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아주 오래된 TV가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집에 놀러오면 다 좋은데 제발 TV 좀 바꿔라는 구박을 종종 들었다.
그러나 난 전혀 그럴 맘이 없었다.
왜냐면 우린 아이들 교육을 위해 TV의 케이블 선을 아예 없애버리고 TV를 안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집의 거실에 커다랗고 시커먼 TV가 중앙에 자리잡을 것을 보면
왠지 저 집은 아버지는 TV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않고, 아이들은 투니버스 트위니 같은 케이블방송에서 눈을 떼지 못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하곤 했다.
그러나 중요한 스포츠경기가 있거나, 꼭 보고싶은 다큐멘터리가 있거나, 가끔은 연속극이 보고싶을 때
아이들보다 내가 더 TV에 대한 갈증을 느끼곤 했다.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그러다가 드디어 사고를 쳤다.
<뚱뚱하고 촌스러운 골동품 TV>
1. 그래서 기존의 아날로그 TV를 버리고 컴퓨터 모니터를 새로 샀다. 이 컴퓨터 모니터는 30인치이다.
(70만원 정도, 외부입력 컴포넌트 단자, 아날로그 RGB단자있고, 컴퓨터본체와는 DVI로 연결)
그리고 TV를 내다버리고 그 자리에 컴퓨터 모니터를 두었다.
컴퓨터 본체를 거실에 내다놓고 연결을 시작했다.
문제는 기존의 내장그래픽이 30인치 모니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컴퓨터 본체와 스피커, 그리고 PC카메라
실은 이 컴퓨터도 2년전에 인터넷으로 부품과 케이스를 주문하여 직접 조립한 것이다. >
2. 그래픽카드를 샀다.(지포스 8600, 8만원 정도)
3. 기존의 메모리 1기가로는 왠지 미흡한 것 같아서 메모리 1기가를 더 질렀다.(얼마였더라? 3만원 대)
4. 그리고 컴퓨터가 TV노릇도 하기 위해선 TV수신카드를 사야했다.( 디비코 걸로... 6만원이었던가?)
5. 본체의 하드 300기가가 용량이 차고 넘쳐서 외장하드를 하나 더 살려고 뒤지다가
이왕 사는것... 디빅스 기능이 되는 걸로 사자 싶어서 디비코디빅스 500기가 짜리를 질렀다. (거의 30만원)
본체 열어서 그래픽카드 새로 달고나서 시모스에서 내장그래픽 OFF시켰다.
메모리 1기가 더 꽂아서 다시 본체 뚜껑을 닫은 뒤에 디빅스와 DVD플레이어와 컴퓨터 본체를 모두
모니터에 연결시키고자 하니........ 또 막혔다.
컴퓨터, 디빅스, DVD의 소리와 화면을 스피커 1대, 모니터 1대에 결집시켜야 한다.
6. 그래서 A/V셀렉터를 주문했다. 요즘 셀렉터는 예전처럼 컴포지트 단자가 아니라
영상은 컴포넌트 단자 혹은 S비디오단자, 음성은 스테레오로 분배된다.
<옥션에서 주문한 놈이다. 생각보다 괜챦았다.>
<셀렉터 뒤에 연결된 선들이다.>
7. 거실에 컴퓨터를 부팅시켰더니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거실벽에 달려있는 아울렛박스에 랜선을 꽂았는데 도대체 왜 안될까?
주방의 식탁밑에 기어 들어가서 단자함을 열어보았다.
유무선공유기를 사서 거기에 각 방의 랜선을 분명연결해 두었는데...
자세히 보니 거실의 인터넷 단자가 2개인데 그 중 하나에만 연결이 되어 있었다.
쓰지 않는 방의 UTP케이블을 뽑아낸 후 거실 쪽으로 바꾸어 끼워야 했다.
슬쩍 당겨서는 빠지지 않아 힘줘서 뺀 후, 끝을 잘라낸다음 다시 밀어넣자니 힘으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연필깎는 칼 끝으로 밀어넣었더니 찰칵 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구없이도 잘 되었다. ^^
인터넷 연결 변경 완료...
