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친정어머니가 무슨 계를 해서, 통영에서 해오셨다는, 나이가 약 서른다섯살쯤 되는 빨간 이층장을 제게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첨에 제가 그걸 달라고 할 때는...정말 엄마가 그렇게 선뜻 "그래"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순순히.."가져가라...노인네 물건 갖고 싶다고 하는 것도 고맙지..." 이러시는 거에요..
놓을 장소를 물색하다가..침대와 평행으로 놓여있는 서랍장 옆에 놓으면 어떨까 싶어서...어제,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늘 실어올 꺼라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실어오겠다고 해놓고 보니..kimys가 낮에 다른 약속이 있는 날..
하는 수 없이 저 혼자 가서...안에 있는 물건 모두 꺼내놓고, 그리고 위 아래를 분리한 다음 헌 홋청으로 싸가지고 싣고 왔어요.
장정들(울 오빠, 울 남동생 등등)이 하나도 수배가 안되는 관계로, 엄마랑 저랑 끙끙거리며 들고 차에 간신히 실었습니다.
윗층은 승용차의 뒷좌석에, 아랫층은 트렁크에....싣고 왔답니다..
웃기는 건..자동차 트렁크 문을 완전히 들어올릴 상태로 왔다는 거...그래서 모두 쳐다보곤 했다는 거...
경비아저씨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안으로 들여와..먼지도 좀 닦아주고..그리고 가구용 오일도 좀 발라주고...
속을 깨끗이 닦아내고, 옷을 넣어봤는데..정말 수납력이 '짱' 입니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소득...
장 가지고 가겠다고 찜해놓은 후 얼마 뒤...
"얘, 누구 상가져갈 사람은 없니?"
"무슨 상??"
"그거..왜 원형 교자상 있잖아?"
"헉..그거 자개 박은 거..다리 접히고..엄마가 무슨 호텔 나전칠기집에서 사왔다는 거??"
"응..그거 옛날에 아는 사람이 도큐호텔에 나전칠기집 냈다고 해서 하나 사온 거지."
"근데..그거 왜 없애려고?? 아주 이쁜 건데.."
"잘 쓰지도 않고..건사하기 힘들어.."
"아이구..그건 내가 가져가지..이게 웬 떡이야!! 근데 왜 나보고 가져가라고 하지 다른 사람을 찾았어??"
"난 너 자개상이라서 싫다고 할 줄 알았어, 달라는 소리도 안하고.."
"그거 좋은 거니까, 엄마가 아끼는 줄 알고...달라고 안했지..."
어제 장 실으러 간다고 하니까..그럼 상도 가져가겠지 싶으셔서..새천으로 상커버까지 만들어놓으셨어요..
우리 엄마, 저와는 달리 차분하고 꼼꼼하시거든요...^^
요번 추석에..직사각형 교자상과 더불어..손님 치를거에요, 요 이쁜 상에...

이층장이 오는 바람에, 침대옆에 두고 사이드테이블로 쓰던 인도네시아 궤짝이 거실로 나왔습니다.
여기에 잔뜩 들어있던 옷들까지..몽땅 이층장안에 들어가버리는 바람에...이 궤짝은 비었습니다.
식탁보들 차곡차곡 넣을 거에요...
이로써..추석맞이 환경미화가 완전히 끝난 것 같아요.
오늘, 이런저런 메모 꼼꼼하게 해서, 내일부터 장보기 시작해야하는데..메모를 하나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흐뭇한지...
오늘 장 가지고 오면서 저희 친정어머니가 시집올때, 그러니까 1954년에 해오신 파랑색 모본단 저고리도 찾아서 가지고 오고,
제가 대학 다닐때, 또 우리 딸 어렸을 때 제가 심심풀이로 코바늘로 뜬 레이스도 몇개 가지고 왔어요..
저고리와 레이스는 담에 구경시켜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