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두 시가 되기도 전에 잠을 잔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서 몸이 개운하네요.
식구들이 다 나가고 바벨의 도서관에 들어가보았습니다. 바벨의 도서관은 네이버에 있는 카페 이름인데
소개 받고 처음 들어갔을 때 놀랐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국에 이렇게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여럿이서 공유하기 위한 카페를 만들어서
계속 업데이트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참 놀랍고 진기하다는 기분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프랑스어에 대해 열심이지 않았던 시기라 조금 들락거리다 말았었지요.
그런데 사정이 바뀌니까 요즘은 거의 출근하다시피 들어가서 이런 저런 자료를 읽고 필요한 것은
프린트를 하기도 하고, 여럿이서 함께 보려고 everymonth에 올리기도 하는 중인데요
어제 길담의 첫 수업에서 동사변화 공부한 것이 용량의 한계로 머릿속에 뒤엉켜버린 것을 풀려고
우선 동사편의 설명을 찾아서 읽었습니다.

혼자서 문법책을 읽을 때 막히던 부문들이 한 번의 수업으로 많이 정리가 되긴 했으나
우선 양이 절대적으로 많아서 그 자리에서 바로 변용을 해서 입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까요?
실력차이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수업이라 강사도 어려움이 있고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누군가에겐 지루한 반복이 될 수도 다른 사람들에겐 허들이 너무 심한 그런 수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문법을 하기 위한 문법공부가 아니라 책을 함께 위한 사다리로서의 문법수업이란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요?

새벽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서 우선 단순과거에 대한 것만 정리하고 기초적인 변화표를 읽어보고
연습문제를 풀어보고 ,겨우 그 정도 하는데도 한 시간의 휘리릭 지나버렸네요.
그런데 이게 얼마만의 새벽공부인가, 물론 어제 한 것은 숙제였으니 자발적인 공부라고 할 수 없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그러니 나는 말이야 이런 사람이야 라고 규정짓는 것이 부질없구나
내겐 새벽이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야라고 늘 생각했던 것을 깨는 시간이 되고 있기도 하네요.

길담서원 안에서 무엇인가 들여다보고 있는 그녀, 그녀가 이 모임의 강사를 소개한 효은3님
그녀 자신도 현직 불어선생님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 자리에서 하는 모든 수업은 그녀에겐 불필요한 과정인데도
강사옆에서 보조 선생님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수업이 시작하기 전 우리들의 질문에도
친철하게 답을 해주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모임을 위한 여러가지 잔신경을 쓰는 것을 보면서 보통 학교 선생님들은 뒷짐 지고
물러나서 대접을 받는데 익숙한 존재라는 선입관이 확 깨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하나의 모임이 꾸려지는 것에는 여러 가지 시절인연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그 일을 위해서 묵묵하게 헌신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숨어있어서 더 빛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어요. 어제 밤

서가에 있는 어린 왕자를 찾아서, 보통 때라면 그냥 스치고 지났을 책 제목이 눈에 띈 것은 역시 관심이
눈길을 새롭게 한 덕분이겠지요?

2010년에는 제게 학교가 되는 마을이 여럿 생겼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런 마을이 어느 한 경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마을이 학교라는 책 제목도 역시 마음에 품게 되었고

어제는 예습하느라 바빠서 그 공간에 들어가서도 제대로 다 구경하지 못한 이 한 뼘 미술관의
여행기록과 그 곳에서 구해온 책들을 찬찬히 구경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길담의 여름 여행에서 구해온 책들중에 FLORENCE를 마음에 담고 왔는데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여행의 순서가 바뀌었더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고요.
지난해에 이탈리아를 그리고 올해 말에 프랑스를 ?
그러니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위로를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벽공부의 맛을 알았다고는 해도 과연 지속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