
→ 돌쩌귀는 한옥의 여닫이 문에 다는 경첩인데요, 거적문에 돌쩌귀라는 것이 가당치도 않은 거잖아요.
    격에 맞지않아 어울리지도 않는 걸 일컫는 말이죠.

게 새끼는 집고, 고양이 새끼는 할퀸다.
→ 어쩜, 이렇게 절묘할 수가!! 타고난 천성이나 본능은 어쩔 수가 없다, 뭐 이런 뜻이죠.

국에 덴 놈, 물보고 분다
→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와 같은 뜻인데요, 저는 이게 더 와닿네요,
    뜨거운 국에 데면 물만 보고도 후후 부는...^^

노루를 피하니 범이 나온다
→ '갈수록 태산'이랑 비슷한 뜻이죠? 재난이 겹쳐오는...

바늘 구멍으로 하늘 보기
→ '우물 안 개구리'랑 같은 뜻인데요, 사물의 전체를 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를 일컫는 말이죠.

미꾸라짓국 먹고 용트림한다
→ 사소한 일을 하고선 무슨 큰일이나 한듯이 으스대는 걸 빗댄 속담이에요.

여기서, 트림이란 단어를 보니까, 문득 생각이 나서, 제 옛날 얘기 한자락 들려드릴게요.

제가 1975년에 대학엘 들어갔는데요,
당시는 '예비고사'라 해서 이거 떨어지면 대학을 못가는 시험을 봐야했어요.
이걸 붙고 나면 다시 대학 본고사를 보게되는데요,
제가 나온 대학은 문과의 경우 영어 국어 사회 각 150점, 수학 과학 100점인 본고사를 봐야했어요.
사회도 일반사회 역사 지리 모두 다 나왔고, 과학도 물리 화학 생물 모두 봤으니 정말 과목이 엄청났죠.

그중 국어 시험이야기 입니다.
국어시험 문제 중에는 사지선다의 객관식도 있었지만, 주관식 문제도 섞여있었어요.
맨 마지막 문제는 논술 비슷한 글짓기 시험이었어요.
국어시험의 주관식 문제중 한해는 순 우리말로 된 인체 부위가 나오고 그 다음해는 속담이 꼭 하나씩 나왔어요.
저보다 일년 선배인 울 오빠 국어시험에는 '인중'이 나왔구요,
제가 본 시험에는 '익은 밥 먹고 (  )한다'는 속담이 나왔습니다.
익은 밥 먹고 뭘해? 뭘하는 걸까? 머리를 쥐어짜다가 , 아무튼 멀쩡한 밥 먹고 헛짓한다는 뜻이겠다 싶어서,
떠억 하니 '트림'이라고 써놓고 의기양양 답안지를 냈습니다.
본고사장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시험 끝나기만을 기다리시던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익은 밥 먹고 뭐 한다는 거 시험에 나왔는데 트림 맞지??"하니까,
어머니께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으시고 말았습니다.

정답, 아시죠?
선소리 였습니다. 보기좋게 틀렸죠.
그해 속담이 나올 차례라서 나름대로 속담공부한다고 하고 시험을 봤는데...
미처 그 속담은 공부를 못했구요,
엄마는 평소 그 속담을 자주 인용하셨기 때문에, 그걸 틀렸다고 하니가 어이가 없었던 거구요.
암튼 미꾸라짓국 먹고 용트림한다는 속담을 보니, 익은 밥 먹고 선소리한다는 속담과 더불어 35년전 생각났었습니다. ^^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레드썬
    '10.3.11 12:06 AM

    일뜽 일뜽 일뜽!!!

  • 2. 레드썬
    '10.3.11 12:12 AM

    아 정말 저 요새 우등생 됐어요 선생님~! ㅎㅎㅎ
    CSI 마이애미 반장님 보려고 기다리는 중에 이런 기쁨이~~
    저번부터 올려주신 속담시리즈 재미있게 보고 있답니다.
    저두 기억나는 게 있네요...'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 라고...
    아빠께서 얘기하시던데 듣고 참 재미있더라구요^^
    요즘 심신이 힘드시죠?
    잘 해결하시고, 건강하시기 늘 바라고 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선생님~~

  • 3. 김혜경
    '10.3.11 12:15 AM

    아, 레드썬님, 호반장 오늘 나오나요??
    헉 그럼 나도 봐야하는데...
    레드썬님도 호반장님과 즐거운 밤 되세요.