<인터넷이 잘 된다. 지난 대선 이후로 포털을 네이버에서 다음으로 변경하였다.
익스플로러 7 에서는 왼쪽 상단에 다이렉트 검색칸이 있다. 검색은 그쪽에서 실행하면 OK >
< 컴퓨터의 TV화에도 성공하였다. 디지털 방송으로 보는 TV의 화질은 환상적이다.
그리고 예약녹화도 다 되고(컴퓨터가 꺼진 상태에서도 전원 ON 시켜서 가능
녹화하면 컴퓨터에 저장이 되니 너무 편리하다.>
좌측에서부터
스피커우퍼-스피커-디빅스-그 아래 DVD플레이어-스피커볼륨조절기-셀렉터-본체-스피커
<모니터 뒤는 이렇게 복잡하다. 어느 정도 정리한다고 했으나 아직도 어지러움>
8. 우리집 아이들과 의논하기를 주말에만 컴퓨터 게임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일일이 1시간 다 되었다. 이제 그만 꺼라... 잔소리하니 서로 신경이 예민해지던 차에
아들이 나에게 차라리 제어 프로그램을 깔아달라고 했다.
자동으로 설정된 시간이 지나면 꺼지도록.
컴퓨터 제어프로그램을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결국 "STOP"을 쓰기로 했다.
현재로선 대만족이다. 시간만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서핑할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도 설정할 수 있고, 사용불가 프로그램도 설정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한 제어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우리집 컴퓨터는 비번으로 잠겨 있어 아이들이 맘대로 켤 수 없도록 하였고
아이들과 협의하여 일정한 시간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어프로그램까지 설치하니 더 편하고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TV도 꼭 보고싶거나 좋은 프로그램만 선별해서 시청할 수 있으니
더이상 아이들은 TV나 컴퓨터의 노예가 되지 않아도 된다 ^^
<부팅시 뜨는 STOP진입화면>
9. 이제 우리집은 여간해서는 TV를 켜지 않지만, 주말에 몇 개 프로그램은 시청할 수 있다.
TV를 볼려면 컴퓨터를 켜야 하는데 컴퓨터는 비번을 알아야 부팅할 수 있다.
거실의 큰 컴퓨터 화면으로 아침마다 EBS교육방송을 듣는다.
아들은 아침 6시만 되면 일어나 교육방송을 본다. 덕분에 나도 요즘 중학교 국어공부를 톡톡히 한다.
10. 거실 컴퓨터에 연결해둔 디빅스에는
다운받은 교육방송, 영어강좌, 다큐멘터리, 다이어트 동영상 등이 가득 담겨져 있다.
디빅스는 아무때나 켜서 볼 수 있으나, 유익한 것이니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내가 전업주부라면 TV가 있어도 아이들 시청시간을 조절할 수 있겠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방과후 무방비로 스타게임방송, 애니메이션방송에 넋놓고 앉아 있는
아이들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TV에 케이블을 끊어버리는 방법을 몇 년간 유지하다가
그래도 TV를 아주 가끔 제한적으로 보면서도 EBS교육방송을 효과적으로 시청하면서도
디빅스를 활용하고자 컴퓨터를 가전제품처럼 배치해 본 것이다.
<되도록 컴퓨터 화면에서 멀리 떨어져서 작동하고 싶었기에 무선 마우스, 무선 키보드도 구입했다.>
이것도 가격이 4~5만원 한 듯
무선 마우스와 무선 키보드를 어디다 놓을까 고민하다가 좌탁도 주문했다.
이것도 20여만원 ㅜㅜ
그 서랍에 키보드가 탁 올라가고, 이 상태에서 열고닫고를 할 수 있다.
서랍안에 리모컨, 영수증... 기타등등 잡동사니도 함께 있다.
<평소에는 이것보다 좌탁이 앞으로 더 전진한다. ^^>
<TV이면서도 컴퓨터......... 컴퓨터이면서도 TV.............사랑하는 나의 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