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이렇게 쓰고 나니 마치 미당에 다시 간 기분이 들지만
설마, 먼 곳을 또 갔을 리는 없고, 수요일 모임의 밥 이야기입니다.
한 주일 전에 미리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는 수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난 주에는 입에 침이 저절로 고이는 보쌈을 오늘은 그 자리에서 담근 열무김치에 , 부추 , 감자전
밀가루에 묻힌 연근, 그리고 맛있는 즉석 된장찌개,더구나 주인장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들고온 국순당
생막걸리까지 완전히 놀라운 밥상, 신나는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아침에 모임 장소에 도착하자 마자 우선 수업을 시작하기 전 열무를 다듬는 임무가 주어졌지요.
제가 필요해서 만든 수업입니다. 수요일은
요리와 영어공부를 품앗이로 하자고 제안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재미있는 모임이 되리라곤 상상을
못했는데 여성들이 여러 명 있으니 뭐든지 이야기만 하면 척척 꾸려지는 환상적인 시간이 되고 있네요.
못하면 시범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고, 못하니까 배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그 시간 시간마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늘면서 집에서도 레서피 없이 몸으로 가능한 음식이 늘고
있다는 것,

오늘은 은유씨마저 남아서 몸소 시범으로 제게 감자전과 연근전을 맛있게 부치는 법을 설명하면서
제게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니 역시 글로 읽는 레서피와는 비교가 되지 않네요.

지혜나무님이 끓이기 시작한 된장찌개, 역시 옆에서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다음 번에는 내가 한 번 직접
끓여보겠노라 말을 했습니다.
맛이 덜하면 옆에서 도와줄 사람들이 많으니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아서 말이지요.
그렇다면 다음 번 메뉴는 된장찌개에 김치 전을 부쳐서 먹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꽁보리밥을 미리 지어놓았다가 비빔밥을 만들고, 사이드 메뉴를 곁들여 먹는 사이에 이야기꽃이 피고
게다가 난생 처음으로 낮술을 마시기도 한 날, 집에 와서 한 숨 자고, 시몬 볼리바르 유쓰 오케스트라의
봄의 제전을 크게 틀어놓고 듣고 나니 기운이 나네요.

그러고 보니 여성들속에서 이렇게 편한 느낌으로 함께 어울리게 된 것이 제겐 올해 무엇보다도 큰 수확이고
변화인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함께 만드는 밥상이 신난다고 느끼게 된 것,부엌에서의 소외가 극복이 되고
있는 것,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인가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 것 (아직 혼자서 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도 생각만으로도 오그라드는 느낌에서 해방되었다는 것)

수요일의 이런 모임을 오랫동안 ,조금 더 창조적으로 계속 해 나가는 사이에 나는 어떤 식으로 변화하게
될까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시간, 그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과 더불어 보고 싶어서 그림을 고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