  • 4. 그린
    '10.3.11 12:16 AM

    레드썬님 1등 축하드려요~~^^

    그나저나 아는 속담도 있지만 모르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이참에 새롭게 공부할 수 있어 참 좋군요.
    재미있는 우리 속담, 선생님 아니셨다면 어찌 다시 볼 수 있겠어요?
    이래저래 유익하고 감사한, 우리 82예요.ㅎㅎ

  • 5. 예쁜솔
    '10.3.11 12:44 AM

    혜경샘님과 같은 학교 시험 친 걸까요?
    저희 학교 입시 국어시험에도 꼭 속담이 나왔는데요.
    딱 한가지 생각나는 것
    솔 심어 ( )
    답은 '정자' 였죠.
    저는 맞혔어요.

  • 6. 소박한 밥상
    '10.3.11 12:50 AM

    국어시험에는 고문 수필 시 소설 한자 등......
    유형별로 한가지씩의 문제가 출제되었었지요.

    국어과목을 좋아해서 학교에서 다루던 문제집외 개인적으로 문제집을 하나 사서 풀곤 했는데
    그 중 유치환님의 "바위"라는 시가 좋아서 책상위 벽에 써 붙여 두었었는데......
    교과서에 없던 그 시가 놀랍게도 시험에......이 시를 쓴 시인의 호를 한자로 쓰시요 !!!!!!!!!!!!!!!

    그 우연은 (영광스럽게도)선생님과 같은 나이인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아요 !!

  • 7. 코알라^&^
    '10.3.11 1:51 AM

    그럼 난 5등^^

  • 8. 코알라^&^
    '10.3.11 1:56 AM

    저는 82회원인데 너무 게을러요.
    뭘 알게 되었는데도 늦고,
    너무 좋았는데
    벌써 그 분위기는 끝났고...^^;;

    쌤~많이 힘드시죠????
    저는 해당 되는 일 없지만
    괜히 제가 살이 떨리더라구요.
    그래도 현명히 잘~처리 하실 거라 믿습니다!!!!

    저 대학 갈때는
    선생님 처럼 체력장 당근 있었구요,
    전기 후기 전문대 이렇게 3종류의 시험 제도가 있었습니다.
    전기 떨어지면 후기, 후기 떨어지면 전문대.
    시험도 전 후기는 전과목, 전문대는 국영수 국사 그리고 뭐였지????
    아~~~벌써 치매.

    선생님 덕분에 저의 수험생 시절이 생각나네요^^

  • 9. 열무김치
    '10.3.11 6:59 AM

    국에 덴 놈, 물보고 분다 ㅎㅎㅎ 많이 써 먹을 수 있을 듯해요.
    제 자신이 좀 그래요 -,.- 뭐에 째끔 놀라기라도 하면 어휴... 물 보고 후후 불다 ㅎㅎ 딱 저예요.

    저는 학력고사 세대인데요..윤리 국사 가사...이런 것도 시험 본 생각이 나네요.
    한복 저고리 옷본 ? 에서 진동 둘레가 어뜨케 되서...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치수 계산하던 생각도 나네요 ^^

  • 10. 윤주
    '10.3.11 9:26 AM

    잊고 있었던 속담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피시익~ 미소지어 봅니다.

    레드선님....요새 모기는 처서 지내도 입 안삐뚜러지고 기승을 부리는것 같아요....ㅎㅎㅎ

  • 11. 진선미애
    '10.3.11 9:32 AM

    저도 학력고사 세대인데요
    시골에서 도시나가서 시험보고서 깜깜한 밤중에 버스에서 내리니까 아버지께서 자전거 타고
    저태우러 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던기억이.........

    어제 고3딸래미 모의고사 엉망으로 봤다고 훌쩍거리던데 이래저래 오늘은 대입관련 얘기이네요
    근데 속담과는 상관없는 얘기만 주절주절 한듯^^;;

  • 12. 둘리맘
    '10.3.11 9:47 AM

    아이구 재밌어라^^

  • 13. 오미키
    '10.3.11 10:55 AM

    아이 학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엄마가 우리 속담을 잘 알고 생활에서 자주 활용해야 겠네요 ^^

  • 14. 놀부
    '10.3.11 12:19 PM

    우와^*^...보기만해도 침이꿀꺽 ....

  • 15. letitbe
    '10.3.11 4:20 PM

    저도 나물넣고 한 볶음밥 좋아해요...^^ 어떨땐 감자 당근 넣은 볶음밥보다도 더 땡긴다는...ㅎㅎ

  • 16. 보리수
    '10.3.11 4:50 PM

    '치마폭이 스물네폭이다'
    ㅎㅎㅎ
    컴터 앞에 앉지 못하는(?) 친구들한테
    이곳 장터에 괜찮은것 있으면 일일이 전화해서 사 먹게 하고
    이번에 em행사에도 다시 그 짓(?)
    울 집으로 온 넘들 배달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밀감 철에 수십상자 팔아 줬을 겁니다.
    제 닉을 보면 아실 분이 있을 겁니다 ㅎㅎ


    '잡자도 않은 돼지
    앞집에 전각,
    뒷집에 후각...한다.'

