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볶음밥 보셨어요?
한참 전에 찍어놓은 사진인데요...이게 어디서 나오네요.
이날 점심,kimys와 둘이 집에서 먹었어요.
집에 찬밥도 있고, 돼지고기불고기 먹다남은 것도 있고, 나물도 좀 있어서,
밥을 들들 볶고, 각자 하나씩 먹을 달걀프라이도 2개 했는데요.
그릇 두개에 담으려니까 그릇 하나라도 더 설거지거리 만들기 싫은 거에요.
그래서 큼직한 볼에 볶음밥 한꺼번에 담고, 달걀 프라이 2개를 다 얹어서,
한그릇을 놓고 둘이 먹었습니다.
나온 설거지는 밥그릇 하나, 수저 두벌, 물컵 하나...
지난번,
'치마폭이 스물네폭이다'에 이어지는 속담놀이 입니다.
얼마나 재밌는지...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기지넘치는 분들이었는지...
거문고 인 놈이 춤을 추면, 칼 쓴 놈도 춤을 춘다
→ 못난 주제에 남의 흉내만 내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걸 빗댄 속담이라는데요,
'숭어가 뛰면 망둥이도 뛴다'와 같은 뜻인 것 같아요.
거적문에 돌쩌귀
→ 돌쩌귀는 한옥의 여닫이 문에 다는 경첩인데요, 거적문에 돌쩌귀라는 것이 가당치도 않은 거잖아요.
격에 맞지않아 어울리지도 않는 걸 일컫는 말이죠.
게 새끼는 집고, 고양이 새끼는 할퀸다.
→ 어쩜, 이렇게 절묘할 수가!! 타고난 천성이나 본능은 어쩔 수가 없다, 뭐 이런 뜻이죠.
국에 덴 놈, 물보고 분다
→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와 같은 뜻인데요, 저는 이게 더 와닿네요,
뜨거운 국에 데면 물만 보고도 후후 부는...^^
노루를 피하니 범이 나온다
→ '갈수록 태산'이랑 비슷한 뜻이죠? 재난이 겹쳐오는...
바늘 구멍으로 하늘 보기
→ '우물 안 개구리'랑 같은 뜻인데요, 사물의 전체를 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를 일컫는 말이죠.
미꾸라짓국 먹고 용트림한다
→ 사소한 일을 하고선 무슨 큰일이나 한듯이 으스대는 걸 빗댄 속담이에요.
여기서, 트림이란 단어를 보니까, 문득 생각이 나서, 제 옛날 얘기 한자락 들려드릴게요.
제가 1975년에 대학엘 들어갔는데요,
당시는 '예비고사'라 해서 이거 떨어지면 대학을 못가는 시험을 봐야했어요.
이걸 붙고 나면 다시 대학 본고사를 보게되는데요,
제가 나온 대학은 문과의 경우 영어 국어 사회 각 150점, 수학 과학 100점인 본고사를 봐야했어요.
사회도 일반사회 역사 지리 모두 다 나왔고, 과학도 물리 화학 생물 모두 봤으니 정말 과목이 엄청났죠.
그중 국어 시험이야기 입니다.
국어시험 문제 중에는 사지선다의 객관식도 있었지만, 주관식 문제도 섞여있었어요.
맨 마지막 문제는 논술 비슷한 글짓기 시험이었어요.
국어시험의 주관식 문제중 한해는 순 우리말로 된 인체 부위가 나오고 그 다음해는 속담이 꼭 하나씩 나왔어요.
저보다 일년 선배인 울 오빠 국어시험에는 '인중'이 나왔구요,
제가 본 시험에는 '익은 밥 먹고 ( )한다'는 속담이 나왔습니다.
익은 밥 먹고 뭘해? 뭘하는 걸까? 머리를 쥐어짜다가 , 아무튼 멀쩡한 밥 먹고 헛짓한다는 뜻이겠다 싶어서,
떠억 하니 '트림'이라고 써놓고 의기양양 답안지를 냈습니다.
본고사장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시험 끝나기만을 기다리시던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익은 밥 먹고 뭐 한다는 거 시험에 나왔는데 트림 맞지??"하니까,
어머니께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으시고 말았습니다.
정답, 아시죠?
선소리 였습니다. 보기좋게 틀렸죠.
그해 속담이 나올 차례라서 나름대로 속담공부한다고 하고 시험을 봤는데...
미처 그 속담은 공부를 못했구요,
엄마는 평소 그 속담을 자주 인용하셨기 때문에, 그걸 틀렸다고 하니가 어이가 없었던 거구요.
암튼 미꾸라짓국 먹고 용트림한다는 속담을 보니, 익은 밥 먹고 선소리한다는 속담과 더불어 35년전 생각났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