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9월이 아니라서 월요일 일본어 수업이 없는 날,사실은 이번 주부터 모든 수업이 다시
시작되니까 마음 편하게 영화보러 갈 수 있는 날이 오늘밖에 없어서 서둘러 나섰습니다.
코코샤넬을 보고 시간여유가 있으면 블랙까지 보고 들어오고 싶었지만
12시에 코코 샤넬이 끝나고 12시에 블랙이 시작되는 너무 딱 붙어 있는 시간이라 망서리다
그냥 코코 샤넬만 보고 들어왔지요.아무래도 한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 채 소화되기도 전에
다른 영화를 또 본다는 것은 두 영화에 대해 예의가 아닌 느낌이라서요.
영화속에서 주인공 코코 샤넬이 마음속 깊이 좋아하게 된 영국남자랑 둘이서 도빌에 가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그 장면이 부뎅의 그림에서 보던 바로 그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어서 어라,이렇게 보니
그림이 참 실감나는구나,집에 가면 부뎅의 그림을 조금 더 자세히 찾아보아야지 저절로
생각이 그림으로 향하게 된 신기한 날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림속의 장소도 역시 도빌이네요.
20세기 초 경제적인 독립이 가능하지 못한 여성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던 시기를 살았던
코코 샤넬과 그녀의 언니 두 사람앞에 놓인 삶의 방향과 그들의 선택이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했고,볼 거리도 풍성하고,무엇보다도 여주인공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그림을 검색하다 보니 익숙한 지명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요즘 중세의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을 읽어가는 중에 이미 오래 전에 읽었던 책들을 꺼내서 다시 보는
중인데요,그 때 참 어려웠던 책이 이제는 이렇게 즐거운 소설처럼 읽히는구나,신기한 일이다
그 사이에 이런 저런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끈이 되어서 사실의 나열이 이야기처럼 들어오는
시기가 오다니 그렇게 혼자 감탄하기도 하는 중인데요,
프랑스가 중세의 역사중에서는 선두역할을 해서일까요? 중세역사속에서 만나는 프랑스의 비중이 크다보니
프랑스 남부와 프랑스 북부의 차이를 설명하는 글에도 눈길이 가고,가능하면 그런 역사의 시기를 보여주는
그림들도 연결해서 설명하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도 되네요.
모네에게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과 필요성을 알게 해준 최초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부뎅
그의 그림을 몇 점밖에 못 본 상태였는데 오늘 그의 그림을 많이 소장한 싸이트를 만나서
이런 저런 지역을 그린 그림을 실컷 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가 한 지명으로 프랑스라고 부르는 그 곳의 여러 지역이 중세 봉건제 시대에는 각 지역이 장원으로
이루어진 독자적인 영역이어서 지금도 상당히 다른 풍습이 많다고 하더군요.이것은 물론 프랑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지역의 느낌이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서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고갱의 그림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브레통이네요.
여행을 간다고 목적지를 정하고 나면 (물론 정하는 날까지의 설레임도 좋지만) 그 나라에 대해서
혹은 그 지역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과정도 즐겁고,그 과정에서 모르고 있었던 것,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몰랐던 것,새롭게 관심이 증폭되는 것,이런 저런 연결관계를 알게 되는 것 이런 과정의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매번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에는 중세의 형성,특히 도시의 형성에 대한 것,종교가 중세 사람들에게 실제로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중세에서 근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로 기록된 것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자료를 모아서 보는 중인데요,그 와중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수확이 생기기도 해서
역시 하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프랑스 역사를 읽으면서 나오는 지명들을 지도로 대강 그려서 표시해가면서 보니까
어느 정도 지리적인 개념이 생기더군요.길치라고 할 수 있는 제겐 지리적인 감각이 모자라서 늘 힘이 드는데
그렇게 자꾸 그려보니까 이제는 머리속에서 길이 나는 느낌이더군요.
그런데 도빌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이지? 오늘 코코 샤넬에서 나온 장면으로 부뎅을 찾아서 보고
부댕의 그림속에서 한없니 나오는 지명들을 보니 다시 저녁시간에 조금 자세한 지도를 보고 싶어지는군요.