    ....일이 성사가 되기도 전에 어쩌고 저쩌고 떠든다...이런 소리인듯.


    '도라맨 도새기
    기실린 도새기 타령한다....'

    (해설) 매달아 놓은 돼지 그슬린 돼지 타령한다.<--방언해설)

    지 코가 석자면서 남의 흉을 본다는...그런 뜻인듯 하구요.

    어릴적에 동네에 할머니들이 하시던 말씀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네요.

    익은 밥 먹고 트림한다'
    ㅎㅎㅎ~
    뭘 하겠어? 트림이나 하지....맞습니다.

    아휴~
    저야 말로
    익은 밥 먹고
    뜸 덜 들인 소리 하고 갑니다.

    날마다 웃는 날 되세요.

  • 17. 유니게
    '10.3.11 9:26 PM

    음 저도 재미있는 속담하나...

    며느리 오줌소리는쇄쇄솨솨 ~~

    딸 오줌 소리는 은조롱 금조롱~~~

    ㅋㅋㅋ 옛날에 요강에다 오줌눌 때 나는 소리를

    저렇게 표현했나 봐요.

  • 18. 들꽃
    '10.3.12 12:06 AM

    울나라 속담들 참 재밌어요~

    오늘은 학창시절로 되돌아가봅니다..

    저도 학력고사세대에요~

    1교시 시험 때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시험지 폈는데 글씨가 하나도 안보이는거에요~

    어느정도 시간 지나서 서서히 정신이 차려졌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무서워요~~~

    그 이후로 시험울렁증 생겼어요~ㅎㅎㅎ

    저는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는 지금 기억이 안나요.

    덜덜 떨었던 생각만 납니다.

  • 19. 순덕이엄마
    '10.3.12 6:35 AM

    빙긋 웃고 갑니다^^

  • 20. 돈데크만
    '10.3.12 12:59 PM

    ㅋㅋㅋ혜경쌤도 CSI팬이시군요..요즘 뉴시즌해서...홈피가 있길래...홋팅글고 남기고 그라고 있어여...-.-;;
    근뎁 볶음밥..저는 그릇에도 안덜고...후라이팬채로 먹는뎁..--;;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2347 키톡따라잡기 [저유치킨][간단샌드위치] 21 2010/03/17 18,942
2346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은 [조개탕] 19 2010/03/16 11,236
2345 밑반찬 다시보기 [오징어채무침] 29 2010/03/15 13,846
2344 밥 대신 우동면~ [카레우동] 16 2010/03/14 10,049
2343 마요네즈를 넣은 [봄동무침] 14 2010/03/13 11,624
2342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은 많다!!! 19 2010/03/12 12,959
2341 미꾸라짓국 먹고 용트림한다 20 2010/03/10 8,954
2340 새우로 만든 [새우전][근대국] 25 2010/03/09 10,111
2339 뜯는 맛이 꽤 괜찮은 [탕수 등갈비] 17 2010/03/08 10,670
2338 역시 생새우로 해야~ [새우튀김] 15 2010/03/07 11,395
2337 발발이님과 **양을 위한 [냄비밥] 23 2010/03/05 14,256
2336 [콩나물밥] 완전정복 16 2010/03/05 12,028
2335 얼렁뚱땅 전골과 갈비찜~~ 10 2010/03/04 10,642
2334 오늘, 삼겹살 드셨어요? 13 2010/03/03 10,393
2333 스산한 저녁의 [청국장 찌개] 15 2010/03/02 9,972
2332 한번은 먹어줘야할 [보름나물 비빔밥] 9 2010/03/01 8,746
2331 우여곡절 [김치 김밥] 15 2010/02/28 12,567
2330 오곡밥과 아홉가지 나물 14 2010/02/27 11,355
2329 색감 좋은 [쇠고기 아스파라거스 볶음] 17 2010/02/25 10,228
2328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사과 드레싱] 9 2010/02/24 12,220
2327 이거 한 냄비면 ok! [등갈비 김치찌개] 21 2010/02/23 15,523
2326 정말 별 걸 다 파네요~~ 14 2010/02/22 13,538
2325 별 걸 다 파네요~~ [얼갈이 국] 10 2010/02/21 12,334
2324 오늘은 냄비 정리의 날! 16 2010/02/20 16,965
2323 낙석(落石) 주의보 해제!!!! 17 2010/02/19 1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