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을 내일 볼까 어쩔까 하다가..오늘, 봐버리기로 했습니다.
일산 하나로에 가보니, 11시30분.
가까운 불광동 하나로 놔두고..그래도 일산 하나로엘 가야 장을 본 것 같으니...^^;;
하나로 주차장은 만차로, 주차요원들이 길가에 대라고 유도하더라구요.
대충 길가에 대놓고, 들어가보니..정말 카트를 끌고 다니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이 많았어요.
메모지에 써있는 대로 부지런히 담아 계산하고 나와보니, 12시30분.
오려고 하는데..결정적으로 녹두가 빠진 것이 생각나더라는..한다고 했는데도 메모가 부실했었다는 얘기죠..
그래도 거기서 생각이 났으니 망정이지...하마터면 낭패볼뻔 했어요.
다른 거야 빠진게 있어도 필요할 때 아무데서나 사도 되지만, 녹두는 시간을 두고 불려야 하는건데...
돌아와서 장본 거 풀고, 물에 담가둘 것 담그고, 슬슬 추석모드에 돌입입니다.
그런데...장을 봐왔으면서도, 오늘 먹을 건 메모해가지 않은 까닭에 오늘 저녁 반찬은 마땅치가 않은 거 있죠?? 허허 이거참...
kimys가 속해있는 협회에서 추석선물로 보내준 칠면조 햄이라는 걸 상에 올렸습니다.
모양은 닭다리 모양인데 크기가 몇 배나 크고 색깔은 보통 햄과 비슷해요...
칼로 살만 져며냈는데 가운데 뼈가 있어 그것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이걸 저미는데, 서삼릉 부근에 있는 '너른 마당'이라는 식당의 통오리밀쌈이 생각나는 거에요.
그 집에서는 훈제한 오리를 뜯어 담은 후 양파와 파채, 그리고 피클에 머스터드 소스를 가져다 줍니다.
저도 칠면조 살 그릴에 7분 정도 구워서 담고, 한쪽에 양파채와 파채 담고, 밀전병도 담고,
그리고 그 칠면조 햄과 같이 들어있던 머스터드소스와 칠리소스도 올렸어요.
같은 날짐승이라서 그런지 칠면조라는 것이 오리맛이랑 비슷한 것 같았어요.
그런데 여기서 밑줄 쫙...제가 밀전병을 부쳤다는 거 아닙니까??
제가 잘 못하는 것중에 달걀지단과 밀전병이 있습니다.
달걀지단, 황백으로 나눠 부치려면...잘 안되서 명절때면 늘 동서보고 부쳐달라고 했는데..얼마전부터 저도 곧잘 부치게 됐습니다.
밀전병은 예전에 부쳐보니까..얇고 이쁘게 안되서 포기해버리고..밀전병 쓸 일이 있으면 대신 주로 무쌈을 쓰곤 했답니다..^^
그런데 오늘 해보니까..할만 하던데요..
밀가루 반컵을 가지고 제법 많이 부쳤습니다. 해보니까..밀가루와 물의 비율만 맞추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검색이라도 좀 해보고 했으면 더 쉽게 했을 텐데..
그냥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서 물과 밀가루를 1:1 비율로 했더니, 안되겠더라구요.
물을 조금씩 더 넣어가며 한두장씩 부쳤는데..제가 맞는 지는 모르겠는데...1.5:1이 적당한 것 같아요.
오늘 밀전병 부쳐보고 용기백배,
추석날 저녁에 오는 시누이들 가족 저녁상에 구절판을 올려볼까..하며 꿈도 야무지게 꾸고 있습니다요..^^
추석날 아침과 점심은 차례상에 올라왔던 대로 먹지만, 저녁은 좀 특별하게 차리는데..
이번에는 늘 하던 갈비찜에, 단호박샐러드, 골뱅이무침, 이 칠면조햄 냉채, 모둠버섯볶음 등을 상에 올릴까 했는데,
칠면조햄 냉채를 빼고, 구절판을 하면 어떨까 싶어요...
아주 가늘게 채써는 건 정말 자신없지만, 우리 네째동서가 도와주면 가능할 것도 같구요.
손님들이 많이 와서 삼시세때 많은 식구들의 밥상을 차려야한다는 거..어찌 생각하면 귀찮을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사는 재미가 아닌가 싶어요.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 싹싹 비워주는 그 재미...명절의 큰 즐거움이잖아요.
저는 이제...핏물 빼고 있는 갈비도 재우고, 동그랑땡 반죽이며, 빈대떡 속 준비하러 부엌에 갑니다.
아직 날짜는 남았지만..이렇게 혼자서라도 미리 해두는 것이 마음이 편하답니다..몸 편한 것보다 마음 편한 것이 좋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